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유출 파문에 휩싸인 페이스북이 데이터 브로커와 연계를 중단키로 하는 등 투명성 강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실리콘밸리 직장인 3명 중 1명은 "페이스북을 지우겠다"고 답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광고주의 광고 대상 사용자 선정을 돕는 익스페리언(Experian), 액시엄(Acxiom) 등 대형 데이터 브로커와 파트너십을 끊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그간 데이터 브로커들이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광고주들이 특정 페이스북 이용자들을 겨냥한 '타깃광고'를 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해왔지만 앞으로는 이를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또 스마트폰용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설정 메뉴를 바꿔 약 20개 화면에 흩어져 있던 정보를 하나의 통합된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사생활, 보안, 광고에 관한 정보를 더욱 쉽게 찾을 수 있는 '개인정보 보호 바로가기'(Privacy Shortcuts)도 새로 만들었다.
페이스북은 '내 정보 확인'(Access Your Information) 페이지를 추가해 사용자가 올린 게시글과 반응, 댓글, 검색 내용 등을 직접 살펴보고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더는 공개하고 싶지 않은 게시글이나 프로필 정보 삭제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같은 페이스북의 안간힘은 무색하게 될 전망이다. 29일 직장인 인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는 3월 20일~24일 실리콘밸리에 근무하고 있는 IT기업 재직자 2600명을 대상으로 '페이스북 스캔들로 인해 페이스북을 탈퇴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 결과 응답자의 무려 31%가 "페이스북을 삭제하겠다"고 답했고 특히 이 중에는 페이스북 직원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속 회사별로는 마이크로소프트 재직자의 50%가 "페이스북을 삭제하겠다"고 응답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스냅 46%, 우버 40%, 구글 38%, 아마존 34%가 이번 파문으로 인해 페이스북을 삭제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페이스북이 정보유출 논란 때문에 오는 5월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공개 예정이던 스마트스피커를 당분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은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스피커를 통해 아마존 에코에 도전할 계획이었지만 사용자 정보유출 논란에 휩싸인 시점에 더 많은 고객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를 내놓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가을로 계획했던 스마트스피커 출시도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페이스북은 영국의 데이터 분석 기업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에 페이스북 가입자 5000만 명 이상의 개인정보를 유출해 주가가 폭락하는 등 설립 14년 만에 회사의 존폐가 흔들리는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유출된 개인정보는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에 활용된 사실이 드러나 더욱 파장이 크다.
이후 해시태그 #deletefacebook(페이스북을 삭제하라)을 활용한 페이스북 계정 탈퇴 운동이 확산해 테슬라와 스페이스X, 가수 겸 영화배우 셰어(Cher) 등이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했다.
28일에는 2500여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대표적인 성인잡지 플레이보이도 팬들의 정보유출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페이스북 계정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플레이보이 창업자 휴 헤프너의 아들 쿠퍼 헤프너 CCO(최고창의성책임자)는 트위터에 게시한 글에서 페이스북과 결별을 선언하면서 페이스북이 "성적으로 억압적"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는 본 사건으로 미국, 영국, EU의 의회 조사에 소환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