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선생님' 김학범 감독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가장 간단한 답을 먼저 알려준 뒤 훈련을 시작했다.(사진=대한축구협회)
호랑이는 절대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최근 김봉길 감독에서 김학범 감독으로 지도자를 교체했다.
앞서 출전한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우승 무산의 충격 때문이다.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아시안게임 2연패에 도전하는 한국이라는 점에서 ‘모의고사’ 성격이 컸던 2018 AFC U-23 챔피언십의 실패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였다.
불과 아시안게임을 6개월여 앞두고 감독 교체라는 강수를 둔 만큼 가장 효과가 큰 지도자가 필요했다. 그리고 최종 선택된 이는 김학범 감독이다. 무조건 성적을 내야 하는 부담에도 김 감독은 무거운 짐을 짊어졌다.
김학범 감독은 새 판을 짰다. 전임 감독 체제와 인연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지만 확실한 선을 그었다. 1차 소집에 무려 29명의 K리거를 소집하며 선수들에게 건강한 긴장감을 선사한 것만으로도 김학범 감독이 만들 U-23 대표팀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치열한 생존 경쟁이다. 이를 위해 ‘호랑이 선생님’은 처음 자신과 만난 U-23 대표팀 예비 후보들에게 ‘맹호’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무대는 물론, 아시아 무대에서도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고 말았다는 아쉬운 진단을 내린 김 감독의 강력한 주문이다.
아시안게임 출전 선수는 20명이다. 이 가운데 골키퍼 포지션 2명, 와일드카드 최대 3명을 제외하면 필드플레이어는 15명까지 줄어든다. 김학범 감독은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한 한찬희(전남)와 박인혁(대전)을 제외한 27명을 소집하며 소속팀 일정으로 합류하지 못한 백승호(지로나)와 이승우(베로나) 등 해외파 10여명의 이름을 거론했다.
김학범 감독의 23세 이하 축구대표팀에 1차 소집된 '새끼 호랑이'들은 첫 훈련부터 치열한 생존 경쟁을 시작했다.(사진=대한축구협회)
여기에 1999년생 전세진(수원)이 1차 소집 명단에 합류하며 U-23대표팀에는 23세에 가까운 선수를 선발한다는 지금까지 대표 선발의 기준에서 벗어나 능력 있는 선수라면 나이에 관계없이 뽑겠다는 확실한 기준도 제시했다.
또한 그동안 와일드카드로는 병역을 해결하지 못한 23세 이상의 선수를 먼저 선발했던 전례에서도 벗어난다는 구상이다. 금메달 도전을 위해 필요한 선수라면 병역을 해결한 선수라도 선발해 전력 극대화를 도모한다는 목표까지 공개했다.
추가로 와일드카드 선수가 합류해 100%의 전력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와일드카드 선수 없이 전력의 100%를 완성한 뒤 와일드카드 선수가 합류해 전력이 배가되는 효과를 목표했다. 이를 위해 2018 러시아월드컵 기간 진행할 2차 소집에는 해외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도 불러 전력 극대화를 추진한다.
김학범 감독은 “여기서 살아남지 못하면 어디서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래서였을까. 김학범 감독 체제의 U-23 대표팀은 첫 훈련부터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고 ‘호랑이 선생님’도 흡족한 듯 연신 미소를 보이며 “눈빛이 살아있다”고 선수들을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