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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네가 틀렸다' 김연아·박태환은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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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힘내면 된다' 24일 오전 11시 테니스 샌드그렌과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8강전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4강 신화에 도전하는 정현. 사진은 노바크 조코비치와 16강전에서 힘차게 백핸드를 날리는 모습.(멜버른=대한테니스협회)

 

한국 테니스 사상 최초로 메이저 대회 8강 진출의 새 역사를 쓴 정현(22 · 58위 · 삼성증권 후원). 22일 호주오픈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자신의 우상이던 노바크 조코비치(14위 · 세르비아)를 3-0으로 완파하는 쾌거를 이뤘다.

3회전(32강전)에서 세계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를 3-2로 꺾은 데 이은 낭보다. 즈베레프를 누르고 차세대 선두 주자로 인정 받은 것도 놀라웠지만 조코비치를 넘으면서 전 세계에 이름을 확실하게 알렸다. 전 세계 1위에 거둔 완승이기 때문이다.

사실 정현의 올해 선전은 지난 시즌 뒤 어느 정도 예상이 됐다. 부상으로 한동안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를 쉬었지만 생애 첫 투어 우승을 차지하는 등 자신감을 확실히 얻었다. 정현은 5월 BMW오픈에서 생애 첫 투어 4강, 프랑스오픈에서는 당시 메이저 최고 성적인 32강 에 올랐다. 11월에는 21세 유망주들의 최강전인 ATP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의 상승세가 올해 호주오픈 돌풍의 발판이 된 모양새다. 정현의 자신감은 지난 시즌 결산 인터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 우승 뒤 귀국 인터뷰에서 정현은 자신의 우상이자 한국 테니스의 전설 이형택(42 · 은퇴)을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 남자 선수 역대 최고 랭킹 경신이었다. 정현은 대선배 이형택이 밟았던 36위에 대해 "내년(2018년)에 (그 기록을) 깰 수 있다고 장담을 하진 못한다"면서도 "하지만 언젠가는 깰 수 있지 않을까, 거의 가까이 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평소 신중한 정현이 그 정도로 얘기를 했다는 것은 충분히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다.

이형택 이후 14년 10개월 만에 ATP(남자프로테니스) 투어 정상에 오른 한국 남자 테니스의 간판 정현이 지난해 11월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 우승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일단 메이저 대회 성적에서는 이형택을 넘어섰다. 정현은 호주오픈에서 8강에 오르며 이형택이 2000년과 2007년 US오픈에서 거둔 한국 선수 역대 메이저 최고인 16강 진출 성적을 경신했다. 세계 랭킹 최고 성적도 이번 대회 결과에 따라 바라볼 수 있다. 특히 4강에 오른다면 30위권 진입도 가능하다. 정현의 개인 최고 랭킹은 지난해의 44위였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24일 오전 11시부터 펼쳐지는 정현의 호주오픈 8강전 상대는 세계 97위 테니스 샌드그렌(27 · 미국)이다. 이번 대회 정현 못지 않은 돌풍의 주역이긴 하지만 약 2주 전 한번 꺾은 적이 있는 상대다. 정현은 지난 9일 ATP 투어 ASB클래식 1회전에서 샌드그렌을 2-1(6-3 5-7 6-3)로 눌렀다.

샌드그렌을 꺾는다면 또 다시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쓰게 된다. 꿈과도 같은 한국인 최초 테니스 메이저 대회 4강 진출이다. 한국 테니스의 전설로 남을 수 있다.

지난해 결산 인터뷰에서 정현은 '테니스의 김연아, 박태환'이라는 칭찬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아직 멀었다는 것. 정현은 "그런 대단한 선수들과 비교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도 자신감은 있었다. 정현은 "몇 년 뒤에는 테니스도 피겨스케이팅이나 수영처럼 인기 종목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모든 선수들이 노력하기 때문에 꿋꿋이 하다 보면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유의 겸손함을 감안하면 확신에 가까운 발언이었다.

'또 한번의 강서브를 기대한다' 정현은 24일 샌드그렌을 넘으면 호주오픈 4강전에서 황제 로저 페더러(2위)와 만날 가능성이 높다. 사진은 조코비치와 16강전에서 힘있는 서브를 넣는 모습.(멜버른=대한테니스협회)

 

하지만 정현의 예상은 틀렸다. 김연아와 박태환처럼 되기까지는 몇 년 뒤가 아니라 코앞이다. 본인의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정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김연아와 박태환은 한국인으로는 성공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불모의 종목에서 모두 세계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아직 한국에서 메이저 종목이 아닌 테니스의 정현도 마찬가지다.

물론 정현이 세계 정상에 오르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잖다. 그러나 근접한 것만큼은 분명하다. 전 세계 1위를 넘었고, 메이저 4강까지 넘보고 있다.

올해 안에 꿈이 이뤄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현과 동고동락하며 역사 창조를 함께 하고 있는 손승리 코치는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김칫국을 미리 마시지 않겠다"면서도 "매 대회 출전할 때는 우승이라는 목표를 하고 나간다"고 강조했다.

우상 이형택을 넘어 '테니스의 김연아, 박태환'을 꿈꾸는 정현. 지금도 충분히 한국 테니스의 위상을 높였지만 일단 24일 샌드그렌을 넘어야 더 큰 꿈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정현은 호주오픈 8강 진출을 이룬 뒤 자신의 SNS에 "아직 안 끝난 거 아시죠? 미스터 충(정현의 영어 성인 Chung) 계속 갑니다!"고 남겼다. 한국 테니스의 전설은 현재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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