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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미투' ②] 절대다수를 약자로 전락시킨 '헬조선'에 반격

'미투'(#Me_Too) 외침에 '위드유'(#With_You) 메아리가 더해져, 더불어 사는 세상을 앞당기는 연대의 함성을 빚어내고 있습니다. 그 단초는 "우리 모두 같은 처지였다"는 공감에서 비롯됐습니다. 여성뿐 아니라 세상 모든 약자를 잇는 변혁의 물줄기로서 '미투'와 '위드유'의 가치를 전문가 인터뷰로 검증합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위선적 '性문화'…권력의 민낯을 숨기다
② "남자들이여, '해방의 길' 함께 열자"
<계속>

지난 8일 서울 중구 명동 YWCA회관 앞에서 한국YWCA연합회원들이 '3·8 여성의 날 기념 미투운동 지지와 성폭력 근절을 위한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침묵을 깬 여성들의 용기에 고마움과 지지의 뜻을 보냅시다. 무엇보다 더 나은 세상, 더 평등한 사회를 바라는 남성 시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김은실 교수는 "남성중심적인 우리 사회에서 감수성을 지닌 남성들이 '더 이상 약자를 향한 강자의 무차별적인 폭력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의지를 드러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은실 교수가 미투 운동을 단순히 남과 여, 갑과 을의 문제로만 바라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한국 사회에서 약자들은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외면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그들이 견뎌내 온 고통의 크기는 상상하기 힘들다"며 "용기를 지닌 여성들이 촉발시킨 미투 운동은 자연스레 일상의 약자·주변인에게 시선을 돌리도록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약자는 나쁜 것이다' '강자가 돼야 한다'고 가르쳐 왔다. 사회적 약자를 문제 있는 사람처럼 취급해 온 셈이다. 극소수 기득권층은 이러한 비뚤어진 인식을 더욱 공고히 다짐으로써, 약자들의 희생 위에서 권력을 유지해 왔다."

결국 "국민 대다수가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약자를 싫어하도록 만들고 강자를 욕망하도록 부추김으로써, 약자를 만들어내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이해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난하기 때문에, 여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장애를 지녔기 때문에, 남자답지 못하기 때문에, 혹은 어리기 때문에 억압받는다. 이는 '억울하면 출세해'라는 식의 인식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로 곡해된다. 그렇게 우리 사회 구성원의 절대다수는 약자로 전락했다."

김 교수는 "미투 운동은 너무나 오랫동안 쌓여 온 모순이 틈새를 만나면서 폭발적으로 확산됐다"며 "모두에게 더 좋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사회는 너무나 오랫동안 가부장제와 집단주의 영향 아래 있었다. 그렇게 집단의 가치를 보존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내부 모순을 외면해 왔다. 이른바 '대의'를 지키기 위해 약자들이 희생하는 것을 너무 당연시해 온 오랜 관행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여기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았다. 결국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에서 일상화된 권력 관계에 대한 문제제기, 눈뜸의 시작이다."

◇ "일상의 권력 성찰하지 않으면 약자는 끊임없이 억압받는다"

세계 여성의 날인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8 여성의 날 민주노총 전국 여성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김 교수는 "훌륭한 리더십과 명성을 지닌 남성 정치인·예술가 등이 약자인 여성에게 일상적으로 성폭력을 저질러 왔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병들었다는 방증"이라며 "그들이 그동안 '나는 약자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외쳐 왔다는 점에서 그 대상이 얼마나 추상적이었는지, 정작 자기를 둘러싼 약자들에게는 고통을 가하고 외면했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고 봤다.

"한국 사회 보수화된 정권 아래 만들어진 저항 문화 속에서, 그 저항을 이끄는 몇몇 주체만이 강조되고 그들을 돕는 수많은 사람들은 주변인에 머문 셈이다. 그렇게 우리 사회에서는 진영을 떠나 남성 그 자체가 권력으로 자연화·상식화 됐다."

그는 "건강한 사회는 약자들이 문제제기를 하면 귀기울이고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성찰한다"며 분석을 이어갔다.

"그렇게 '미안해' '함께할게'라는 공감을 바탕으로 약자들이 손을 맞잡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미투 운동에 이어 '위드유' 운동이 확산되는 것은 그래서 희망적이다. 약자에 대한 구조적인 폭력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가해자로서, 피해자로서, 방관자로서… 그 누구도 성폭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깊이 성찰하는 태도가 우선돼야 한다"며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시민들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려는 여러 움직임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한목소리로 이를 단호하게 질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투·위드유 운동이 뻗어나가야 할 곳이 있다. 지금은 사회적 인지도를 지닌, 유명한 가해자들을 둘러싸고 문제제기가 이뤄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런데 소규모 작업장, 영세한 회사 등 작은 조직에서도 약자에 대한 성폭력은 만연해 있다. 우리는 이에 대한 반성과 성찰로까지 동력을 이어가야 한다."

그는 "작은 작업장에서도 '미투' 외침이 만들어지려면 용기 낸 고발자들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법과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과도한 '무고죄' 등 피해자의 고발을 어렵게 만드는 부분은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력은 제도적 권력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 더욱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이러한 일상의 권력에 대한 성찰 없이는 문제제기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폄하당하고, 그들을 사회 주변인으로 계속 남아 있도록 만들 뿐이다. 그리고 피해자들에게 '왜 이제야 말하냐'는 질책 대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들으려 애써야 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기댈 벽이 돼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여전히 침묵하는 피해자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피해를 고발하는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하는 이유"라며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진단하고 피해를 규명하는 한편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적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두를 위한 '미투' ③]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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