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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공사 노조 "정유라 특혜입학과 판박이" vs 회사 "절차상 문제 없어"

가스공사가 9월 5일 게시한 사장 모집공고. ‘사장선임을 위한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개최 전까지 취업승인을 받으면 된다’고 명시했다. 가스공사 노조는 “대부분 기업의 신입직원 채용 시에도 외국어 성적 등 관련 자격 요건을 갖추어야만 서류 전형에 통과할 수 있는데, 공기업의 사장을 선임하는 데 있어서 절차가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옛 정권의 적폐 가운데 하나인 '낙하산' 인사가 문재인 정부에서도 고개를 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28일 예정된 한국가스공사의 주주총회가 현 정부 낙하산 논란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9월 5일 사장 모집공고를 냈다. 이 공고를 보고 9월 20일까지 10명이 서류를 접수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A씨의 서류를 놓고 특혜 시비가 불거졌다. 서류 마감 시점까지 공기업에 취업할 자격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인물은 전 정권 산업자원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사라 취업을 하려면 현행법상 별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런 취업 승인서를 제출서류에서 누락한 것이다.

그런데도 가스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9월 21일 열린 1차 서류 심사에서 다른 2명은 탈락시켰으면서도 A씨는 통과시켰다.

A씨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 승인을 받은 시점은 서류 심사 다음 날인 9월 22일인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측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소급적용해 대학입시에 합격한 정유라의 이대 특혜 입학에 비견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9월 26일 면접 심사에서도 5배수 안에 안착한데 이어 12월 8일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사에도 통과해 다른 1명과 함께 최종 후보로 올랐다.

가스공사측은 "사장 모집 공고 게시 때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개최 전까지 취업승인을 받아야한다'는 조건하에서 서류를 받았기 때문에 탈락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가스공사 임원추천위의 심사를 토대로 최종 후보자를 가려내는 정부 기구다.

한 마디로 최종 후보자를 선별하는 단계 전까지 A씨가 취업승인을 얻을 기회를 연장해 준 것이다.

공사측은 "현실적으로 사장 초빙 공고 후 서류심사 전까지 취업승인을 받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논란의 소지를 없애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시점 이전까지 취업승인을 받아야 함을 명확히 규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조측은 "세상의 어느 기업이 다른 모든 구직자가 가지고 있는 토익시험 성적조차 따지 않은 구직자에게 다음 시험 볼 때 까지 기다려주겠다고 하느냐"고 반문했다.

노조측은 특히 "미래 취업 승인을 담보로 서류를 제출하도록 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혀를 찼다.

실제로 가스공사는 그동안 사장 초빙 공고를 내면서 문제의 조건과 유사한 조건을 단 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다른 공기업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더욱이 노조는 A씨가 산업자원부 재직 시절 가스공사의 이해에 반하는 정책을 추진했던 전력도 폭로한 상태다.

노조는 가스공사를 지휘 감독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제 식구인 A씨를 챙기기 위해 가스공사를 배후 조종하는 꼼수를 쓰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표면적으로는 가스공사 지분을 3.67% 밖에는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지휘 감독하는 한전 지분 20.47%를 합하면 사실상 1대 주주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기재부 지분 22.4%와 국민연금 지분 7.83%까지도 우호적 지분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가스공사 주식을 가지고 있는 서울시와 경기도 등 다른 지자체와 공공기관들은 이번 사장 선임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가스공사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부에서 하는 일이라 우리가 관여할 입장이 아니다"며 "더욱이 주주총회에 인사 문제로 참석하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원칙상은 27일까지 서면으로 찬성 후보자를 적어서 내도록 했지만 기권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이번 사장 인사는 산업부의 의중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만, 청와대가 이 문제와 관련해 어떤 입장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가스공사 노조는 청와대에 이번 사장 선임 절차가 공정하지 못하다며 지난 13일 국민청원을 제기했고, 청와대 인사수석실에도 공문을 보내 제동을 걸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와 함께 가스공사 노조는 지난 21일 감사원에도 별도의 공익 감사청구를 제기했다.

노조의 이 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가스공사는 28일 임시주주총회를 최종 2명 가운데 1명을 사장 후보로 의결한 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거쳐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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