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사진=황진환 기자)
자유한국당의 오는 12일 원내대표 경선의 결과가 어떻게 됐든 홍준표 대표에게 불리하지 않은 결론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친박계의 당선만 막으면 나머지 유력 후보 중 누가 되더라도 나쁘지 않은 카드라는 관측이다.
당초 친박계와 친홍(親洪), 이들 중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 이른바 '중간지대' 의원 간 3파전 양상으로 흘렀던 초반의 구도가 '중간지대도 결국은 친홍'이라는 해석에 따라 흔들리는 모양새다. 친박계로선 핵심 의원들이 줄줄이 검찰의 수사망에 걸려든 상황에서 당내 입지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내 경선의 승기와 관련된 1차 분수령은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 구하기가 되고 있다. '필승 파트너'를 구하려는 원내대표‧정책위의장 후보자들 간 짝짓기를 위한 치열한 눈치싸움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 (사진=자료사진)
◇ 홍준표와 이주영은 '밀당' 중?
홍 대표와 중간지대의 유력 후보인 이주영(5선‧경남 창원 마산‧합포) 의원은 사이가 가까웠다,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지는 분위기다.
이 같은 분위기는 양측 측근 정치인 사이에서 상대방을 평가하는 발언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홍 대표 측은 5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홍 대표의 SNS 자제가 의미하는 것은 원내 경선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라고 했고, 이 의원 측은 "내가 당 대표와 각을 세우겠다는 것이 아니고, 계파를 중심으로 한 정치를 그만하자는 뜻이었다"고 했다.
당초 홍 대표는 자신의 이름을 판표에서 준표로 개명해준 장본인이 이 의원이 아니라며, 멀리 밀어내는 입장을 취했었다. 이 의원도 이에 맞서 홍 대표를 겨냥, "독불장군에겐 미래가 없다"고 반박했었다. 양측이 밀었다 당기는 과정에 있는 셈이다.
반면 홍 대표가 원내대표로 낙점한 것으로 해석돼 '반홍(反洪)' 역풍의 피해자가 됐던 김성태(3선‧서울 강서을) 의원은 역으로 '홀로서기'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통화에서 "나는 그 누구의 지시를 받고 정치를 해본 적이 없다"며 강한 리더십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특히 이번 예산정국에서 한국당이 국민의당에 밀리는 등 여야 협상에서 실패한 측면을 지적하면서 "야당은 대중으로부터 외면받아선 살아남을 수 없다. 강한 야당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 구심점 없는 친박(親朴), '반홍(反洪)' 띄울 동력 있나홍 대표가 이른바 '꽃놀이패'를 쥐었다는 분석은 결선 투표 시나리오 때문이다. 김성태 의원의 주장대로 1차에 과반이 자신을 지지할 경우 홍 대표로선 당초 낙점한 인물이 원내대표가 되는 것으로 나쁠 것이 없다.
김 의원이 1차에서 과반을 못할 경우 1~2위 간 결선투표를 하게 되는데 이후 계산은 구도에 따라 다소 복잡하다.
친박계 후보가 2위를 차지하면 결선에선 '친홍 대(對) 친박'의 구도가 등장한다. 이럴 경우 중간지대 표심은 친박보다 친홍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김 의원에게 유리하다. 반대로 중간지대가 2위를 차지할 경우 친박계의 표심이 결합될 수 있다. 중간지대를 표방한 의원이 유리해지는 셈이다.
현재 친박계에선 유기준(4선‧부산 서구‧동구) 의원과 홍문종(4선‧경기 의정부을) 의원이 후보 단일화를 놓고 경합 중이다. 중간지대에선 이주영, 조경태(4선‧부산 사하을), 한선교(4선‧경기 용인병) 의원이 3자 간 여론조사 경선을 통해 단일화를 할 계획이다.
홍 대표로선 친박계 후보가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가운데 친홍(親洪)에서 김성태 의원이, 중간지대에서 이주영 의원이 각각 결선에 올라오면 측근 2인간 경선으로 누가 되든 크게 나쁘지 않은 결론이 사전에 정해진다.
◇ 'TK 정책위의장' 공들이지만…'몸값' 비싸진 의장 후보들경우의 숫자가 복잡하게 전개되면서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로 출마하는 정책위의장 조합이 잘 형성되지 않고 있다.
당내 상황에 밝은 한 관계자는 "원내대표 후보들은 누가 필승의 러닝메이트인지를, 정책위의장 후보들은 어떤 원내대표 후보가 대세를 차지할지를 각각 견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판세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만큼 원내대표 후보들도 자기 패를 미리 까는 것을 주저하고 있고, 정책위의장 출마를 희망하는 재선·3선 의원들도 막판까지 출마 여부를 쟤고 있다는 얘기다.
주요 원내대표 후보군에 당의 주축인 대구‧경북(TK) 출신 의원이 없기 때문에 정책위의장 혹은 원내수석부대표로 조합이 가능한 TK 지역 재선‧3선 의원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