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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꺼리는 유명배우들" 지적에 문소리가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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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 수단인 폭로 넘어 다같이 할 수 있는 무엇이 생겼다"

배우 문소리가 지난 12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식 및 성폭력 실태조사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영화계 성폭력 실태조사 토론회' 말미에 다음과 같은 물음이 나왔다.

"할리우드와 비교했을 때 한국 미투 운동의 경우 유명 인사가 폭로하기보다는, 익명으로 밑에서 위로 폭로하는 형식이다. 한국의 유명 배우나 감독들은 왜 남녀 모두 이 운동에 적극적으로, 공개적으로 참여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한국영화계 성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성평등센터 '든든' 공동센터장을 맡은 영화제작사 명필름 심재명 대표가 먼저 답변에 나섰다.

"한국 사회 권력, 조직, 위계질서 문화의 특수성이 (영화계에서) 더욱 심화돼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미투 운동이 할리우드에서 비롯됐다들 하는데, 제가 알기로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해시태크 운동을 통한 것은 2016년부터 페미니즘 진영에서부터 비롯됐다. 이것이 사회적으로 폭발한 것은 서지현 검사의 뉴스 프로그램 출현에서부터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문화계 내 뚜렷한 권력관계, 위계질서, 그리고 여성 영화인의 입지 등이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훨씬 열악하기 때문에 폭로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트라우마나 상처가 만만치 않아서 조심스러워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한다."

이어 마이크를 넘겨받은 배우 문소리는 "유명인들의 폭로는 미투 운동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렇지만 이제 폭로…,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으로서 폭로를 한 것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 우리가 다같이 할 수 있는 무엇이 생겼다는 것이 중요하고 반갑다. '폭로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고민을 넘어 다같이 '한국영화계를 어떻게 바꿔나갈 것이냐'를 남성 영화인을 포함해 모든 영화인들이 머리와 마음을 맞대고 논의할 수 있는 곳이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날 문을 연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은 국내외 성평등 영화정책 연구·정책 제안을 비롯해 영화인의 성폭력 상담·피해자 보호와 지원 등을 맡는 조직이다.

문소리는 "그런 과제가 주어진 것 자체가 앞으로 우리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 같다"며 "그 점에 있어서 굉장히 많은 유명배우들도 반갑고 다행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 "영화계 성폭력 피해 유독 심각하다고 보지 말길…오히려 선제적 해결 노력"

지난 12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식 및 성폭력 실태조사 토론회'에 참석한 임순례(오른쪽), 심재명 센터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그 연장선상에서 이날 '영화계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중앙대 사회학과 이나영 교수는 "개인적으로 말씀드리면 지금 영화계에서만 실태조사가 이뤄졌고 다른 문화예술계에서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영화계 (성폭력) 피해가 유독 심각하다고 얘기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영화계가 이 문제를 오래 고민했고 선제적으로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에 이번 조사가 이뤄진 것이지, 영화계 문제가 더 심각하기 때문에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다른 연구들이 이뤄졌을 때 체계적인 비교 연구가 돼야 할 것 같다. 그럴 경우 연구 설계 과정에서부터 질문 등이 세심하게 구성된 상태에서 이뤄지면, 이후 영화계나 출판계, 문학계, 연극계 등 특성도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시작이다. 영화계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고 보지 않았으면 한다."

문소리는 앞서 이날 열린 토론회 발언을 통해 "솔직히 떨린다.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 소식이 반갑고 응원하는 마음이었다"면서도 "토론회에 참석하겠냐는 제안에는 주저하기도 했다. 내가 이런 문제를 담담하고 차분하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감정의 큰 동요 없이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들어서 주저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렇지만 그동안 서지현 검사의 용감한 폭로를 시작으로 이어져 왔던 미투 운동을 지켜보고 있었고, 그 과정이 개인적으로 힘들었다. 몸과 마음이 굉장히 아팠다. 제 주변의 많은 동료 선후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제 영화 인생을 되돌아 보면서 마음이 많이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제 주변의 많은 영화인들이 같이 아프고 초조하고 걱정하는 마음, 노심초사하면서 지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힘든 시간이구나라는 것을 절감했다."

◇ "올바른 과정 없이 아름다운 결과 있을 수 없다…과정의 올바름에 더 힘쓸 때"

지난 12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식 및 성폭력 실태조사 토론회'에 참석한 영화진흥위원회 오석근 위원장(왼쪽)과 여성영화인모임 채윤희 대표가 영화산업 성평등 환경 조성과 활동지원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 후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문소리는 "첫 번째로 우리는 가해자, 피해자이거나 방관자, 암묵적 동조자였거나 아니면… 그런 사람들이었음을 영화인 전체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그러니까 이것은 곧 몇몇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전체의 문제임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되돌아보는 시간이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런 시간을 통해 온 국민이 배신감, 분노를 갖게 되면서 한국 영화 전체, 문화예술 전체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들, 시각들로까지 굳어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스럽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든든'이 개소한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반가운 마음이었다. 2016년부터 준비하고 지난해 실태조사하고, 등불이 필요한 시기에 개소한다는 소식이 굉장히 반가웠다."

문소리는 "미리 연구하고 준비해 주신 선배 여성 영화인들이 굉장히 든든한 마음이었다"며 "한편으로는 자랑스럽다. '든든'이 개소함으로써 성평등 문화를 정착시키고 피해가 근절되는 데 저도 여성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보탬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예방 교육, 캠페인 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다. 피해자들 상담받고 조사하고 법률지원하는 데도 자금이 필요할 테니 기금을 마련하는 데도 배우로서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동료 영화인들과 함께 고민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고민이 깊어진 생각은 아니지만, 그런 것을 '든든'과 함께 해나가는 것이 영화인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있는 행동이 아닐까. 이는 제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영화 일을 하는 많은 선후배 동료들과도 같다. 사석이나 사적인 대화에서 그러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든든'이 한국 영화의 성평등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든든한 존재라면, 우리 배우들도 든든한 존재가 돼야겠다는 동료가 많은 것으로 생각된다."

문소리는 "올바른 과정 없이 아름다운 결과는 있을 수 없다"며 "한국영화가 많이 발전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좋은 작품을 내고 있지만, 과정의 올바름에 조금 더 힘을 쓸 때라고 생각한다. 저도 늘 동참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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