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가미카제(kamikaze) 생존자 게이이치 쿠와하라. 사진=BBC 화면 캡처
BBC는 5일(한국시간)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가미카제(kamikaze) 생존자 게이이치 쿠와하라(91)의 동영상 인터뷰를 공개했다.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 일본군은 전황이 불리해지자 국가를 살린다는 미명 하에 가미카제 조종사를 전쟁에 동원했다. 이들은 폭탄이 장착된 비행기에 탄 채 연합군 함대에 부딪히는 자살공격을 감행했다.
쿠와하라는 가미카제 조종사로는 드물게 생존했다. 그는 17살 때 어머니와 누나를 남겨둔 채 어쩔 수 없이 가미카제 조종사가 됐다.
스스로 폭탄이 되어 미항공모함을 공격하는 날. 쿠와하라는 '오늘이 생애 마지막 날이구나'라는 생각을 꾹꾹 누르며 비행했다.
하지만 갑자기 엔진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면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엔진 고장으로 더 이상 비행이 힘들어지자 그는 자살공격을 포기하고 돌아갔다.
쿠와하라는 "내가 바랐던 일이다. 살아 돌아가서 행복했다. 동시에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 지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사진=BBC 화면 캡처
BBC는 일본의 젊은 세대가 가미카제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물었다. 청년 3명은 각각 '어리석은 짓'(stupidity), '용기 있다'(courageous), '비이성적이다'(irrational )라고 답변했다. '전쟁이 났을 때 조국을 위해 자살공격을 감행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아니요"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2015년 윈갤럽(Win/Gallup) 인터내셔널이 8개국을 대상으로 같은 질문을 했을 때도 일본은 응답자 중 11%만이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는 8개국 중 가장 낮은 수치다. 파키스탄이 89%로 가장 높았고, 인도(75%), 터키(73%), 중국(71%)이 뒤를 이었다.
BBC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동안 가미카제 조종사 4천 여명이 사망했고, 이들은 대부분 17살에서 24살 청소년이었다.
쿠와하라는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그들은 영웅이었다. 하지만 가미카제 공격은 허용되지 말았어야 했다. 국가의 이름으로 짧은 생을 살다간 그들이 안타깝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