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도 몰랐는데…' 이젠 작가가 된 '순천 할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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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할머니들의 서울나들이 전시 '그려보니 솔찬히 좋구만' 성황

순천 할머니들의 서울나들이 전시 '그려보니 솔찬히 좋구만' 19명의 주인공 중 할머니 한 분이 밝게 웃고 있다. (사진=순천그림책도서관)

 

서울 종로구 효자동 갤러리 '우물'. 그 곳에선 할머니들의 생애 첫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전시회 제목도 구수하다.

"그려보니 솔찬히 좋구만"

갤러리에는 할머니들의 자화상부터 어린시절 이야기, 꿈, 추억이 담긴 그림이 걸려 있다.

김영분 할머니의 그림 (사진=순천그림책도서관)

 

어떻게 순천 할머니들의 그림이 서울까지 가게 됐을까?

할머니들의 꿈은 하나였다.

'한글공부'

3년 전, 한글작문교실 초등반에 모인 할머니들은 ㄱㄴㄷ부터 천천히 공부를 시작했다.

"세상에 뭐가 제일 좋냐고 물어봤을 때 다 필요없어. 글이 최고 좋은 것이여. 글보다 더 좋은 것은 없어"

"처음에는 연필도 잡는 방법을 몰랐는데 가면 갈수록 재밌습니다. 몸만 안 아프면 100세가 됐든 200세가 됐든 공부하고 싶습니다"

한글문해교실 초등반의 모습. 자기소개에 대해 함께 읽어보고 있다. (사진=전남CBS 김유리 리포터)

 

그리고 할머니들에게 그림이라는 새로운 기회도 찾아왔다.

순천시 관계자는 "어르신들의 열정과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고민했다. 도서관과의 협업으로 그림책 작가를 초빙해 그림책 만드는 수업을 병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할머니들의 그림그리기가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었다.

"생전 해보지도 않은 걸 해보라고 하니까 못한다고 했지. 동그라미도 그리면 아귀가 안맞고 터져버려"

"안한다고 계속 뺐지. 그리면서도 그림이 험해서 누가 볼까 창피해서 숨기고"

강중석 작가 또한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그림 그리는 걸 힘들어 하셔서 어떻게 수업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매주 그림실력이 느는 것을 보고 저도 놀랐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할머니들은 그림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그려보니 솔찬히 좋구만' 전시회에 많은 분들이 찾아왔다. (사진=순천그림책도서관)

 

강중석 작가는 그림책을 혼자 보기에는 아쉬웠다고 한다.

"그림책을 만들고 그냥 두기에는 아깝더라고요. SNS에 올렸더니 반응이 좋았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서울 전시회가 열리게 됐다.

매일 100여 명의 관람객이 갤러리를 메웠고, 판매할 책이 부족해 다시 인쇄하기도 했다.

안안심 할머니의 그림 작품 (사진=순천그림책도서관)

 

할머니들도 갤러리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상경했다.

"아이고 깜짝 놀랐어~ 그림도 요상하게 그렸는데 우리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놀랐어"

"우리 같은 무지렁이가 갤러리가 뭔지도 알았고, 우리들도 이런 것을 할 수 있는 거구나 하고 느꼈고"

"일평생 그런 기분을 못느껴보고 살았는데 내가 그린 그림책을 산다는 양반이 있었어. 또 사인해달라는 사람, 작가선생님 소리 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황홀했어"

순천할머니들의 서울나들이 전시 '그려보니 솔찬히 좋구만'는 오는 17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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