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남북 고위급회담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남측 대표단이 평화의 집에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을 영접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북한이 우리보다 먼저 (합의문) 지침을 받아왔다"지난 9일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 대표로 참석했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당시 회담 분위기를 이 한마디로 표현했다.
조명균 장관은 26일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가 서울 월드컬처오픈에서 개최한 제1차 한반도전략대화에 참석해 "과거 3~5개월 걸린 일들이 불과 2~3주에 몰아서 진행되면서 북측 역시 우리 못지않게 버거워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그러면서도 짧은 기간에 많은 이벤트를 큰 어긋남없이 해오고 있는 것은 상당히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북한도 성의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해 조 장관은 "정부 공무원으로서는 남북회담에 가장 많이 참여한 경험을 갖고 있는데 하루 만에 회담이 타결된 것은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남북회담에서는 회담 중간 중간에 평양에 다 보고하고, 거기서 지침을 받는데 4~5시간 걸리는 게 보통이었는데, 이번에는 북한이 우리보다 먼저 지침을 받아왔다"며 "우리는 지침을 못 받았는데 빨리 만나자고도 했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조 장관은 "북한과 회담할 때면 늘 평양 지도부와 회담하는 게 기본이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지침이 평양에서 빨리 왔다"며 "평양에서도 이 회담에 집중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북한 대표들은 북핵 얘기를 꺼내는 순간 대부분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데 이번에는 우리 얘기를 끝까지 다 듣고 자기들의 주장을 설명하는 식의 대응을 보였는데, 이 역시 제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선 처음"이라고 말했다.
또 "이산가족 문제도 우리가 끝까지 얘기했던 의제인데 북한 대표는 '군복을 입고 나왔으면 책상을 몇 번치고 박차고 나갔을 건데 양복을 입고 나와 오늘은 좀 다르다'며 자신들의 입장을 차분히 설명하고 '이 문제는 진전시킬 수 없다. 나중에 다시 해야한다'고 했는데 이번 회담에서 느꼈던 새로운 점"이라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회담 상대였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에 대해 "대화상대로는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조 장관은 리선권에 대해 "우리가 제기한 핵문제 얘기를 계속 듣는 것에서는 상당한 자신감이 느껴졌지만 긴장도 하고 있다는 상반된 두 가지가 느껴졌다"고 밝혔다.
그는 "평양에서 당시 회담에 집중해서 그런지 다른 회담때 가졌던 분위기와는 달리 북측이 굉장히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자신감과 긴장감, 이게 딱 북한 모습이고 분위기를 보여준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단일팀으로 출전할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지난 25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빙상훈련장에 도착해 환영식을 갖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한편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논란 등에 대해 조명균 장관은 "짧은 기간에 대처하면서 잘못한 부분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조 장관은 "단일팀 구성은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우리보다 더 적극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고 '모든 결정은 IOC가 최종적으로 하는 것이니 한국 정부가 미리 이렇다 저렇다 하면 안된다'는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며 "일일이 설명드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이해를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