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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 혈세 쓰고 서명도 없이 보고서 제출한 '한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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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4-1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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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방치된 USKI 관리감독 체계…"터질게 터졌다", "한국학 연구까지 실종될라" 우려도

존스홉킨스대 산하 한미연구소(USKI)가 대외경제연구원에 제출한 예결산내역. 단순한 엑셀파일로 재정 보고서의 형식이라고 볼 수 없는 수준이다. (사진=노컷뉴스 입수자료)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부설로 설치된 한미연구소(USKI)는 미국의 싱크탱크나 대학 연구소들이 받는 회계 절차마저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여,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연구소나 싱크탱크 자금 운영 등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미국 싱크탱크의 연구소나 대학부설 연구소들은 한국처럼 일일이 영수증을 첨부하지는 않지만, 대학이나 연구소의 재정담당 부서 책임자가 서명한 재정 보고서(financial report)를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대외경제연구원에서 회계내역을 요구했을 때 대학의 재정담당 부서에서 서명한 재정 보고서를 제출하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미연구소가 대외경제연구원(KIEP)에 제출했다는 20억원짜리 예산결산 내역서를 보면 재정 보고서의 형식을 갖추지도 않았을 뿐더러, 담당자의 서명도 찾아볼 수 없다.

이 관계자는 재정 보고서를 요구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지원된다는 점에서나, 미국적인 시각에서 봐도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이같은 자금처리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연구소가 이렇게 주먹구구로 운영된 것은 첫 단추를 잘못 꿰었기 때문이라는 반성도 나오고 있다.

◇ 잘못 꿴 첫 단추

지난 2006년 당초 4억 원의 예산으로 존스홉킨스 대학에 기부금 형태로 지원을 시작했을 때, 연구소가 목적에 맞게 운영되는지 관리감독 체계를 명확히 규정하지 못했다는 것.

기부금 형태의 지원이어서 돈을 댄 정부가 직접 관여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대학 측에서도 연간 수십억원의 기부금이 계속 들어오는 이상 이렇다 할 문제제기를 하기 힘든 구조가 10년 넘게 방치돼 왔다.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USKI) 구재회 소장 (사진=워싱턴 장규석 특파원)

 

결국 2007년에 소장으로 부임한 구재회 소장 한 명이 연구소의 재정과 운영을 좌지우지하고, 여기에 정권 실세들이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세계 최고의 국제관계대학원이 있는 존스홉킨스대에 지한파를 양성한다는 연구소의 목적이 변질돼 왔다.

박사급 연구원은 구 소장 단 한명에 불과하고, 한국학 전임 교수도 없는 상황. 한국학 관련 예산 사용액도 전체 예산 대비 5%에 못 미치는 등 기형적으로 운영돼 왔다. USKI 홈페이지에 게재된 연구 보고서도 2016년 이후로는 전무한 상태다.

결국 연구소 안팎에서는 터질 것이 터져 나왔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 블랙리스트 논란에 흐려진 연구소 개혁

문제는 이것이 보수 성향으로 지목된 구 소장의 책임론이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논점이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일각에서 제기하는대로 정부가 대학 기부금을 끊어버리면 되는 간단한 일이다. 그러나 12년 동안 백억대의 자금이 투입된 한미연구소 자체를 폐쇄하는 기회비용은 너무나 크다. 미국 내 한국학 연구와 지한파 육성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혁하는 것이 더 낫다.

폐쇄보다 개혁으로 방향을 튼다면 다음 수순은 연구소의 운영 목적이 변질되고 적절한 회계절차를 거치지 않은데 대한 책임을 운영 책임자가 지는 것이다. 그러나 책임자인 구 소장은 용퇴를 거부했다. 그리고는 마치 현 정권의 블랙리스트로 인해 찍혀 나가는 것처럼 비쳐지게 행동하고 있다.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가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블로그 freekorea.us에 게재한 글을 조선일보가 오역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트위터)

 

게다가 블랙리스트 논란을 확대 재생산 중인 한 국내 보수 신문은 급기야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가공해서 썼다가, 당사자가 해당 신문에 기사 정정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낯 뜨거운 해프닝까지 연출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연구소 개혁이 아니라 외려 존스홉킨스 대학의 한국학 연구와 한국어 프로그램마저 중단되는 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적인 논란이 커지면서 자칫 미국 최고의 국제관계대학 중 한 곳에 미래의 지한파를 양성한다는 그간의 노력, 여기에 투입된 백억원 대의 세금도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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