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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사제(근로자이사제), 약인가 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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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경영참여' 논란보다는 '지배구조 민주화' 관점에서 논의해야

근로자 이사제 도입 설명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서울시)

 

문재인 정부가 공약과 국정과제로 제시한 노동이사제의 도입을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노동이사제 또는 근로자이사제, 근로자 추천 이사제로 불리는 이 제도는 기업 내 노동조합원과 비 노동조합원을 포함한 직원들이 추천하는 인사를 이사회에 일부 포함시켜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제도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선공약집에서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해 "공공부문부터 노동이사제 도입하고 민간기업으로 확산 - 근로자 대표 1~2명이 참여하여 의사결정의 경영참여 보장"이라는 약속을 했고 새 정부는 출범 이후 이를 국정과제로 정리해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앞서 '근로자 이사제'라는 이름으로 지난해부터 서울신용보증재단 등 15개 산하 기관들에 이 제도를 도입해 운영중이다.

직원 300명 이상 기관은 2명, 300명 미만은 1명을 임기 3년의 근로자 이사로 두도록 하고 있다.

또 지난 달 20일 KB금융지주의 주주총회에서는 노동조합이 추천한 사외 이사 선임안이 결국 부결되긴 했으나 주주중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해 화제가 됐다.

금융위원회의 민간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도 곧 발표할 예정인 최종 혁신 권고안에 노동이사제 개념의 근로자 이사 추천제를 담을 방침이어서 최근 이 제도가 금융권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의 경영 참여'라는 개념으로 봐서 경제 단체들이나 보수적 시민단체에선 부정적, 노동 단체나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각각 보여 왔다.

쟁점은 노동자의 경영참여가 과연 기업 경영에 약이 되느냐 독이 되느냐다.

사용자 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김영완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노동이사제가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주로 운영되는 점을 들어 "우리에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우리 경제시스템이나 문화적 배경이 유럽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기업은 신속한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근로자이사제가 도입되면 객관적 운영도 되겠지만 많은 경우엔 당연히 기업의 효율보다는 근로자의 권익 보장, 노동조합의 활동보장을 당연히 주장할 것"이라며 경영상 비효율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KB금융지주 주주총회(사진=유튜브 캡처)

 

반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해 5월 '서울시의 근로자 이사제 도입 환영한다'는 성명에서 "노동자의 경영참여는 이미 유럽의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오래전부터 정착된 제도이다. 우리나라라고 해서 특별히 도입돼서는 안 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대립적 노사관계를 종식하고 상생의 노사관계를 제고하는데 노동자의 경영참여만큼 합리적 방안이 있을까? 노동자들이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 경영 참여에 따른 책임도 함께 져야하기 때문이다. 노사는 투명한 경영정보를 공유한 상태에서 합리적 교섭이 가능해져 경영정보의 불신으로 인한 쟁의가 대폭 축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이사제를 노동자의 경영 참여 관점으로 보면서 나뉘는 찬반 주장들은 주요 논거로 노사 공동결정제 전통을 가진 독일을 비롯해 다수 유럽 국가들의 사례를 든다.

유럽에선 공공과 민간부문 모두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나라가 독일, 스웨덴, 프랑스, 오스트리아, 덴마크, 핀란드, 네덜란드, 노르웨이, 체코, 헝가리, 룩셈부르크, 폴란드,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크로아티아 15개국이다.

그리스와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4개국은 공공부문만 도입해 유럽 31개국 가운데 노동이사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모두 19개국에 이른다.

노동이사제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쪽이 모두 유럽에서 노동이사제가 확산돼 있다는 데는 이견은 없으나 제도의 효율성에 대한 평가는 다르다.

성균관대 법과대학 최준선 교수는 지난 3월 한국경제연구소가 간행한 '상법상 근로이사제 도입의 문제점'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노동이사제에 대한 현지의 찬반론을 전했다.

찬성론자들의 주장은 "근로자의 이사회 참여가 재앙을 불러 왔다는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유럽에서 근로자의 이사회 참여가 강하게 보호되는 국가는 모두 글로벌 및 유럽 시장의 강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 및 경제위기 때 근로자이사의 경영참여가 강하게 보호되는 회사에서는 위기의 효과가 미미했으며, 정리해고를 피할 수 있었고 쉽게 안정을 회복하였다"는 것이라고 최 교수는 썼다.

또 "(노사)공동결정제도는 노사간 화합을 통해 불필요한 파업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또한 이사회에 근로자가 참여함으로써 회사비용 지출이 오히려 줄었다는 보고도 있는데, 이는 아마도 근로자들이 임원의 사적 이익추구를 감시하고 견제한 결과가 아닌가 여겨진다. 이러한 점에서는 근로자의 이사회에의 참여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그러나 "공장의 해외이전, 대규모의 구조조정 등과 같이 장기적인 회사경영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과연 공동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계량경제학의 연구결과는 노동이사제도의 효용성에 대하여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는 등의 반대론을 소개했다.

최 교수는 "유럽 계량경제학 학자들이 1982년부터 2011년까지 발표한 28편의 실증연구논문 중에 노동이사의 임명이 주가나 회사의 성장에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한 경우는 겨우 10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경영참여의 존재와 기업성과 사이에는 어떠한 명확한 상관성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결론"이라고 썼다.

하지만 이처럼 노동이사제에 대해 노동자의 경영참여 관점에서 찬반 논란이 벌어지는 데 대해선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공공연구소 김철 연구실장은 "1,2명의 이사회 참여만 가지고 경영권이 침해된다고 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불필요한 논란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노동이사제는 민주적 지배구조의 확보나 이해관계자들의 협치 측면에서 봐야 한다"면서 "조직 노동자의 단기적 이해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대안적 지배구조의 확립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이사회에 노동 이사 한 두 명이 추가된다고 해서 고용이나 노동 조건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쉽지 않다"며 "노동자는 물론 이용자(시민, 소비자)가 이해관계자로 이사회에 참여해 운영을 민주화하고 서비스도 혁신하도록 노동 이사제를 확대하는 게 더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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