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가구단지. (사진=고무성 기자)
"가구점 한 지 30년이 됐는데 이케아 들어온 뒤로는 IMF 때보다도 더 어렵습니다"28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에 위치한 고양가구1단지.
단지에 들어서자 가구점들은 '원가 판매', '30~80% Sale' 등을 적은 현수막을 내걸고 손님 유치에 한창이었다.
하지만 주차장은 대부분 텅 비어 있었다. 가구점 안에도 손님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취재진이 한 가구점에 들어서자 사장이 반갑게 맞이했다. 하지만 이내 손님이 아닌 사실을 알게 되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18년째 가구점을 운영하는 A 씨는 "이케아와 스타필드가 차례로 입점한 이후 매출이 20~30% 줄었다"며 "스타필드에도 대형 가구점들이 들어서면서 그 여파가 크다"고 토로했다.
건너편에 있는 가구점 11곳은 재개발 지역으로 수용돼 모두 철수하고 헐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A 씨는 이들 일부가 고양에서 다시 가구점을 열지 않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고양가구2단지도 상황은 마찬가지.
20년째 가구점을 운영하는 B 씨는 "주말에도 손님이 없어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며 "손님들에게 싸게 주고 싶어도 줄 사람조차도 없는 심각한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30년째 가구점을 운영하는 C 씨도 "제조업도 해보고 다 해봤는데 지금이 IMF 때 보다 더 어렵다"며 "수도권에서 주로 찾는 고양가구단지에는 현재 혼수품을 찾는 20~30대가 거의 없다"고 했다.
이어 "자유시장경제에서 이케아를 못 들어오게 하는 것도 문제지만, 용납하는 것도 소상공인들을 다 죽이는 것"이라며 "다른 업체들도 이럴 바에는 그냥 안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케아 고양점. (사진=고무성 기자)
반면, 이케아 고양점은 이날 오전 10시 20분쯤 영업을 시작한 지 20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손님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족히 100면은 넘어 보이는 P1층 주차장은 순식간에 차기 시작했다. 8.4km가량 떨어져 있는 고양가구1단지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케아코리아는 지난 10월 소상공인 특례보증 재원 2억 원을 신용보증재단에 출연하는 전달식을 가졌다. 지난해 12월 고양시와 체결한 업무협약에 따라 지역 가구 소상공인과의 상생방안의 일환이다.
출연금은 가구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10배수인 20억 원 한도에서 업소당 2천만 원 이내로 최소 100개소 이상의 소상공인 보증 지원에 사용되고 있다.
이케아코리아는 또 양해각서를 통해 고양시 가구단지에 3년에 걸쳐 10억 원의 기금을 기탁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만난 고양가구단지 상인들은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고양지역 양대 가구협회는 지난 7월부터 스타필드 내 한샘 입점과 이케아 개장을 앞두고 생존권 피해를 주장하며 수차례 집회를 열었다.
고양시에는 두 단체를 중심으로 판매 업장 300여 개, 종사원 2천여 명, 공장 500여 개가 있다. 물류업계 종사자도 500여 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