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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진 역할 줄이기' KCC 4강 이끈 과감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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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전주에서 열린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최종전에 뛰고 있는 KCC 안드레 에밋과 찰스 로드 그리고 전자랜드의 네이트 밀러 (사진 왼쪽부터) [사진 제공=KBL]

 


하승진은 뛰어난 선수다. 국내 최장신(221cm) 센터로 골밑에서 위압감이 남다르다. 프로농구 사령탑들은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당시 "건강한 하승진은 정말 상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농구 경기는 복합적이다. 신장이 크다고 해서 해당 팀에게 일방적으로 우세하지만은 않다. 어디서나 역(逆) 미스매치가 존재한다. 높으면 높을수록 스피드 싸움에서는 밀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요즘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높이를 포기한 '스몰라인업'으로 페이스(pace)를 끌어올려 상대를 공략하는 팀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

전주 KCC의 추승균 감독은 26일 오후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와의 6강 플레이오프 최종전에서 과감한 선택을 했다.

외국인선수 2명이 함께 뛰는 2,3쿼터동안 하승진을 벤치에 앉혀둔 것이다.

전자랜드는 193.9cm의 센터 브랜든 브라운을 필두로 빠르고 역동적인 공격을 펼치는 팀이다. 하승진을 갖춘 KCC의 높이 장점을 약점으로 만들 수 있는 팀이다.

KCC는 4차전에서도 이같은 선수 기용을 시도한 바 있다. 하승진은 4차전에서 2쿼터 내내 벤치를 지켰고 3쿼터 1분 출전에 그쳤다. 당시 KCC는 2쿼터 10분동안 전자랜드에 21-14로 앞섰으나 전자랜드가 적응을 마친 3쿼터에는 14-25 열세를 보였다.

KCC가 시도한 농구의 색깔은 5차전 들어 더욱 뚜렷해졌다.

1쿼터를 23-14로 마친 KCC는 2쿼터 10분동안 전자랜드의 득점을 12점으로 묶고 21점을 몰아넣었다. 전반전 스코어는 44-26, KCC의 리드.

하승진이 빠진 KCC는 시리즈 내내 불안했던 지역방어를 활용할 이유가 없었다. 에밋이 전자랜드 해결사 브라운의 수비를 담당할 때가 많았다. 찰스 로드는 상대적으로 수비 부담이 적은 네이트 밀러를 맡으면서 브라운의 공세를 도움수비로 경계했다. 폭넓은 수비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따.

KCC는 전자랜드의 발을 발로 잡겠다고 나섰다. 로드의 높이만으로도 브라운에게는 적잖은 부담이 됐다. KCC의 수비는 범위가 넓었고 또 빨랐다. 득점력은 떨어지나 수비력만큼은 리그 정상급인 가드 신명호의 중용 역시 효과를 봤다.

전자랜드는 2쿼터에 3점슛 4개를 던져 1개도 넣지 못했다. 전반전 성공률이 0%. 10개를 시도했으나 10개 다 실패했다.

KCC는 하승진이 출전한 1쿼터에서도 지역방어를 쓰지 않았다. 하승진이 맨투맨 수비에서 직접 브라운을 맡았다. 하승진은 자신의 역할을 받아들였다. 어느 때보다 낮은 수비 자세로 브라운 수비에 최선을 다했다.

KCC 하승진이 26일 전주에서 열린 전자랜드와의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최종전에서 동료들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 제공=KBL)

 



전자랜드는 3쿼터 10분동안 23-17로 앞서며 반격을 개시했다. 4차전과 마찬가지로 KCC의 수비에 적응한 것이다. 정효근의 3점슛 2개가 컸다.

하지만 KCC는 3쿼터 종료 0.8초 전 터진 송교창의 3점슛으로 61-49로 앞선 가운데 3쿼터를 마쳐 한숨을 돌렸다.

KCC는 4쿼터 들어 로드의 연속 득점과 이정현의 3점슛 등을 묶어 점수차를 다시 20점 가까이 벌리며 승기를 잡았다. 1쿼터에 4분 출전한 하승진은 4쿼터 종료 5분 여를 남기고 투입돼 KCC의 골밑을 굳게 지켰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4쿼터 중반 KCC 에밋이 5반칙 퇴장을 당한 순간 KCC와 전자랜드 선수들이 서로 신경전을 벌여 코트가 잠시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결국 전자랜드는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KCC가 전자랜드를 79-64로 누르고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승리,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로드가 27점을, 에밋이 20점을 기록했고 이정현도 15점을 보탰다. 하승진은 2점 4리바운드에 그쳤지만 종료 1분 여를 남기고 벤치로 물러날 때 누구보다 큰 박수와 함성을 이끌어낸 선수이기도 했다.

벼랑 끝 승부에서 상대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하승진의 역할을 줄인 KCC의 과감한 선택이 성공을 거뒀다. 5차전에서 하승진의 역할은 줄었지만 향후 기대 가치는 줄어들지 않는다. 6강 최종전은 4강에 진출한 KCC의 전술적 선택지를 하나 늘려준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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