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에 씌었다"…'가평 노부부 실종·사망 사건' 전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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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종교모임 이끄는 60대女 '자살 교사'

(사진=자료사진)

 

경기도 가평군에서 노부부를 강변에 버려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돕거나 교사한 혐의로 노부부의 딸과 사이비 종교모임을 이끄는 60대 여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의정부지검 형사3부(옥성대 부장검사)는 이 같은 혐의로 노부부의 딸 A(43) 씨와 B(63·여)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A 씨는 지난달 11일 오후 7시 46분과 10시 5분 두 차례에 걸쳐 A 씨의 아버지 C(83) 씨와 어머니 D(77) 씨를 가평군 북한강의 한 다리 아래에 버려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B 씨는 노부부에게 자신의 그릇된 종교적 생각을 주입해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만든 혐의를 받고 있다.

이튿날인 지난달 12일 C 씨는 북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D 씨는 한 달째 실종된 상태다.

검찰에 따르면 C 씨는 미국에서 30년간 살면서 우연히 B 씨를 알게 됐다. B 씨는 C 씨 등에게 자신을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기도하는 종교모임을 이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후 B 씨를 맹신하게 된 노부부는 2014년쯤 미국에 있던 재산을 정리하고 B 씨와 함께 국내로 들어온 뒤 가평군의 한 집을 빌렸다. 방 4개가 있는 214.5㎡(65평) 규모의 집에는 노부부와 딸 A 씨를 비롯해 B 씨를 따르는 교인 등 7명이 함께 살았다.

B 씨는 교인들에게 자신에 대해 계시를 받은 선지자라고 말해왔으며 "행동을 하기 전에 내 허락을 받아라, 신도들끼리 대화를 나누지 말라"고 지시했다.

특히, C 씨에게는 "화장실을 오래 사용한다"며 "부부가 화장실에서 음란한 짓을 해서 용에 씐 것"이라고 했다.

또 "마음이 순수해져야 한다"며 유아용 애니메이션인 '뽀로로'를 보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B 씨는 다른 신도들에게 C 씨를 '더러운 붉은 용'으로, D 씨에게는 '붉은 용을 따르는 저승사자'로 불렀다. 이 같은 사실은 B 씨가 일기 형식으로 쓰던 노트 등을 통해 일부 확인됐다.

이들에게 용은 악마 또는 사탄 등의 의미를 상징하는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B 씨는 "노부부가 먼저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해서 강변에 데려다주기만 했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B 씨는 수년 전 국내에서 사이비 종교를 운영한 혐의(사기)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B 씨는 교인들에게 재산을 정리하라고 한 뒤 돈을 챙겼으며, C 씨 등 교인들이 그의 옥바라지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애초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손을 잡고 같이 놀러 나간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인근 폐쇄회로(CC)TV에서는 사건 당일 A 씨와 B 씨가 두 차례에 걸쳐 봉고 차량에 노부부를 따로 태워 집을 나선 사실이 드러났다.

A 씨는 그제야 "무면허 운전을 한 사실이 들통날까 봐 그랬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실종 상태인 A 씨의 어머니 역시 숨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북한강 일대를 계속 수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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