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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100일, 사각지대에서 피해자들 두 번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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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법망에 성폭력 방치, '그럴만 했네' 등 2차 피해도 심각

■ 방송 : CBS라디오 [최승진의 아침뉴스] (3월 2일)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최승진 앵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최승진> 성폭력 고발, 미투 운동. 서지현 검사의 폭로 한달만에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문화예술계 뿐 아니라 대학가, 정치권, 종교계 등 각계에 확산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용기를 낸 피해자들은 고통받고 있고, 가해자들을 처벌할 법망은 허술합니다. 미투 운동 한달째, 앞으로 어떤 점들이 개선돼야 할지 문화부 조은정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조 기자. 미투 운동이 한달이 넘어가는데 현재 어떻게 진행되는 상황인가요?

◆조은정> 네. 거의 매일매일 새로운 미투가 나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연극계 등 문화예술계에서 집중이 되다가 최근에는 정치권, 의료계, 종교계까지 각계에 번지고 있습니다.

배우 오달수, 사진작가 로타, 유명 드러머에 이르기까지 유명인들의 이름은 계속 나오고 있구요. 특히 대학가가 심각한데요. 청주대 학생들을 상습 성추행한 배우 조민기씨처럼 한국예술종합대학, 서울예술전문대학, 세종대 명지대 등 예술대 교수들의 성폭력 행태가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최승진> 가해자들 처벌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조은정> 지난 월요일(2월 26일)이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미투 가해자들을 엄벌을 처하라고 강조를 했었습니다. 대통령 말을 들어보시죠.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행동에 행동에 호응해서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약자인 여성을 힘이나 지위로 짓밟는 행위는 어떤 형태의 폭력이든 엄벌에 처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선지 몰라도 경찰도 평소보다 좀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입니다. 어제는 미투 가해자가 처음으로 법정 구속됐습니다. 미성년자 단원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경남 김해 극단 대표 조증윤씨입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월요일(2월 26일)에 19명 정도를 들여보고 있고 정식 수사에 착수한 건이 3건이라고 했는데, 그사이 수사대상이 더 늘었을수도 있습니다.

연극 연출가 이윤택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은 서울중앙지검에 단체로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연극연출가 이윤택.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최승진> 이윤택씨 사건에 변호인 100여명이 돕는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이례적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미투 뒤에 2차 피해도 심각한 것 같습니다. 뉴스를 보면 좀 걱정스러울 정도로 피해자들 신상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하던데요.

◆조은정> 네. 지금까지 한국 여성들이 성폭력 신고를 망설였던 이유도 바로 이런 고질적인 2차 피해가 두려워서이기도 한데요. 이번에 어렵게 용기를 낸 미투 피해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피해자에 대한 과한 신상털기는 물론이고 고백의 신빙성과 목적을 의심하거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겁니다. '그럴만 했네', '둘다 잘못한거 아니야?', '왜 그자리에 갔어', 이런 식의 사고방식이 정말 피해자들을 두번 울리고 있는거죠. 배우 조재현씨를 처음 지목했던 배우 최열씨의 경우에 SNS에 살해 협박까지 받아서 두려운 마음에 글을 삭제했다고 합니다.

또 오달수씨가 대표적인데요, 가해자들이 여론에 떠밀려 사과는 하면서도 '내 기억은 다르다', '연애 감정이었다' 이런 식의 변명을 하면서 피해자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사건이 잠잠해지면 가해자들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고요.

특히, 언론 보도 행태도 2차 피해에 한몫 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민언련이 최근 각 매체의 미투 보도를 분석해보니까 피해사실을 선정적으로 묘사하고, 피해자 신상 정보를 강조하며,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보도가 속출했다고 합니다.

언론을 포함해 우리 모두가 좀더 겸허하게 미투 운동을 바라보고, 내 위치에서 어떤 걸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사진=유연석 기자/자료사진)

 

◇최승진> 살해 협박까지 받는다고 하니 2차 피해가 걱정입니다. 조 기자 그런데 이렇게 곪았던게 한꺼번에 터진 건 시스템이 잘 안갖춰져 있다는 것 아닙니까?

◆조은정> 네. 성폭력은 사실 얼마나 법적, 제도적 시스템이 허술한 가운데 그 사각지대에서 자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성폭행 등 명백한 것을 제외하고 성희롱을 당해도 가해자가 사업주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직접 형법상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 없습니다.

성희롱 관련법도 양성평등기본법, 국가인권위원회법, 남녀고용평등법으로 나눠져 있는데 관계 부처나 기관도 달라서 체계적이지가 않습니다.

또 법이 고용주 위주로 돼 있어서 연극계에서 연출가와 배우, 교수와 학생 관계처럼 고용과 피고용의 관계가 아닌 특수한 관계들은 다 사각지대에 머무르게 됩니다.

피해자들이 법적 조력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것도 문제입니다. 콘트롤 타워가 없다보니까 이렇게 제도도 허술하고 복잡해진 겁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영순 공동 대표 말을 들어보시죠.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 대표]
"부처들이 현행 있는 법률도 제대로 집행을 안한다는 거에요. 여성 정책은 대통령 직속으로 해서 모든 부처를 총괄할 수 있는 지휘를 가져야하는 거거든요."

이번 기회에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망을 통일하거나 재정비하고, 콘트롤 타워도 세워서 확실한 제도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최승진> 네. 미투 운동으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뀔지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조은정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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