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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이 아니라 집을 사는 것처럼 기부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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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포비아' 시대…기부도 잘 알아보고 꼼꼼히, 그리고 통 크게 하자"

- 이영학 사건 등으로 ‘기부 포비아’ 현상
- ‘믿을 수 없으니 안 한다’가 아니라 ‘이젠 잘 알아보고 하자’
- 국정농단, 새희망씨앗, 이영학 사건 등으로 기부문화 위축 걱정스러워
- 자기가 낸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기부문화 필요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7년 12월 8일 (금)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비케이 안 소장(한국기부문화연구소)


◇ 정관용> 한국기부문화연구소 비케이 안 소장님을 연결해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소장님 안녕하세요.

◆ 비케이 안 소장>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연탄은행도 올해 후원이 한 15 내지 20% 줄어들었다는데.

◆ 비케이 안 소장> 그렇다네요.

◇ 정관용> 지금 다른 곳들도 대체로 그렇습니까? 비케이 안 소장님 파악하신 바가 어때요?

◆ 비케이 안 소장> 저도 15~20 정도로 봤는데 어쨌든 작년보다 못하다는 거는 확실한 것 같고요.

◇ 정관용> 거의 모든 단체가?

◆ 비케이 안 소장> 그렇죠. 그런데 이제 더 낫다고 하는 단체는 제가 못 들어봤고요.

문제는 이제 실제 온도차하고 체감온도 차이가 크니까 심리적으로 마침 너무나 기부 한파라고 그럴까요? 이러니까. 더 걱정입니다, 심리적으로.

◇ 정관용> 소위 ‘어금니 아빠’ 사건이 영향을 크게 미쳤다고 생각하세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비케이 안 소장> 물론이죠. 이런 비유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작년도 국정농단 사건 같은 경우는, 우리 기부자가 맷집이 그렇게 좋지 않거든요, 우리 한국 기부자들이. 그런데 머리를 맞은 거나 마찬가지고.

얼마 전에 새희망씨앗이라는 재단이 걸렸던 문제가 바로 사람의 가슴을 친 거였고요.

◇ 정관용> 새희망씨앗이 100억 원대인가.

◆ 비케이 안 소장> 그렇죠. 126억 횡령한 사건 있었죠.

그다음에 이번에 이영학 사건 같은 경우는 배꼽 밑의 사람의 급소를 친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렇게 짧은 시간에 세 사건이 벌어진, 한꺼번에 있었던 사건은 저 자신도 경험을 못했기 때문에 우리 많은 기부자들이 어떤 패닉에 빠졌다고 할까, 집단 트라우마에 있는 지경인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 영향이 직접적으로 모든 단체에 15 내지 20% 위축, 이 숫자로 나타나고 있는 거군요?

◆ 비케이 안 소장>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잘 모르죠. 아까 말씀하신 대로 금년을 더 두고 봐야 되는데.

◇ 정관용> 연말에 집중되니까.

◆ 비케이 안 소장> 그렇죠. 우리 국민성이 막판 뒤집기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앞에서도 똑같은 얘기를 하다가 막판에 10일, 20일 남겨놓고 해서 결국은 온도 게이지가 차는 경우가 많이 봤기 때문에 저도 그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우리 비케이 안 소장께서는 외국의 기부 문화도 많이 접하시고 비교, 검토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소위 기부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도 이런 비리사건들이 가끔 터집니까? 어떻습니까?

◆ 비케이 안 소장> 맞습니다. 우리나라보다 더 끔찍한 사건들이 사실 많이 있고요.

◇ 정관용> 그래요?

◆ 비케이 안 소장> 그런데 이런 거 아무리 기부 선진국이라도 전혀 이런 사건이 없을 수가 없는데 문제는 이런 사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더 큰 문제죠.

이제 아무래도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이런 기부 문화가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지만 이걸 어떤 교훈으로 삼고 다시 이런 일들이, 똑같은 일들이 반복되어선 안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가히 문제가 좀 있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감시가 소홀하다고 생각했는지 규모면에서도 이런 문제가 점점 더 커지고 집중적으로 발전되고 있어요. 13% 정도, 미국도 전체 모금의 13%정도가 이렇게 후원금 유용으로 드러나는 걸로 나와 있습니다, 통계상으로.

◇ 정관용> 무려 13%나요?

◆ 비케이 안 소장> 그렇죠.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이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불행히도 더 많을 것으로 보죠, 우리는.

◇ 정관용> 우리는 13%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 비케이 안 소장> 네.

◇ 정관용> 그런데 기부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은 거기서도 그런 비리가 터졌을 때 어떻게 대처합니까? 지금 대처가 중요하다고 하셨기 때문에.

(CBS노컷뉴스 황진환 기자)

 

◆ 비케이 안 소장> 그분들은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좀 유연하죠. 아무래도 어떤 스캔들이 일어나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반응이 상당히 빠르고요. 물론 바운스 백도, 반응속도도 상당히 굉장히 빠르기는 합니다만.

◇ 정관용> 다시 회복도 되기는 하지만.

◆ 비케이 안 소장> 미국 같은 경우는 그런 스캔들이 일어나면 반응이 한 1년 반이나 2년 뒤에 나타나요, 서서히. 그래서 뒤끝이 있어서 그런지 또 어떤 문제가 생긴 데는 끝까지 찾아가서 찾아내고 그렇게 하는데.

재미난 예를 들면 어떤 단체에서 얼마 전에 한 1억 정도 횡령사건이 일어났는데 그 문제가 발각돼서 자살까지 했어요, 담당자가. 그런데 단체에서는 가족을 대상으로 고소를 해서 결국 돈을 찾아낸 케이스도 있는데. 이런 자료도 나오죠.

그래서 끝까지 찾아서 자기들은 다 토해내게 한다 그런 의지도 있고. 일반 상법에서 충분히 잡아낼 수 있다고 보는 거죠.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쉽지는 않지만.

◇ 정관용> 그럼 우리도 그런 비리가 발견된, 잘못 쓰여진 기부금을 환수할 수 있는 제도가 있나요?

◆ 비케이 안 소장> 있습니다. 국세청에서도 이걸 충분히 알고 있고요. 일부는 많이 돈이 남아 있다면 충분히 돈을 환수할 수 있지만 남아 있지 않을 경우에는 민간 소송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죠.

그러나 이것도 결국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결국은 이 제도가 있긴 있습니다만 촘촘하지 못해요. 전문성도 떨어지고 이번 기회에 좀 더 우리가 제도 문제를 다뤄야 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지금 얘기가 급하게 나가서 비리를 저지른, 잘못 쓰여진 기부금 같은 거 환수 얘기까지 먼저 가버렸습니다마는 그 전에 이렇게 잘못 쓰여지지 않게 횡령이나 비리로 줄줄 새지 않게 감시, 감독하는 체제가 중요할 것 같은데 그건 선진국과 우리랑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 비케이 안 소장> 선진국은 기부금 단체가 자세한 지출 명세를 모두 내게끔 되어 있죠.

◇ 정관용> 그게 뭡니까?

◆ 비케이 안 소장> 국세청에 자기들이 어떤 식으로 기부금을 받았고 어떻게 쓰여졌고 심지어는 안에 있는 CEO나 직원들의 월급까지 다 쓰게끔 되어 있습니다.

누구든지 국세청에 내고 국세청에서는 그걸 발표를 해야 되고 기부자가 만약에 원한다면 그 단체를 뒤져서 상황이 어떤지를 볼 수 있죠. 기부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는 합니다마는 그런 방법으로 어떤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장치가 어느 정도 되어 있죠.

◇ 정관용> 우리는요? 우리는 그런 게 없어요?

◆ 비케이 안 소장> 노력은 많이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가이드스타 같은 경우도 미국 모델을 만들어서 우리도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가지고 공표를 하고 있습니다마는 그 반응들이 뜨겁지는 않아요.

이번 기회에 많은 분들이 그런 가이드스타 같은 것을 이용해서 감시망을 더욱 촘촘히 만드는 그런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한국적 기부문화의 특징은 뭡니까?

◆ 비케이 안 소장> 아무래도 저희는 정에 관한 게 있고요. 흥도 좀 있어야 되고. 그런데 주로 이런 개인 기부보다는 주로 기업 기부, 단체적으로 하는 기부들이 많이 있고요. 주로 주고받는 거죠.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무언가를 바라는 그런 기부가 많이 있기 때문에.

◇ 정관용> 세제혜택 같은 거.

◆ 비케이 안 소장> 그렇죠. 그다음에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이런 스캔들에 취약하고 그런 우리 특이한 문화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비영리기관하고 영리기관은 달라요. 영리기관은 어떤 문제가 있으면 한 회사가 문제 있는 것으로 되면 되는데, 비영리는 한 문제가 있으면 전체, 전체 기관이 문제가 되거든요. 그래서 이런 경우엔 취약하게 되죠.

◇ 정관용> 우리 개인이 기부를 할 때 최근에 이런 일련의 비리사건을 접하고 난 다음에 아유, 이제 기부하지 말아야지, 그럴 것이 아니라 제대로 돈을 걷어서 투명하게 돈을 쓰는 기관을 찾아서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이런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 비케이 안 소장>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기부자들도 마치 우리가 수박을 사는 게 아니라 집을 사는 것처럼 기부를 하자, 따져서. 옛날에는 우리가 주면 됐지 그걸 따지는 건 나쁜 일이 아닌가 이렇게 오해를 하시는 분위기인데 이제는 우리도 따지고 준 뒤에도 알아도 보고 챙겨도 보고 이렇게 해야 됩니다.

◇ 정관용> 기부하면서 내가 기부한 돈이 잘 쓰이고 있는지 잘 보여달라, 챙기고 묻고.

◆ 비케이 안 소장> 그렇죠. 지금 정부에 의존하기도 힘들고요. 단체 윤리성 자체도 그렇고 미디어도 열심히는 하고 있습니다마는 다 기대할 데가 없기 때문에 남아있는 기부자들이 우리나라는 특히 기부자들끼리 모임이라든지 협회라는 게 없지 않습니까?

목소리를 못 내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자기가 각자 자기가 낸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꼼꼼히 따지는 그런 문화가 필요할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렇게 시민들이 따지고 들수록 아주 투명하게 잘 활동하는 단체들이 점점 더 규모를 키우고 문제 많은 단체는 저절로 사라지고 이렇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 비케이 안 소장> 자연적인 비영리 시장의 논리죠, 그게.

◇ 정관용> 그렇죠. 비록 좀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있었지만 차제에 좋은 기관 찾아서 기부하기운동, 이런 게 펼쳐졌으면 좋겠네요.

◆ 비케이 안 소장> 물론입니다. 반드시 필요합니다.

◇ 정관용> 여기까지 말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 비케이 안 소장>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한국기부문화연구소 비케이 안 소장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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