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外人 신장 논란…키가 작을수록 득점이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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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KGC인삼공사의 데이비드 사이먼 (사진 제공=KBL)

 


프로농구 외국인선수 데이비드 사이먼은 지난 2일 쓸쓸하게 가로수길을 걸었다.

키가 너무 커서 마음이 아팠다. KBL은 2018-2019시즌부터 신장 200cm가 넘는 선수의 리그 진입을 차단한다. 사이먼의 공식 신장은 203cm.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신장 재측정을 했다. 두 차례에 걸친 측정 결과 202.1cm가 나왔다.

2017-2018시즌 안양 KGC인삼공사 유니폼을 입고 평균 25.7점을 올리며 득점왕에 등극한 사이먼은 다음 시즌 KBL 코트에 설 수 없다.

사이먼은 'KBL 패밀리'나 다름 없는 외국인선수다. 지난 2010년 KGC인삼공사 유니폼을 입고 KBL에 데뷔했고 2014년부터 4년 연속 프로농구 무대에서 뛰었다.

사이먼은 원주 DB와의 정규리그 마지막 맞대결 그리고 4강 플레이오프에서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김주성이 교체 출전할 때마다 먼저 다가가 엉덩이를 툭 치며 인사를 건넸다. 그는 국내선수들에게 좋은 친구였고 팬들에게는 외국인선수 이상의 존재였다.

어떻게든 KBL 출전 자격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외국인선수들이 KBL을 방문해 신장을 측정하는 촌극은 앞으로도 계속 벌어질 것이다.

김영기 KBL 총재는 2014년 부임했다. "평균 득점이 곧 팬들의 만족도"라며 개혁안을 제시했는데 바로 외국인선수의 신장 제한이었다. 2015-2016시즌부터 각 구단이 영입하는 외국인선수 2명 중 1명의 신장을 193cm 이하로 제한했다.

조 잭슨, 키퍼 사익스, 안드레 에밋, 디온테 버튼 등 작고 기술이 뛰어난 단신 외국인선수들은 지난 3시즌동안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껏 고무된 KBL은 외국인선수 신장제한을 강화했다. 2018-2019시즌부터 장신 선수는 신장 200cm를 넘을 수 없고 단신 외국인선수의 최대 신장은 186cm로 제한된다.

이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불도저식 행정이 잡음을 일으켰다.

KBL은 단신 외국인선수가 들어오면서 경기 속도가 빨라지고 평균 득점이 상승했다고 주장한다.

김영기 총재가 부임하기 전 2013-2014시즌의 리그 평균 득점은 73.4점이었다. 2017-2018시즌 평균 득점은 84.1점으로 약 11점 정도 상승했다.

하지만 단신 외국인선수의 가세가 리그 평균 득점 상승의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단신 외국인선수가 뛰기 시작한 2015-2016시즌부터 외국인선수의 출전 쿼터수가 4개에서 6개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보통 1,4쿼터에는 한명씩, 2,3쿼터에는 두명씩 뛰었다.

기량이 뛰어난 외국인선수 2명이 한꺼번에 코트에 나서면 '그들의 신장과 관계없이' 평균 득점이 늘어나는 건 당연하다.

2명 보유 1명 출전 혹은 5쿼터 출전 제도 하에서는 평균 득점이 낮았다. 외국인선수 2명이 함께 뛸 때가 많았던 2010년 이전의 프로농구는 늘 평균 득점이 80점을 넘었다.

농구 팬들도 이같은 사실을 모를리 없다. 하지만 KBL은 의결권을 갖고 있는 이사회 설득에만 집중했을뿐 외국인선수 신장 제한과 관련해 농구 팬들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정통 센터가 득세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애런 헤인즈처럼 빠르고 득점력이 뛰어난 포워드를 장신 외국인선수로 데려오는 구단은 그동안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KBL은 올해부터 드래프트가 아닌 자유계약으로 외국선수를 뽑는다. 각 구단이 팀에 필요한 유형의 선수를 직접 스카우트할 수 있다. 그 자체만으로 경기력 향상을 기대할만한 하다.

또 최근 프로농구 득점력 상승 원인으로 '스페이싱'과 3점슛 시도 증가 등 현대 농구의 흐름을 따라가려는 구단의 노력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장의 판단에 맡기면 된다.

KBL의 일방통행에 농구 팬들의 시선은 점점 더 싸늘해져만 간다. 김영기 총재 부임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던 프로농구 정규리그 평균 관중은 올시즌 20년만에 처음으로 평균 3000명대 아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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