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 매미 때 사고로 다리 잃은 소방관
- 16번의 수술 후 봉사활동으로 마음 회복
- 후배들에겐 늘 안전하게 최선 다하라고
- 새해 꿈? 좋은의족 차고 현장에서 뛰고 싶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전영환 (부산소방안전본부 소방위)
15년 전인 2003년 한반도를 덮쳤던 태풍 매미, 여러분 다들 기억하시죠? 정말 강력한 바람을 동반한 역대급 태풍이었는데요. 그때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하던 소방차가 있었습니다. 그 소방차 위로 타워 크레인이 덮칩니다. 이 사고로 차에 타고 있던 5명의 대원 중 1명이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까지 받아야 했는데요. 이 분, 지금은 의족을 차고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제 2의 인생을 살고 계십니다. 이 사연이 2019학년도 초등학교 5학년 도덕 교과서에 실릴 예정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큰 화제가 되고 있죠. 2018년 첫 미담 인터뷰가 되겠네요. 부산시 소방안전본부 전영환 소방위 연결해 보겠습니다. 전 소방위님 안녕하세요.
◆ 전영환>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축하드립니다.
◆ 전영환> 부끄럽습니다.
◇ 김현정> 사실은 교과서에 이름 오른다는 게 이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 전영환> 일단은 참 민망하기도 하고 제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만한 자격이 있는지를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겸손하게. 몇 년차 소방관이시죠?
◆ 전영환> 올해로 딱 30년차 됐습니다.
◇ 김현정> 30년차. 그러면 결혼은 하셨고 아이들도 다 큰 상태. 도덕 교과서 볼 상황은 아니고.
◆ 전영환>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게 좀 아쉽네요. 아빠 이름 있는 도덕 교과서 공부하면 좋은데.
◆ 전영환> 교과서를 보게 하나 더 가질까요? (웃음)
◇ 김현정> 유쾌한 분입니다. 전영환 소방위님. 사실은 2003년에 매미 저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요. 그때 여러분 사망자만 135명. 엄청난 태풍이었습니다. 그때 그러니까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시던 중이었던 거죠?
◆ 전영환> 네, 맞습니다. 주유소 화재로 인해서 출동 중에 있었습니다.
◇ 김현정> 주유소 화재가 났어요. 그러니까 다섯 분이, 다섯 분의 소방관이 소방차를 타고 출동을 하는데 어떻게 타워크레인이 덮친 거예요?
◆ 전영환> 인근에 아파트 건축 공사장 타워크레인이 태풍에 의해서 쓰러지면서 그 뒤에 있던 균형추 3개 중 1개가 제가 몰고 있던 소방차를 덮친 그런 사고였죠. 다리가 절단된 상태로 한 20m 정도 튕겨 나왔으니까요. 뭐 자동으로 튕겨 나왔다고 보면 되겠죠.
부산소방안전본부 119종합상황실에서 근무하는 전영환 소방관(왼쪽)이 현장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부산소방안전본부 제공
◇ 김현정> 사고 후에 수술을 몇 번이나 받으셨어요?
◆ 전영환> 중한 수술 8번, 가벼운 수술 8번 해서 총 16번을 받았습니다.
◇ 김현정> 16번. 16번 수술을 받았는데 결국은 (다리를) 살리지 못한 겁니까?
◆ 전영환> 처음에 접합수술을 했고.
◇ 김현정> 접합수술.
◆ 전영환> 네, 접합수술을 했었고 혈색이 조금 돌아왔었는데 12시간 이후에 다시 괴사가 오기 시작을 한 거죠.
◇ 김현정> 누구든지 이런 상황이 되면 절망적인 심경이 될 건 당연한데 더욱이 직업이 소방관이셨잖아요. 소방관이면 사고 현장을 두 다리로 누벼야 하는데 다리가 절단됐을 때 그 심정이란 건 정말 뭐 상상이 안 되네요.
◆ 전영환> 그렇습니다. 특히 제 성격상 좀 활동적이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제약을 가하니까 한동안 힘이 들었었죠.
◇ 김현정> 정말 그렇게 사고당하고 나서 원망스럽지는 않으셨어요? 아니, 내가 누군가를 구하러 가다가 내가 이렇게 됐구나. 참 원망스러운 생각.
◆ 전영환> 저도 사람인데 그런 생각을 왜 안 했겠습니까? 왜 하필 내가.
◇ 김현정> 왜 내가.
◆ 전영환> 왜 내가. 열심히 했는데, 열심히 살았는데 사고를 당했나 하고 한 1년 동안은 그랬었고.
◇ 김현정> 왜, 왜 안 그렇겠습니까? 세상 원망하고 말하자면 슬럼프에 빠져 있던 그 시간. 거기서 주저앉지 않고 다시 소방관 일을 시작하신 그 결정적인 결심에 어떤 계기랄까요? 뭐가 있었습니까?
◆ 전영환> 예. 누군가 저를 이끌어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누구요?
◆ 전영환> 이름을 얘기해도 되는지.
◇ 김현정> 하셔도 되죠. 좋은 일인데.
◆ 전영환> 같은 소방관 친구인데 이종환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 김현정> 이종환 소방관님?
◆ 전영환> 예. 그 친구가 저보다 어려운 사람들도 많다. 그런 사람들을 도우면서 좀 마음의 안정을 찾아봐라 해가지고 시작한 게 근 10년 세월이 훌쩍 넘어버렸네요.
◇ 김현정> 그렇군요. 그렇게 된 거군요.
◆ 전영환> 좋은 친구를 만나서 제가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 첫 번째 했던 봉사활동이 어떤 겁니까? 그렇게 해서 그런 계기로 나갔던?
◆ 전영환> 요양병원의 할아버지, 할머니들 돕는 그런 형식이었죠. 그냥 말동무나 해 드리고 기록사진 같은 것도 많이 찍고.
◇ 김현정> 찍어드리고. 사진 찍어드리고.
◆ 전영환> 제가 하는 역할은 장애가 있다 보니까 한계가 있어요, 거기에서도요.
◇ 김현정> 그게 대단한 겁니다. 말동무해 드리고 사진 찍어드리고 마음을 위로하는 일을 하고 계시는 거잖아요.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에 사연이 실리는 소방관 전영환 소방위 오늘 만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방위님, 사실 제천 화재사건이 얼마 전에 있었잖아요.
◆ 전영환> 네, 안타깝게도요.
◇ 김현정> 안타깝게도. 그 사건 겪으면서 이거 소방관들 실수 있었던 거 아니냐 이것저것 여러 가지가 도마 위에 한꺼번에 올랐습니다. 비난도 많이 받았고요. 보면서는 마음이 편치 않으셨을 것 같아요.
◆ 전영환> 네, 맞습니다. 일단 막상 현장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요. 우선 많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현직에 있기 때문에 가타부타 말씀드리기가 조금 그렇습니다. 하지만 소방관들의 사기가 좀 떨어진 건 사실이죠.
◇ 김현정> 사기가 많이 떨어졌어요, 이번 일 겪으면서?
◆ 전영환> 그렇습니다. 잘잘못을 떠나서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 김현정> 잘잘못을 떠나서. 축 처져 있는 후배들 보면 뭐라고 격려해 주세요?
◆ 전영환> 열심히 하라고 안전하게. 다치지 말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라고 얘기를 합니다.
◇ 김현정> 최선을 다하라고.
◆ 전영환> 제가 다치다 보니까 안전하게. 소방관이 안전해야 누구를 구할 수 있는 거지 소방관 자체가 다치거나 그렇지 않다면 누구를 구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일단은 안전을 얘기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전영환 소방위님, 2018년이 밝았습니다. 전영환 소방관의 꿈은 뭘까. 저는 문득 궁금해지네요. 꿈, 꿈.
◆ 전영환> 정말 좋은 의족을 차고 현장에 다시 뛰고 싶습니다.
◇ 김현정> 현장에서 뛰는 것.
◆ 전영환> 그것이 꿈인데 사실 저도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고요. 그때까지 그런 좋은 의족이 나오지는 않겠죠?
◇ 김현정> 사실은 현장으로 출동하다가 이런 끔찍한 사고를 당하신 건데도 다시 현장으로 나가고 싶으세요? 현장이 그리우세요?
◆ 전영환> 예, 소방 일을 하면서 사람을 구해보고 화재 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난 뒤에 어떤 보람. 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 김현정> 해 본 사람만이 아는 그 기쁨, 그 보람. 그래서 다시 뛰고 싶다. 소방관님, 그 꿈 이룰 때까지 건강 잘 지키셔야 돼요.
◆ 전영환> 우리 PD님도 건강 잘 챙기셔야 돼요. 좋은 방송으로 좋은 목소리 많이 들려주시기 바라겠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하겠습니다. 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소방관님도 건강 챙기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 전영환> 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김현정> 고맙습니다.
◆ 전영환>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새해 아침에 참 훈훈해지는 인터뷰였습니다.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에 실릴 예정이에요. 의족 소방관, 부산시 소방안전본부 전영환 소방위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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