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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김영철에 '2단계 동결론' 제시하며 대화 입구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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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미사일 발사 선제 중단 요구, 추후 핵물질 생산 동결 등 단계적 접근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선전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평창 특별취재팀)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위해 방한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에게 비핵화 방법론까지 언급하면서 북미대화 테이블 마련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방한한 북미 대표단이 서로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등 싸늘한 태도로 일관하는 가운데, 북미를 기어코 대화 테이블에 앉혀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셈이다.

◇ 청와대 "文, 김영철에 비핵화 방법론까지 언급"

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이 열리기 직전인 25일 오후 평창의 모 호텔에서 김영철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북미대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북미대화 당위성은 물론 그간 미국이 대화 테이블에 올려야한다고 주장해온 비핵화 의제와 방법론까지 꺼내들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은 단순히 원론적으로 북한이 비핵화를 해야한다는 말뿐 아니라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하는지 그 방법론까지 언급했고, 김 부위원장 일행은 진지하게 경청했다"고 말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미국과 대화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는 말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

지난 1월 첫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비핵화 언급에 극도의 거부반응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문 대통령이 이를 언급하고 북 고위급 대표단이 경청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에게 언급한 비핵화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비핵화 방법론은 과연 어떤 수준일까?

문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에게 '2단계 동결론'을 제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 핵물질 생산 중단 뒤로 빼는 2단계 동결론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말 첫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으로 향하던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핵 동결은 대화의 입구이고, 그 대화의 출구는 완전한 핵폐기"라고 언급했다.

또 "최소한 북한이 추가적인 핵·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고 핵동결 정도는 약속해줘야 본격적인 핵폐기를 위한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과의 접견에서 '동결→폐기'라는 기존 2단계 해법에서 더 나아가 동결 방식을 2단계로 구체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북핵 동결 대상은 ▲핵실험 ▲미사일 시험발사 ▲핵물질 생산 등 3가지로 나뉘는데,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을 북한이 선제적으로 선언하고 이를 북미간 비핵화 대화를 위한 단초로 삼자고 제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기술적 수준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현 수준에서 북한이 동결 선언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본토 위협 직전에 해결됐다는 성과물을 거둘 수 있다"며 "대화의 문을 충분히 열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11월 미 공화당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에 대한 강한 압박 정책 유지와 미 본토 위협 해결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고민하는 지금 시기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이 제안한 비핵화 방법론의 핵심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 입장에서도 지난해 말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만큼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는 언제든 동결 가능한 카드일 수 밖에 없다.

미국이 원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의 최종 단계는 핵물질 생산 중단이다.

하지만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생산시설이 영변 외에도 평안북도 인근 등에 산개돼 있는 것으로 추정돼 핵물질 동결을 선언해도 검증 등에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핵동결을 2단계로 분리해 핵실험·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으로 1차 동결 조건을 만든 뒤 미국과 대화의 테이블에 나서자고 적극 주문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통일선전부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靑 "김영철 방한목적 설명했다"…한미 군사훈련 축소 건의한 듯

김 부위원장이 문 대통령과의 비핵화 방법론에 대해 일정 수준의 이의를 제기한 점도 주목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비핵화 방법론 설명에) 북한 대표단이 어떤 반응을 보였지만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김 부위원장은 또 문 대통령과의 접견에서 방한 목적을 상세하게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종합하면 문 대통령의 '2단계 동결론'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대가로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요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영철이 방한 목적을 문 대통령에게 설명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것도 있었지만 다음 기회에 설명하겠다"며 즉답을 피하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이 26일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과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고 재차 언급한 것도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미국측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1단계 동결 조건을 내거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 수석대표를 역임한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폐기가 목표라는 레토릭이 나와줘야 협상에 응할 것"이라며 "적어도 북한이 핵을 폐기할 수 있다는 어떤 형식의 행동이라도 보여야 한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북핵 폐기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비핵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방법론까지 제시한 만큼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북한의 반응을 미국에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지도 중요해졌다.

한미 연합훈련이 재개되기 전 북미간 탐색적 대화를 위해서라도 문 대통령은 비핵화 대화의 조건을 낮추기 위한 본격적인 '중재외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이 이날 류옌둥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접견한 자리에서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고,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미국과 북한이 빨리 마주 앉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도 북미 양측을 향한 압박 메시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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