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 난민 복서 이흑산. 사진=BBC 화면 캡처
BBC가 한국에 거주하는 카메룬 난민 복서 이흑산(35·본명 압둘레이 아싼)을 조명했다.
이흑산은 2015년 10월 경북 문경에서 열린 세계 군인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가 팀을 이탈해 한국으로 망명 신청을 했다.
당시 그는 카메룬 군대에서 복싱 선수로 활약했지만 생계를 보장받지 못했고 가혹행위에 시달렸다. "노예처럼 살았어요. 그 곳에는 자유가 없었어요. 몸과 마음이 고통스러웠어요."
그러나 2016년 10월 1차 난민 신청은 탈락했다. 군대에서 박해당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은 '난민 후진국'이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않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한 해만 7542명이 우리나라에 난민 신청을 했다.
하지만 난민으로 인정된 외국인은 98명으로 난민인정률이 1.8%에 불과하다. 이는 전 세계 평균 난민인정률(37%)에 한참 못 미친다.
BBC는 "한국의 난민인정률이 저조한 이유는 한국 정부가 대다수의 난민 신청 외국인을 경제 이민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흑산은 "1차 난만 신청에서 탈락한 뒤 카메룬으로 강제 추방될까봐 두려움에 떨었다. 만약 송환됐다면 가족도 모르게 사형당했을 지도 모른다"고 했다.
다행히도 이흑산은 지난해 7월 2차 난민 신청에서 인권변호사의 도움으로 난민 지위를 얻었다.
"한국에 살면서 가장 감사한 건 안전하다는 점이에요. 꿈이요? 좋은 인생을 사는 거예요. 좋은 여성 만나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 좋은 직업 갖고 가장으로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이흑산은 고향을 떠나 온 난민으로서 당부의 말을 남겼다.
"한국에서 아주 먼 곳에 저보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있어요. 더 절박한 이유로 다른 나라로 떠나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난민 신청을 거부당하는 건 매우 고통스러워요. 전 세계가 이 문제를 보다 심각하게 인식하길 바랍니다."
이흑산은 지난해 5월 복싱 매니지먼트 코리아 슈퍼웰터급 한국 챔피언에 등극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태극기가 그려진 트렁크를 입고 웰터급 경기에 나서 바바 가즈히로(일본)에 3라운드 KO승을 거두기도 했다. 스스로 "카메룬-코리언"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