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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최대집, 테이블에 다시 머리찧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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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협회가 협상에 나서야 하는 이유

지난해 9월 최대집은 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추무진 의사협회장 불신임 부결에 항의하며 테이블에 머리를 찧었다 (사진=유투브 영상 캡처)

 

지난 23일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에서 최대집 후보가 당선됐다.

'문재인 케어를 막을 유일한 사람'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표심잡기에 열을 올려온 인물이다.

최 후보가 당선된 뒤 뒷말이 무성했습니다. 최 당선인의 '정치적 편향성이 우려스럽다', '부끄럽다', '사이다(시원하다)였다' 등.

의사협회 회원들 사이에서는 최대집후보가 의사협회를 대표하게 된 데 대해 '당연한 귀결'이라는 입장과 '의외였다'는 의견이 반반으로 갈렸다고도 한다.

어찌됐던 정부로서는 골치 아픈 지경에 처했다.

최 당선인은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한 대정부, 대국회 투쟁을 강하게 피력해 온 인물이다.

더구나 탄핵 정국 당시 서울 도심에서 태극기집회를 이끈 주역 중 한 명이라는 그의 정치적 색깔을 떠나서 현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반대정서를 수렴해 의료계 최대 이익단체의 수장이 됐다는 점에서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는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심화가 불 보듯 뻔하다.

복지부와 의사협회는 지난해 12월 '의-정 실무협의체'를 구성한 뒤 9차례의 협상을 벌였지만 소득이 없었다.

(사진=최대집 페이스북 캡처)

 

지난 13일에는 상복부 초음파 건강보험 확대를 4월 1일부터 실시하겠다는 고시 개정안을 복지부가 행정예고하면서 양측의 간극은 더욱 벌어졌다.

작금의 상황에서 협상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최 당선인은 정부와의 협상 전제조건으로 고시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문재인케어는 비급여의 급여화를 통해 건강보험 보장률을 현재의 63%에서 70%로 끌어올리겠다는게 핵심이다.

의료약자에 대한 국가의 책임성 강화는 의료서비스 수용자에게 좀 더 다가가겠다는 정책 의지의 일단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정부가 이를 빌미로 의료계를 장악하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정부도 의료계도 모든 재화와 용역의 판매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용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의료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의료계에서 존경받는 한 의사가 회고록에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환자를 치료하다가 환자로 치료를 받아 본 경험을 담은 얘기다.

"모든 상품의 가치는 공급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에 의해서 매겨지는 것인데 오직 의료서비스라는 상품만은 수요자의 뜻과는 달리 공급자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강요되고 있으니 이는 시장원리에도 맞지 않는 의료폭력일 뿐이다."

지금은 투쟁이 아니라 협상에 나설 때다. 수용자 입장에 서야 의사협회가 우려하는 보건의료정책의 포퓰리즘도, 그리고 정부의 의료계 장악도 막을 수 있다.

얼마전 한미 FTA협상을 이끈 김현종 통상본부장은 "한미 FTA를 지킨다는 생각보다는 국익과 국격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협상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의사협회와 최대집 당선인이 의료서비스 수용자인 국민만 생각하고 협상테이블에 앉는다면 다시 테이블에 머리를 찧지 않아도, 다시 태극기를 휘날리지 않아도 의사로서의 자존감을 높이 세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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