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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국회 본청 국민의당 당 대표실에서 안철수 대표가 자신의 재신임 전당원 투표결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바른정당과의 통합 찬반 투표 성격으로 치러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 대한 신임투표는 예상대로 압도적 찬성으로 나왔다.
안철수 대표는 압도적 지지에 감사를 표하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통합의 길로 전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대파들은 투표율과 통합반대표를 감안하면 전당원의 17.1%만이 통합에 찬성한 것이라며 전당원투표를 실패로 규정하고 국민의당 사수와 안 대표 퇴출 운동에 들어갔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서 통합논의가 본격화되는 한편 반대진영의 통합반대 움직임도 여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중도·보수통합 흐름과 반작용의 소용돌이 가운데 2017년이 저물고, 2018년 새해가 시작되게 됐다.
◇ 당원 23% 투표에, 찬성 74.6%
국민의당 이동섭 선관위원장(가운데)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안철수 당대표 재신임 전당원 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국민의당 이동섭 선관위원장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총 선거인 26만 437명 중 ARS 투표자수 1만 4810명, K-보팅 투표자 4만 5101명으로 총 투표자수 5만9911명, 최종 합계 투표율 23%로 집계됐다.
재신임 찬성 투표수는 총 투표자수 중 4만 476표를 얻어 유효득표율 74.6%로 나타났다. 재신임 반대표는 1만 5205표로 25.4%에 그쳤다.
이동섭 선관위원장은 "이로써 통합추진과 관련한 안 대표 재신임 투표에서 재신임이 확정됐음을 선포한다"며 전당원투표 결과를 확정했다.
이 위원장의 발표중에 통합에 반대하는 일부 당원이 난입해 기자회견이 잠시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 안철수 "좌고우면하지 않고 통합의 길로 가겠다"
31일 오전 국회 본청 국민의당 당 대표실에서 안철수 대표가 자신의 재신임 전당원 투표결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안철수 대표는 전당원투표 결과가 확정된 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통합의 길로 전진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6만여명의 당원이 투표에 참여해 74.6%라는 압도적 지지를 보내주셨다. 제가 당대표 경선에 나섰던 지난 8.27 전대보다 더 많은 분께서 투표에 참여해 주셨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오늘 투표 결과를 혁신으로 보답하라는 명령으로 알고 변화의 길로 과감히 전진하겠다.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아우른다는 창당 초심을 높이 세워 젊은 정당, 국민 통합정당으로 탈바꿈하겠다"고 통합 의지를 나타냈다.
바른정당과 세워나갈 통합정당은 "정당의 기반을 전국으로 넓히고 남녀노소가 고르게 지지하는 개혁정당의 길"이라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새해 사자성어로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느나는 의미의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를 택한 안 대표는 "개혁을 위해 당을 키우고 전진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통합을 반대하는 당내 중진 의원들에 대해서는 "75%의 찬성을 두고 더 이상 논란을 벌이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 전당원의 17% 찬성이 압도적? … "전당원투표는 실패"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국민의당 의원들의 모임인 '나쁜투표거부운동본부'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안철수 대표의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통합반대파들은 전당원투표 결과를 정반대로 해석하며 안 대표에 대한 공격의 강도를 높였다.
반대파들은 전당원투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대표가 당무위원회에서 강행처리한 전당원투표가 끝내 실패로 끝났다"고 규정했다.
최종 투표율이 23%에 그쳤다는 것은 77% 이상의 당원들이 사실상 반대했다는 것이고, 여기에 전당원투표에서 나타난 반대표까지 포함하면 안 대표에 대한 신임은 17.02%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반대파들은 이런 수치를 근거로 "합당에 대해서는 전당대회에서 결정하라는 당헌도 어기고, 안 대표의 재신임과 연계하는 꼼수까지 부려 얻어낸 결과치고는 너무나 초라하다"며 투표 결과를 평가절하했다.
특히 "당헌 당규에 명시한 최소투표율 1/3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 이번 투표는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대한 반대이자 안 대표에 대한 명백한 불신임의 표시가 아닐 수 없다"면서 안 대표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이들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시장직을 걸고 실시한 무상급식 찬반투표 투표율 25.7%에 그치자 즉시 시장직에서 사퇴한 사례를 거듭 들었다.
반대파들은 바른정당이 국민의당과 정체성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국민의당이 가야할 길은 보수우경화 합당의 길이 아니다"고 통합반대 입장을 재차 천명했다.
반대파들은 보수야합추진을 저지하고 안 대표를 퇴출시켜 국민의당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를 출범시켰다. 박지원, 유성협, 정동영, 천정배, 최경환 의원 등 18명의 현역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통합반대파들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한 전당대회가 순조롭게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히는 등 통합전대 개최 저지 방침을 분명히 했다.
◇ 바른정당 "통합논의 바로하자" vs 한국당 "패잔병들의 모임"바른정당은 국민의당의 통합 찬반투표에대해 "예상했던 결과"라고 반기면서 즉각 통합논의 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의원 2명씩 각각 참여해온 기존의 '2+2 교섭창구'를 공식화하는 것은 물론 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에 이어 창당준비위원회(창준위) 구성 등 구체적인 통합 로드맵도 내놓았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2+2 협의체를 확장한 통합추진위원회를 1월 초에 당장 구성해야 한다"며 "이 기구는 실무창구가 아닌, 통합과 관련한 모든 권한을 위임받은 통합수임 기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국민의당의 전당원투표 결과에 대해 "패잔병들의 모임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이 같은 합당이 우리 정치에 어떤 가치가 있겠느냐"고 맹비난했다.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극히 일부 안철수 대표 지지자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특별히 논평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 한다"며 "결국 아무런 의미 없는 야합이자 정국에 어떤한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바른정당의 바른 의원들은 하루 빨리 유일한 보수 정당으로 오길 바란다"고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까지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