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문무일 검찰 총장이 애초 이명박 전 대통령(MB)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정했다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기관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20일 CBS노컷뉴스 기자와 만나 "문 총장은 MB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스탠스를 유지하다가 여러 의혹이 터져나오자 청구쪽으로 바꿨다"며 "결국 언론과 여론이 영장 청구를 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이 전 대통령 수사팀이 성역없이 수사할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대신 신병처리는 자신이 결정하겠다는 뜻을 수사팀에 전달했고, 수사팀도 이를 수용했다.
문 총장에 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불구속 수사를 하려고 한 것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상징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보수 진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 전 대통령까지 사법처리를 앞두자 '야당 탄압'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상기 법무장관도 처음에는 '인권 문제'를 강조하면서 불구속수사 원칙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고구마 줄기처럼 각종 의혹이 터져나오고, 부인인 김윤옥 여사 관련 의혹이 추가되면서 문 총장이 구속영장 청구쪽으로 선회했다.
다른 사건과 비교해 형평성 문제도 고려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봐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의 의중에 관련해서는 "개별 사건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로 판단한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횡령액수는 350억원, 조세 포털액은 30억원에 이른다.
검찰이 청구한 영장은 A4지 207쪽 분량으로, 6개의 죄명에 10여개의 범죄혐의가 적혀있다.
김 여사는 다스 법인 카드를 사용하고 김성우 당시 다스 사장을 통해 회사 명의의 고급 승용차를 이용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재미 여성 사업가로부터 명품 가방을 받았다가 문제가 될 상황에 처하자 금품을 주고 이를 덮으려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때문에 지능적인 수법으로 거액의 비리를 일으킨 이 전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무책임하게 대통령의 권한을 넘겨 국정 농단 사태를 일으킨 박 전 대통령보다 죄질이 나쁘다는 지적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