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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물? 대타? 우리銀 오면 새 사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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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다시 태어났어요' 우리은행 포워드 김정은이 19일 국민은행과 챔피언 결정 2차전에서 4쿼터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포를 성공시킨 뒤 두 팔을 번쩍 들며 기뻐하고 있다.(아산=WKBL)

 

아산 우리은행이 여자프로농구 새 역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인천 신한은행(당시 안산 연고)이 2007년 겨울리그부터 달성한 6시즌 연속 통합 우승과 타이를 이루는 것은 물론 역대 최초 단일리그 6시즌 연속 통합 우승이 가시권에 들었다.

우리은행은 19일 충남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 2차전에서 63-50 완승을 거뒀다. 2연승으로 5전3승제 시리즈에서 1승만 거두면 정상에 오른다.

만약 우리은행이 올 시즌도 우승하면 2012-2013시즌부터 통합 6연패다. 이는 신한은행과 타이 기록이다. 다만 2007년 겨울리그와 2007-08시즌을 함께 치렀던 신한은행과 달리 우리은행은 단일리그로는 첫 6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현재까지 챔프전의 주역은 이적생들이다. 지난 시즌까지 부천 KEB하나은행에서 뛰었던 김정은(31·180cm)과 나탈리 어천와(26·191cm)다. 지난 시즌 뒤 천덕꾸러기였던 둘은 우여곡절 끝에 우리은행에 합류한 뒤 바야흐로 6연패의 일등공신이 되려 하고 있다.

둘은 2차전에서 나란히 양 팀 최다 18점씩을 넣으며 승리를 이끌었다. 김정은은 고비마다 양 팀 최다 3점슛 4방을 터뜨리며 5도움, 3가로채기 등 전방위적 활약을 펼쳤다. 어천와도 양 팀 최다 13리바운드를 걷어내 든든히 골밑을 지켰다.

1차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천와는 양 팀 최다 17리바운드와 팀 최다 15점, 김정은도 양 팀 최다 2블록슛에 알토란 14점을 결들였다. 특히 김정은은 국내 최장신 193cm의 박지수를 막아내면서도 값진 기록을 올렸다.

'환골탈태' 우리은행 센터 나탈리 어천와가 19일 챔프전 2차전에서 상대 박지수를 넘어 슛을 시도하고 있다.(아산=WKBL)

 

당초 둘의 올 시즌 성공은 장담하기 어려웠다. 김정은은 고질적인 무릎 부상 여파로 지난 시즌 데뷔 후 최저인 5.1점 2.6리바운드에 머물렀다. 경기 수도 단일리그제에서는 최소인 16경기만 뛰었다. 퇴물이라는 심한 표현까지 나왔다. 어천와도 지난 시즌 하나은행에서 평균 12점 6.8리바운드로 기대에 못 미쳤다. 올 시즌 외인 드래프트에서도 어느 구단의 선택도 받지 못했다.

그런 이들을 우리은행이 붙들었다. 우리은행은 하나은행과 FA(자유계약선수) 협상이 결렬된 김정은을 영입했다. 또 부상이 생긴 외인의 대체 선수로 어천와를 데려왔다. 시즌 전만 해도 이들의 활약 여부는 불투명했다.

하지만 예전 하나은행 멤버들은 멋지게 성공했다. 김정은은 정규리그 평균 12.8점 4.5리바운드 2.8도움으로 시상식에서 4년 만에 '베스트5'로 뽑혔다. 어천와도 평균 16.2점 11.2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골밑을 든든하게 지켰다. 그런 둘이 챔프전에서도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은행에서 혹독한 훈련 끝에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난 것이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은 엄청난 훈련으로 정평이 나 있는 지도자. 지옥 훈련에 한이 쌓인 선수들이 우승 뒤 위 감독 등 코칭스태프를 짓밟는 세리머니를 펼치는 이유다. 그런 위 감독이었기에 꼴찌팀을 일약 우승팀으로 바꿀 수 있었다.

'악마냐, 천사냐'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이 국민은행과 챔피언결정전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웃는 모습.(자료사진=WKBL)

 

이적생들인 김정은, 어천와야말로 누구보다 우리은행의 강훈련을 단번에 체험한 이들이다. 19일 경기 뒤 어천와는 일취월장한 체력과 기량에 대해 "우리은행의 훈련은 차원이 다르다"면서 "올 시즌 기록은 훈련의 성과이며 코트에서 승부욕을 불태우는 것도 흘린 땀이 아까워 꼭 이기고 싶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도 "어천와가 훈련 이틀 만에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고 맞장구를 치면서 "나나 어천와뿐 이나라 누구든 우리은행에서 훈련하면 새 사람이 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사실 최근 세 시즌 동안 부상으로 고전했다"면서 "그러나 아파도 동료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몸도 나아지고 기량도 좋아져 부활을 이룬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위 감독은 우리은행 선수들로부터 애증의 대상으로 꼽힌다. 죽을 만큼 힘든 훈련을 시키지만 어쨌든 우승이라는 선물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정규리그 MVP로 뽑힌 박혜진이 "감독님이 밉기도 하지만 훈련이 끝나면 가장 생각나는 사람"이라고 고마움을 드러낸 이유다.

올 시즌 전 위 감독은 "이번 시즌 목표는 김정은의 부활"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목표를 이뤄냈다. 김정은 부활의 마침표는 곧 우리은행의 우승. 위 감독의 우리은행이 바야흐로 여자프로농구의 새 역사를 눈앞에 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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