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장 전경.
"애국가 부르려고 일어섰다 앉았는데 엉덩이가 얼어버리는 줄 알았어요"
평창의 날씨와 관람객들의 고통은 예상대로였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엿새 앞둔 3일 모의 개회식에 참여했던 관람객 사이에서는 '혹한' 속 체험담이 이어지고 있다.
강릉에서 올림픽 지원근무 중 모의 개회식을 찾은 이모(20)씨는 "모자 등 방한 장비를 모두 챙겨갔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발이 너무 시려웠고 좌석도 난방이 되지 않아 고통스러웠다"며 "특히 행사 초반과 후반에 의례 때문에 자리에서 잠깐 일어났다가 다시 앉았는데 냉기가 말도 못했다"고 말했다.
나름대로 방한 대책을 강구했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는 얘기도 있다.
초청을 받아 객석에 앉았던 김모(46)씨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추워 내복과 목도리, 장갑과 모자에 핫팩까지 들고 갔지만 역부족이었다"며 "9일 열리는 본 행사에서는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 등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준비하지 않으면 추위 때문에 큰 병이 걸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경고했다.
정해진 역할 때문에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자원봉사자들의 사정은 더했다.
개회식 무대 주변에서 봉사활동을 한 박모(19) 씨는 "거의 동상 걸리기 직전이었다. 갖고 있던 인공눈물이 얼고 발가락이 떨어져 나갈 정도였고 휴대폰은 추위에 꺼져 핫팩을 대고서야 다시 켤 수 있었다"고 전했다.
3일 밤 8시 평창 대관령면 기온은 영하 9.4도였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12.5도로 떨어졌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장 강추위는 시설이 들어선 부지의 옛 쓰임새를 되짚어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 7리 배승기(65) 이장은 "개폐회식장 터는 예전부터 횡계에서 황태 덕장으로 이용됐다. 바람이 많이 부는 바람골에다 기온이 아주 낮은 곳에 조상들은 덕장을 만들었는데 그 장소에 개폐회식장을 짓다보니 다른 곳보다 추위가 더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명태를 말려 황태로 만들었던 대관령 겨울 바람을 관람객들이 버텨내야 한다는 얘기다.
배 이장은 "가끔 보면 일반 바지와 신발을 신고 이곳을 찾는 분들이 있는데 그 정도는 어림없다. 조직위에서 준다는 방한대책 물품만으로도 안된다. 스키복 같은 두꺼운 방한복에 바지도 두 벌은 껴입고 신발도 방한화를 신고 안에는 핫팩을 붙여야 한다"며 "얼굴에도 방한 마스크를 사용하는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장은 당초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 경기장이었으나 접근도로 불편 해소와 관중석을 확충해야한다는 IOC의 요구에 따라 신축이 이뤄지게 됐다. 논의 과정에서 추위 문제가 대두돼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은 강릉 종합운동장이 대안으로 검토됐지만 주개최지를 둘러싼 이견 속에 현재 위치에 개폐회식장이 들어서게 됐다.
평창올림픽 조직위가 공개한 방한 6종 세트. 손핫팩, 발핫팩, 핫팩방석, 방한모자, 판쵸우의, 무릎담요 등으로 구성됐으며 9일 대회 개회식 입장객들에게 주어진다. (사진=평창올림픽 조직위 제공)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추위 속 관람객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오후 4시부터 개회식 사전 공연을 마련해 입장 시간을 분산시킬 계획이다.
성백유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 대변인은 "관람객을 위한 방한 6종 세트(손 핫팩, 발 핫팩, 방한모자, 판쵸우의, 무릎담요, 핫팻 방석)를 준비하긴 했지만 개인 방한 대책도 강구해달라고 홍보하고 있다"며 "철저한 준비만 있다면 평창동계올림픽의 추위도 또 하나의 즐길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이번 주 중반까지 개회식이 열리는 밤 8시 기온은 평균 영하 16도, 체감기온은 영하 20도까지 떨어지고 개회식 당일에도 강추위를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