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다스의 실제 주인을 묻는 질문에 검찰이 답을 내놓기까지 10년이 걸렸다. 검찰은 왜 같은 질문이 던져졌던 2007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것을 밝히지 못했을까. '드디어' 실체를 밝힌 검찰은 '조직적인 증거인멸 행위'가 배경이었다고 본다.
21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임을 명확히 하면서 2007년 특검에서 다스 지분 소유 등이 인정될 경우 공직자윤리법위반죄와 공직선거법위반죄에 해당돼 대통령 당선부터 무효가 될 수 있었다고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그만큼 17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당시에는, 국민적 의혹이 일었던 이 전 대통령의 도곡동 땅 및 다스 지분 소유 의혹이 지금보다 훨씬 더 민감한 이슈였다. 그럼에도 2007년부터 이듬해까지 이어진 검찰 수사에서 이 전 대통령은 혐의점을 잡히지 않았다.
◇ 변호사가 검사 역할 맡아 '입 맞추기 역할극'까지 체계적 증거인멸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드러난 사실을 보면, 이 전 대통령은 조직적인 증거인멸과 말맞추기를 해왔다. 자신의 돈으로 설립한 다스를 30년 동안 차명 소유하면서 '개인 자금 창고'처럼 사용해 올 수 있었던 배경이다. 수 차례 검찰 수사를 피해간 비결이기도 하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특검에 앞서 측근인 김백준 전 청와대총무기획관과 처남이자 차명재산 관리인이었던 김재정 씨, 김성우 다스 사장 등 관련자들과 수회에 걸쳐 대책회의를 열었다.
대책회의에서 이들은 형인 이상은 회장이 주인이고 이 전 대통령은 도곡동 땅과 다스 소유와 관련이 없다는 진술을 맞추기 위해 '역할극'까지 했다. 변호사에게 검사 역할을 시키고 다스 임직원들이 신문에 임하는 방식으로 허위진술 연습을 한 것이다.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증거서류를 소각·폐기하고 컴퓨터 디지털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은 기본이다.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계좌를 빌려준 이들을 도피시키기까지 하는 등 검찰이 실오라기 같은 증거도 잡지 못하게끔 했다.
단순한 '은폐'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의혹 제기 자체를 차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격'을 펼치기도 했다. 대선을 앞두고 관련 의혹을 제기한 정동영 당시 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측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등의 혐의로 고발한 것이다. 또 '민주신당과 국정원 등 정부관계자가 김경준의 허위 폭로에 관여한 정황이 있다'는 취지로 수사의뢰했다.
◇ 직원의 '개인횡령' 결론 내린 특검이 전 대통령 측의 정교한 증거인멸 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검찰이 그간 수사에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했는지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 대목이다. 검찰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내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2008년 정호영 특검이 다스의 120억원 횡령 사실을 파악하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특검은 거액의 비자금을 경리직원의 단독범행으로 결론 내리고 회사 차원의 개입에 대해선 밝혀내지 못했다.
정 전 특검에 참여했던 당시 관계자는 "경리직원의 존재를 안 것도 수사막바지였기 때문에 시간에 쫓겨 추가 계좌영장을 청구하기도 어려웠다"면서도 "솔직히 무서운 것도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