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밀향문화체육회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 (사진=류연정 기자)
화마가 경남 밀양 세종병원을 집어삼켜 3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조문객들의 애도가 잇따르고 있다.
27일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밀양문화체육회관은 희생자들을 기리기위해 조문에 나선 남녀노소 시민들로 가득했다.
8살, 6살배기 두 딸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김모(37) 씨는 "뉴스를 보고 마음이 안 좋아서 일부러 찾아왔다. 밀양에 같이 사는 시민으로서 아이들도 알 건 알아야 할 것 같아 함께 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씨는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는 이런 안타까운 사고가 없었으면 좋겠다. 더는 사고가 나지 않도록 국가에서 다양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직장 동료와 함께 조문을 온 박모(30) 씨는 "제가 태어난 후로 밀양에서 이렇게 큰 사고는 처음인 것 같다. 너무 안타까워서 뭐라 말이 안 나온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27일 조문객이 합동분향소를 찾아 밀양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를 기리고 있다. (사진=이상록 기자)
스무살 어린 조카 며느리를 먼저 보낸 81세 노인은 "이제 힘겹게 애들 다 키우고 한창 재밌게 살 땐데…"라며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사고 수습을 도왔던 국군 장병 20여명도 분향소를 찾았다.
39사단 소속 임석주 중령은 "애통한 심정에 고인의 명복을 빌기 위해 왔다. 지역을 방어하는 입장에서 굉장히 애통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중묵 소방청장도 이날 오후 소방청 직원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아 침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조 청장과 함께 온 소방당국 관계자는 "조사를 위해 현장에 왔다가 꼭 조문해야 할 것 같아서 찾았다. 정말 안타깝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 조문객들은 사고를 키웠던 병원의 안전 실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함께 근무했던 직장 선배의 부고 소식을 듣고 이곳을 찾은 김모(77) 씨는 "허무하기 짝이 없다. 우리나라 시설들이 너무 안일한 것 같다. 시설을 잘 관리하고 조직에서 항상 조심해야 하는데 그게 소홀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