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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손수호] "아동 강간살인 누명, 도둑맞은 39년에 배상금은 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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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희 대통령 불호령에 무리한 수사
- 고문, 협박 못이겨 거짓 자백과 증언
- 범인 아니라는 결정적 증거도 무시
- 재심서 무죄 확정되기까지 39년간 누명
- 소멸시효 10일 지났다며 국가 배상 거부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수호(변호사, 법무법인 현재 강남사무소)


탐정의 눈으로 사건을 들여다 봅니다. 탐정 손수호.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건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이죠. 탐정 손수호. 오늘도 손수호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 손수호>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우리가 다룰 사건은 우리 검찰 과거사에 마치 겨울 같았던 사건들. 그중의 하나를 골라오셨다고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재조사 대상으로 선정하기 위해 사전 조사 할 사건 5개를 추가 지정했습니다.

◇ 김현정> 5개, 우선 고 장자연 리스트 사건.



◆ 손수호> 네. 탐정 손수호에서도 작년 12월에 다룬 사건이죠. 또 낙동강변 2인조 살인 사건, KBS 정연주 사장 배임죄 기소 사건, 용산 철거 사건. 그리고 바로 오늘 살펴볼 춘천 강간 살인 조작 사건입니다.

◇ 김현정> 오늘 살펴볼 사건이 그거군요. 춘천 강간 살인 조작 사건.

◆ 손수호> 네 이름만 들으시면 조금 낯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영화 제목 말씀드리면 다들 아실 겁니다.

◇ 김현정> 영화로 만들어졌던 사건?

◆ 손수호> 바로 영화 "7번 방의 선물"인데요.

◇ 김현정> 맞아요.

◆ 손수호> 1,200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이었죠.

◇ 김현정> 그러니까 이 영화 많이 보셨어요. 그리고 실화라는 것도 아실 텐데 그게 이건지는 모르셨을 겁니다.

◆ 손수호> 영화가 그대로 다 실화는 아니고요. 오늘 다룰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였죠.

◇ 김현정> 바탕으로 한 것. 바로 그 7번 방 선물 영화의 모티브가 된 사건이 과거사위가 선정한 사전조사 대상 5개에 들어간 겁니다. 오늘 그 사건을 손 탐정의 눈으로 꼼꼼히 들여다보겠습니다. 1972년 발생했습니다. 춘천 강간 살인 조작 사건 어떤 건가요?

 

◆ 손수호> 46년이나 사건이에요. 도대체 이렇게 오래된 사건이 지금 왜 재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려 하는데요. 이 사건이 당시에는 "춘천 파출소장 딸 살인 사건"으로 불렸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1972년을 기억하시는 분은 춘천 파출소장 딸 살인 사건 하면 기억을 하실 거예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춘천의 한 파출소장의 9살 난 딸이 실종됐어요.

◇ 김현정> 9살.

◆ 손수호> 학교 끝나고 집에 가다가 TV를 본다면서 만화방에 가겠다고 하고 친구들과 헤어졌다는 겁니다. 당시는 만화방에서 TV를 틀어줬으니까요.

◇ 김현정> 만화방 많았죠.

◆ 손수호> 그게 마지막 모습이었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틀 뒤 성폭행 당한 사체로 발견됩니다.

◇ 김현정> 9살짜리가.

◆ 손수호> 수사 시작한 지 열흘 만에 경찰이 범인을 검거합니다. 검거된 범인은 바로 만화방 주인이었던 정 모 씨였는데요. 만화방에 온 피해 아동에게 "오늘은 TV가 잘 안 나오니까 다른 가게에 가서 같이 보자"고 하면서 아이를 근처 농로로 데리고 갔고, 거기서 강간한 후 발각될까 두려워 목 졸라 살해하고 옷 벗긴 뒤 도주했다는 겁니다. 만화방 직원들도 평소에 사장 정 씨가 만화방에 온 여자 아이들을 자주 성추행했다고 말 했어요. 그리고 그날도 이 피해 아동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는 걸 봤다고 했습니다. 또 물증도 굉장히 중요하죠. 현장에서 범인이 흘린 것으로 보이는 머리빗과 연필이 발견되는데요.

◇ 김현정> 범인의 연필.

◆ 손수호> 만화방 종업원은 그 빗이 내 거라고 인정했습니다. 또 정 씨의 아들도 현장에서 발견된 연필이 자기 거라고 했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정 씨 아들이 저 연필 내 거예요, 아빠가 가지고 간 거예요. 이렇게 얘기한 거죠.

◆ 손수호> 그렇죠. 현장에 정 씨가 있었다는 증거가 된 거죠. 여기에 더해서 만화방 주인 정 씨가 자백까지 합니다.

◇ 김현정> 스스로 자백까지.

◆ 손수호> 그래서 재판 결과 무기징역형이 확정된 거죠.

◇ 김현정> 여기까지 들어서는 완벽한 수사입니다. 완벽한 재판, 아무 의심도 안 들어요. 착착 다 맞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나중에 다 뒤집히는 거잖아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이상한 일들이 있는데요. 우선 경찰이 열흘 만에 정 씨를 검거한 경위부터 살펴보죠. 당시 김현옥 내무부 장관이 있었어요. 장관이 사건을 보고합니다. 보고를 받은 건 바로 박정희 대통령. 크게 화를 내면서 빨리 해결해라고 지시했어요.

◇ 김현정> "조속히 해결해라" 한마디가 떨어진 겁니다.

◆ 손수호> 그리고 내무부 장관이 지금의 경찰청장인 치안본부장을 불러서 열흘 안에 범인 검거 못 하면 관계자 문책하겠다고 경고합니다.

◇ 김현정> 열흘 안에 해치우라고.

◆ 손수호> 그래서 대대적인 작전이 펼쳐지죠. 하지만 성과가 없었어요. 열흘이 다 지나가게 되자 경찰이 무리수를 둡니다. 이미 만화방 주인 정 씨를 불러서 그날 아이가 만화방에 안 왔다는 말을 들은 상태였는데요.

◇ 김현정> 아이가 만화방에 안 왔어요?

◆ 손수호> 처음 경찰에서 정 씨는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 김현정> 보지도 못했다는 얘기인 거죠?

◆ 손수호>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다시 불러서 고문을 합니다. 비행기 태우기, 통닭구이 이런 명칭의 고문을 가하는데요.

◇ 김현정> 들으면 대충 아시죠?

◆ 손수호> 또 잠도 안 재우고요. 결국 검거 시한 열흘이 끝나는 바로 그날 정 씨가 검사에게 강간 살인을 자백하게 된 거죠.

◇ 김현정> 그냥 했다고.

◆ 손수호> 그리고 관련자들의 진술과 증언도 다양하게 나왔는데, 이것도 강압에 의한 것이었어요.

◇ 김현정> 그것도. 아까 빗하고 연필하고 다 이런 게?

◆ 손수호> 그렇습니다. 종업원이 "저는 이거 처음 보는 겁니다"라고 했는데, 폭행이 이어지자 결국은 "제 겁니다"라고 거짓 진술을 하게 됐고요. 그 폭행 장면을 눈앞에서 봤던 정 씨의 아들도 연필이 자기 거라고 허위로 말한 거죠.

◇ 김현정> 그 조그마한 아이 앞에서 폭행을 막 하면서 거짓된 진술을 강요하니까. 얘도 그냥 무서워서 이 연필 제 거 맞아요, 맞아요. 이렇게 된 거예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원래는 고문이나 강간에 의해서 얻은 자백이나 증거 이런 것 인정 안 되잖아요.

◆ 손수호>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니까요. 재판에서 증거 능력이 없는 게 당연하죠. 심지어 정 씨 본인도 재판에 나와서는 "경찰의 가혹행위를 이기지 못하고 허위로 자백한 겁니다"라고 호소했어요. 그리고 빗 주인으로 지목된 종업원과 연필 주인으로 재판에 나온 어린 아들 역시 허위 진술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은 그렇게 간단하게 흘러가지 않았죠. 또 현장에서 발견된 물증인 연필. 굉장히 중요한 증거가 됐죠.

◇ 김현정> 연필이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증거가 됐다?

◆ 손수호> 중요한 증거 중 하나였죠.

◇ 김현정> 그래요?

◆ 손수호> 애초 경찰이 현장에서 발견한 연필은 짧은 길이의 노란색 연필이었어요. 그런데 검사는 15cm 길이에 긴 하늘색 연필을 재판에서 증거로 제출합니다. 이상한 일이죠.

◇ 김현정> 이상하죠.

◆ 손수호> 그리고 재판 전에 경찰이요. 정 씨 아내에게 아들의 필통을 가져오라고 시킵니다. 그러니 검사가 법정에서 아들에게 보여준 연필은 그 필통에 실제 있었던 거예요. 하늘색 연필을 보여주면서 "이 연필 네 거 맞지?"라고 물어보니까, 아들은 당연히 "그 하늘색 연필은 제 거에요"라고 말 했죠.

◇ 김현정> 재판 전에 아들 필통 가지고 오라고 해서 그거 네 거 맞지 했으니까.

◆ 손수호> 네, 현장에서 발견된 건 노란색 연필인데 그걸 보여주면서 이게 네 거 맞냐고 물어본 게 아니라, 직전까지 실제 아들이 가지고 있던 연필을 보여주면서 질문했으니까 당연히 이건 내 거라고 말을 한 거죠.

◇ 김현정> 그러면 지난번에 수사할 때, 경찰이 수사할 때 그 앞에서 막 폭력을 써서 거짓 진술 받았을 때는 진짜 연필이었고. 거기 현장에서 발견된.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이번에 재판에서는 지금 책가방에서 가져온 연필 가지고 이거 네 거 맞지, 이렇게 물어봤다는 거예요?

◆ 손수호> 네. 아무래도 경찰과 검찰이 수사할 때 어떤 문제점들이 있다는 걸 스스로 알았기 때문에 이렇게 무리수를 둔 것 같은데요. 범행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모 씨. 그런데 이 모씨는 현장에서 본 건 누런 빛깔 연필이라고 했어요.

◇ 김현정> '저거 아니에요. 저 파란 색깔 아니에요'라고 했어요.

◆ 손수호> 그런데 검사가 이 모씨를 위증죄로 구속해 버립니다. 그리고 구속된 상태에서 다시 법정에 나온 이 모씨가 증언을 번복했습니다. 현장에서 본 게 노란색이 아니었다. 하늘색이 맞다고 한 건데요.

◇ 김현정> 또 폭행이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그 상황에.

◆ 손수호> 짐작은 할 수 있겠죠. 또 폭행이 없었어도 구속 상태 자체가 큰 영향을 미쳤겠죠. 결국 노란색 짧은 연필이 아니라 하늘색 긴 연필이 현장에서 발견된 것처럼 인정되고 만 거죠.

◇ 김현정> 되고 만 거예요.

◆ 손수호> 이 연필이 유죄의 주요 증거되었습니다.

◇ 김현정> 만화방 주인 정 씨 입장에서는 정말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 벌어진 거예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원래 정 씨는 신학교를 다니던 예비 목사였습니다. 그런데 생활고 때문에 신학교 포기하고 만화방을 차린 건데요. 무기징역형 확정된 후 모범수로 선정돼서 징역 15년형으로 감형이 됐고 1987년에 출소합니다. 하지만 이미 가족들은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 손수호> 충격에 빠진 아버지는 쓰러져서 1년도 안 돼 사망했고요. 아내도 이 사건 직후 교통사고를 당해 장애인이 됐고. 또 아들도.

◇ 김현정> 아까 그 아들.

◆ 손수호> 어린 아들이요. 법정에서 자기가 한 증언 때문에 아버지가 누명 쓰게 되었다는 죄책감을 평생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됐죠.

◇ 김현정> 그래요. 그런데 다행인 건 재심에서 무죄 결정이 내려졌다면서요, 후에?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조사 건으로 지정한 '춘천 강간살해 사건'은 영화 '7번방의 선물'의 모티브가 된 사건으로 ‘파출소장 딸 살인사건’으로도 알려져있다.

 

◆ 손수호> 그것도 쉽지 않았어요. 오래 준비해서 1999년에 재심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2년이나 심리한 법원은 정 씨나 주변인의 이야기를 믿을 수 없다면서 받아주지 않았고요.

◇ 김현정> 기각됐습니까?

◆ 손수호> 네. 그런데 참여정부 때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만들어졌죠. 2005년에 정말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문을 두드렸습니다.

◇ 김현정> 거기서 다뤄줬습니까?

◆ 손수호> 다행히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당시 경찰관을 만나서 정 씨가 주장하는 고문 방식이 실제로 쓰였다는 진술을 얻어냈어요.

◇ 김현정> 경찰로부터.

◆ 손수호> 또 당시의 만화방 종업원들을 만나서 경찰과 검사의 감금, 폭행, 회유 때문에 거짓말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또 하나 더. 이건 정말 충격적인데요. 당시 피해 아동의 사체 등에서 발견된 범인의 정액이 있었는데요. 이걸 국과수에서 분석한 결과, 진범의 혈액형은 A형이었다고 나왔었습니다.

◇ 김현정> 정 씨는 뭔데요?

◆ 손수호> B형입니다.

◇ 김현정> 결정적으로 다르네요.

◆ 손수호> 그런데도 정 씨가 유죄 판결을 받은 거죠. 결국 경찰, 검찰, 국과수 모두 처음부터 정 씨가 진범이 아니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 김현정>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얘기가 이럴 때 쓰는 게 아닌가 싶은데. 그러니까 애매한 것도 아니고, 진범이 아니라는 결정적인 증거까지 확보한 상황에서도 범인으로 만들었다는 얘기잖아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렇다 보니 진실화해위원회가 사법부에 재심을 권고했고요. 2007년도에 무려 35년 만에 다시 재판이 열렸고 결국 무죄 판결이 선고됐습니다. 그때 재판부가 이렇게 반성했어요.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고통 겪었을 피고인이 마지막으로 희망을 기대했던 게 법원이다. 그런데 법원도 적법절차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부족했다. 그 결과 피고인의 호소를 충분히 경청할 수 없었다는 것에 대해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다"고 했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 손수호> 하지만 검찰은 곧바로 항소했고요.

◇ 김현정> 항소를 했어요?

◆ 손수호> 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유지되자 상고까지 했습니다. 2011년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이 확정됐죠.

◇ 김현정> 참 긴 싸움이었네요.

◆ 손수호> 이때 정 씨의 나이가 77살이었습니다. 사건 발생 후 39년이나 지났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요. 결국 이렇게 인생을 다 버린 거잖아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청춘이 다 지나간 거죠.

◇ 김현정> 진실이 밝혀진 게 그나마 다행입니다만 너무 늦었어요.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라면서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게 끝이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했습니다.

◇ 김현정> 뭔가요?

◆ 손수호> 형사 보상 및 명예 회복에 관한 법률에 "형사 보상 제도"가 있어요. 국가가 수사나 재판을 잘못해서 억울하게 구금되거나 징역살이 한 경우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거죠. 그리고 이런 형사 보상금과 별개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도 할 수 있어요.

◇ 김현정> 그렇죠.

◆ 손수호> 그래서 장기간 이렇게 큰 고통 겪은 후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받기도 합니다. 실제로 정 씨와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해서 1심에서 26억 원 지급 판결을 받았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이 판결이 항소심에서 완전히 뒤집혀버립니다.

◇ 김현정> 이게요?

◆ 손수호> 소멸시효 기간을 열흘 지났다. 그래서 배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인데요.

◇ 김현정> 이게 무슨 말입니까?

◆ 손수호> 1심과 2심의 결론이 완전히 다른데요. 그 이유가 뭔가. 이 사건 1심 판결과 2심 판결 사이 그 중간에 대법원의 판례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사 사건 피해자들이 굉장히 많은데, 법원은 그동안 그들이 국가를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3년으로 보았어요.

◇ 김현정> 상황이 정확히 밝혀진 후로 3년 안에 뭔가 신청하지 않으면 소멸된다?

◆ 손수호> 그런데 대법원이 입장을 바꾼 겁니다. 3년이 아니고, 재심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된 날 또는 이번 사건처럼 형사 보상 청구를 한 경우에는 형사 보상 결정이 확정된 날로부터 6개월 내에 청구해야 한다. 6개월 지나면 못 받는다는 거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사건의 경우 형사 보상 결정이 확정된 날로부터 6개월 하고도 10일 된 날 소 제기됐습니다.

◇ 김현정> 0이 됐어요, 그러면?

◆ 손수호> 네. 바뀐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결과 손해배상액이 0이 된 거죠.

◇ 김현정> 이렇게 됐군요. 이게 참... 들으면서도 너무한다, 너무한다 생각이 들고 국가가 못할 짓을 어쨌든 많이 한 셈이 됐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사건을 그래서 이번에 과거사위가 다시 한 번 사전조사 해 봐라, 문제가 없었는지. 이런 대상으로 꼽은 겁니다. 여기서 손 탐정이 주목한 첫 번째 포인트는 뭔가요.

◆ 손수호> 모두가 독재의 피해자다. 박정희 대통령의 한마디가 이런 무리한 수사로 이어지고 수많은 피해자가 생겨났죠. 사실 처벌을 피한 진범 말고는 모두가 피해자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모두가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또 국가가 정말 반성하고 있나. 이 부분도 점검해야 될 것 같은데요.

◇ 김현정> 소멸시효 얘기 들으니까 진짜 반성하고 있는 건가 모르겠는데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물론 소멸시효 제도 자체에는 순기능이 있죠. 하지만 국가가 잘못을 저질러서 긴 시간 동안 고통 받은 사람이 있는데도 국가가 소멸시효 항변을 한다? 이게 법 감정에 맞는지 정의 관념에 부합하는지 굉장히 의문스럽습니다.

◇ 김현정> 그리고 이 분 같은 경우는 1심하고 2심 사이에 소멸시효가 줄어든 거라면서요?

◆ 손수호> 소멸시효가 줄어들었다기보다 대법원 판례상 법리가 바뀌면서 발생한 결과죠.

◇ 김현정> 그런데 이분 같은 경우는 그 전의 것으로 적용을 해 줘야 되는 게 아닌가. 저는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 손수호> 그런 의견도 제시할 수 있겠죠. 다른 잘못도 아니고 이렇게 큰 잘못을 해놓고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게 타당하냐는 거죠. 한번 비교해볼까요. 위안부 강제 동원 그리고 노동자 강제 징용한 일본. 일본에게 배상금 받아내야 하죠. 그런데 일본이 항상 활용하는 논리가 있습니다. 바로 소멸시효 완성됐다는 주장이죠. 이번 사건과 같은 격입니다.

◇ 김현정> 그러네요. 이 사건을 통해서 들여다볼 점 마지막은 뭡니까?

◆ 손수호> 여전히 재조사가 필요하다. 이미 긴 시간이 지났지만, 도대체 누가 이런 무리한 수사를 지시 또는 지휘했는지. 배후가 누구인지, 실제 증거를 왜 감춘 건지, 어떻게 감출 수 있었는지. 궁금한 점이 너무나 많습니다.

◇ 김현정> 오늘 아주 중요한 사건 많이 흘렀지만 왜 과거사위가 주목하는지 그 이유들을 하나하나 짚어주셨습니다. 손수호 탐정의 마지막 한마디.

◆ 손수호> 하늘은 옳지 못한 사람을 반드시 죽인다. 무서운 말이죠. 명심보감에 있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 피해자인 정 목사가 한 말인데요.

◇ 김현정> 그 만화방 주인 정 모씨 이분이 한 말?

◆ 손수호> 정 씨는 경찰 등을 다 용서했어요. 하지만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더라도 9살 여자아이를 강간살해한 진범이 누구인지 반드시 찾아내서 진실을 밝혀야 하겠습니다.

◇ 김현정> 먹먹해집니다, 오늘도. 탐정 손수호. 손수호 변호사 수고하셨습니다.

◆ 손수호> 감사합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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