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김연아 선수가 성화 점화를 하기 위해 성화를 건네받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대한민국을 상징하고 한국 동계스포츠의 힘을 전세계에 널리 알린 슈퍼스타, 평창의 밤을 밝게 밝혀줄 성화 최종 주자는 역시 '피겨 여왕' 김연아 밖에 없었다.
김연아는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 점화의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김연아는 200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역대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최고 점수를 기록하며 금메달을 획득한 국민 영웅이다.
4년 전 소치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해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무대를 밟지는 못하게 됐지만 평창과의 인연은 남다르다. 김연아는 한국이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2011년 남아공 더반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펼치며 혁혁한 공을 세웠다.
1998년 나가노 올림픽 쇼트트랙 2관왕에 빛나는 전이경이 성화를 들고 올림픽스타디움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골프 여제' 박인비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진출의 주역 안정환이 등장해 성화를 이어받았다.
남북이 또 한번 화합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에서 만난 한국의 박종아과 북한의 정수현이 나란히 서서 성화를 기다렸다. 둘은 성화를 함께 들고 희망의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대형 성화대 아래에는 빙판이 있었고 그곳에는 김연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놀랍게도 스케이트화를 신고 있었다. '피겨 여왕'의 화려한 부활이었다. 우아한 동작으로 '피겨 여왕'의 위용을 뽐낸 김연아는 남북 단일팀 선수들의 성화를 전달받았다.
김연아는 엄청난 함성과 박수를 받으며 성화 점화 구조물에 불을 붙였고 불길은 원형 모양의 철통을 타고 올라가 성화대를 환하게 밝혔다.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전 피겨스킹 선수 김연아가 성화점화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동계스포츠를 넘어 한국 스포츠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대거 등장했고 남북 단일팀의 하나된 모습 그리고 '피겨 여왕'의 품의까지 더한 성화 점화 퍼포먼스는 연출과 의미 등 모든 면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는 지난해 10월24일 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 올림피아의 헤라 신전에서 채화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만에 다시 한국으로 건너온 올림픽 성화는 모두를 빛나게 한다는 뜻의 '렛 에브리원 샤인(Let Everyone Shine)'이라는 슬로건 아래 대회 개막일인 9일까지 101일동안 전국 각지를 누비며 총 2,018km를 달렸다.
성화 봉송 주자는 무려 7천5백명이었다. '피겨 여왕' 김연아가 그 마지막을 장식했다. 모두가 예상한 바 그대로였지만 그래서 더 감동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