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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상대가 神을 찾게 만든 '완벽한 경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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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테니스 간판 정현.(자료사진=대한테니스협회)

 

'한국 테니스 간판' 정현(26위·한국체대)이 처음으로 남자프로테니스(ATP) 마스터스 1000시리즈 8강 진출을 이뤘다. 상대 선수가 경기 중 승부를 포기한 듯한 행동을 보일 만큼 완벽한 경기력이었다.

정현은 14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 웰스에서 열린 ATP 투어 BNP 파리바오픈(총상금 797만2535 달러) 대회 10일째 단식 4회전에서 파블로 쿠에바스(34위·우루과이)에 2-0(6-1 6-3) 완승을 거뒀다. 호주오픈을 비롯해 올해 출전한 5개 대회 모두 8강에 오르는 상승세를 이었다.

이 대회 및 ATP 마스터스 1000시리즈 첫 8강이다. ATP 마스터스 1000시리즈는 1년에 4번만 열리는 메이저 대회 다음으로 친다. 1년에 9번 열리며 BNP 파리바오픈은 시즌 첫 대회다.

물론 정현이 올해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 4강 신화를 이뤘지만 마스터스 1000시리즈에서는 이번에 처음 8강에 올랐다. 지금까지는 지난해 8월 로저스컵 16강이 최고 성적이었다.

완벽한 승리였다. 정현은 이날 1시간 18분 42초 만에 승리를 결정지었다. 1세트를 6-1로 가볍게 따내며 기선을 제압한 정현은 2세트도 첫 5게임을 내리 가져오며 손쉽게 승리를 가져갔다.

물론 2세트 살짝 고전하기도 했다. 정현은 6번째 게임이자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무려 7번의 매치 포인트 끝에 쿠에바스에 게임을 내줬다. 이후 두 게임을 더 내주며 흔들렸다. 이날의 유일한 '옥에 티'였다.

쿠에바스는 한때 세계 랭킹 19위까지 올랐던 32살의 베테랑. 그러나 요즘 대세인 정현에는 일방적으로 밀렸다.

승부가 기운 2세트 중반 쿠에바스는 경기를 포기한 듯한 동작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라켓을 집어 던지고 발로 차도 경기가 풀리지 않자 쿠에바스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손을 흔들기도 했다. 이 동작에 중계하던 테니스 TV 아나운서는 "'신이시여, 거기 위에 계십니까. 저 파블로예요'라고 하는 것 같다"는 재치있는 멘트를 내놨다.

정현은 8강 진출로 랭킹 포인트 180점을 확보, 다음 주 세계 랭킹이 23위까지 오를 전망이다. 8강전 상대는 '황제' 로저 페더러(1위·스위스)다. 호주오픈 4강전에서 정현은 아쉽게 발 부상으로 기권한 바 있다.

경기 후 정현은 코트 인터뷰에서 "ATP 1000시리즈 8강에 처음 올라 매우 기쁘다"면서 "8강 상대는 누가 되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한국어로 "많이 응원해주신 한국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면서 "그 덕에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고 8강전도 많이 오셔서 응원해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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