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은 왜 태극기 향해 기립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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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2-1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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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범으로 몰릴 일, 유연해질 준비 됐다는 신호"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태극기가 게양되는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북한의 김영남과 김여정은 지켜보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김여정은 소문대로 북한 정권의 막강 실세였다.

그와 함께 온, 사실은 그가 데려온 북측 대표단의 의전을 통해 그가 북한 권력자에 얼마나 가까운 인물인지 낱낱이 증명이 됐다.

그런데 국내외 언론들이 2박 3일 동안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생중계하다시피 하면서도 한 가지 놓친 것이 있다.

바로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서의 한 장면이다.

9일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김여정은 노동당 제 1부부장의 자격으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옆자리에 앉았다.

4층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앉은 VIP석 바로 뒷줄이었다. 김 여정은 VIP석에 자리하려던 문 대통령과 웃으며 악수했다.

잠시 뒤 애국가가 흘러나오고 태극기가 게양되기 시작했다.

바로 이 때 김여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영남 상임위원장 역시 기립했다.

북한 응원단도 모두 일어서기는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영남·김여정이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남북 선수단을 지켜보며 박수 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애국가를 배경으로 한 태극기 게양에 북한의 로열 패밀리가 북한 인민들과 약속이나 한듯이 일동 기립해 예를 갖춘 것이다.

이들은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하자 손을 흔들며 일체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 내외가 김여정, 김영남과 두번째 악수를 나눈 것도 바로 이 때였다.

이 인상적인 장면에 대해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우리가 반드시 역지사지해볼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우리의 경우 북한 인공기에 그런 예를 갖출 수 있느냐는 반문이다.

그는 "김여정의 특수한 신분 때문이긴 하겠지만 이번 뿐 아니라 과거에도 북한 대표단이 남한의 현충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고 상기시켰다.

북측 대표단이 현충원에서 참배하는 것은 우리 남측 대표단이 평양에서 '혁명 열사릉'에 참배하는 것과 같은 풍경이다.

물론 그럴 경우 우리는 국가보안법으로 처벌 받는다.

고 교수는 이 같은 우리쪽 안보관에 대해 "매우 수세적"이라고 평가했다.

체제 역량이 북한에 비해 열세를 보이던 때 했던 패턴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 교수는 이와함께 "북에서 방남단이 많이 내려오면 올수록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이 남한의 우수성을 보고 되돌아가는 만큼 우리에게 이익"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방남 비용을 우리가 지불하는 문제로 논란을 벌이는 것이 안타깝다는 얘기다.

김여정의 태극기 기립에 대해 탈북자 출신 주성하 기자는 "북한이 엄청나게 유연해질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주 기자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제창 때 북한 응원단과 김영남, 김여정도 모두 일어섰다. 아마 북한 사람이 '적국'인 한국 국기 게양과 국가 제창에 일어선 것은 처음 아닐까 싶다. 그건 북에서 정치범으로 몰릴 일"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최고존엄이 어떻고, 공화국 존엄이 어떻고 하며 손톱만큼도 양보하지 않고 펄펄 뛰던 북한이 그런 것까지 감수했다니, 이건 북한이 엄청나게 유연해질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주 기자는 또 "반대로 자유국가라는 한국의 청와대 고위인사가 평양에 가서 북 인공기 게양과 국가가 울릴 때 기립했다면 어떤 비난공세에 직면했을지 상상하면 의미가 와닿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일본 선수단이 등장하자 아베 총리가 일장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한편, 남북 선수단이 입장하는 순간 문 대통령 내외와 북한 인사, IOC 위원장 등 모두가 기립한 가운데,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만은 가만히 앉아있는 모습으로 대비를 보였다.

이들은 앞서 9일 오후 6시에 열린 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도 나란히 지각하며 '외교적 결례'라는 평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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