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오른쪽)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지난 29일 열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연찬회 이후 홍준표 대표가 지방선거 책임론과 개헌추진에 대한 입장을 바꾸고 있다. 홍 대표는 당초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는 ‘6월 개헌’에 반대했지만, 한국당은 연찬회를 통해 ‘분권형 대통령제’로 의견을 모아 추진키로 했다. 또 홍 대표는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6석 이상 확보에 실패할 경우 당 대표에서 사퇴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연찬회에서 이를 번복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국당,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 주도권 싸움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2월 안으로 개헌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여러 형태의 개헌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제는 개헌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존에 한국당이 주장한 ‘6월 불가론’을 철회하는 것은 아니라고 단서를 달았다.
김 원내대표는 "(여당과)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개헌 시기를 못 박는 것은 참 우둔한 짓"이라며 "개헌은 국가 체제를 바꾸는 일이기에 동시투표는 개헌에 대한 올바른 자세와 태도가 아니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6월 개헌에 부정적이던 한국당이 이같이 선회하는 된 데는 ‘개헌 대 호헌’ 프레임에 갇히면서 여론의 압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당은 지난해 대선에서 개헌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다가, 지난해 말부터 호헌 입장으로 바꾸면서 개헌 논의의 주도권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뺏겼다. 지난해 4월 홍 대표는 한국당 대선 후보로서 개헌특위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시하면서 "개헌 국민투표는 내년 지방선거에 동시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2일 홍 대표는 ‘성완종 리스트’ 관련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개헌문제는 대한민국 전체 구조를 바꾸는 대통령 선거보다도 더 중요한 중차대한 문제"라면서 "지방선거 후에 연말까지 개헌이 되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김 원내대표도 “나라의 기본 틀을 바꾸는 개헌이 선거에 정략적으로 이용되도록 놔둬서도 안된다”며 “곁다리 국민투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홍 대표를 거들었다. 문재인 정권의 초반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치르는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가 맞물릴 경우 불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지난 29일 연찬회에서는 당 지도부가 지키지도 못할 개헌 불가론으로 버티다가 호헌 프레임에 갇히게 된 게 아니냐는 불만이 의원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이에 따라 한국당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6월 개헌’ 요구를 무작정 반대할 명분이 없는 상황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를 골자로 권력구조 개편 논쟁으로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구상이다.
◇홍 대표, PK 지역에 ‘정치적 운명’ 걸려홍 대표는 연찬회에서 ‘광역단체장 6석’ 확보를 정치적 책임의 기준으로 제시했던 발언을 뒤집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홍 대표는 “대선 때 홍준표는 패전처리용이어서 대선이 끝나면 집에 갈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끝나고 복귀했다”면서 “지방선거가 끝나도 나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지만 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에 선거가 끝난 뒤에도 홍준표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기존 책임론 입장을 번복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당 대표 비서실장인 강효상 의원은 “(발언의)맥락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6곳 이상 이겨서 물러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의미”이라고 해명했다.
당 안팎에서는 홍 대표의 이같은 발언이 좁아지고 있는 당내 입지에 따른 위기감을 반영한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자신의 ‘정치적 운명’이 걸린 지방선거 승패를, 의원들 개개인의 이해관계와 연동시켜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방선거에 패하면 다음 총선 공천도 없고 공천을 받아도 절대 이길 수 없다"며 "홍준표가 물러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여러분들이 모두 망한다"고 경고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최대 승부처로 급부상한 부산·경남(PK) 지역에 홍 대표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 패배의 여파로 인해 수도권에서 승산이 낮은 상황이지만, 한국당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PK 지역까지 내줄 경우 당이 존립 위기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이 PK 지역에서 승리할 경우엔 당분간 홍 대표가 주도권을 쥘 수 있다”며 “반대로 패배하게 되면 곧바로 지도부를 향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PK에서 패배하면, 단순히 패배로 끝나지 않고 통합신당과의 연대 또는 합당 등 보수권 정계개편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