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제주도교육청이 발표한 해명자료 (사진=제주도교육청 홈페이지)
제주에서 현장실습 고교생이 숨진 가운데 제주도교육청이 사고 발생 8개월 전인 지난 3월 현장실습 제도 점검단을 운영하기로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점검단은 제때 운영되지 않았고, 결국 제주시내 구좌읍 음료제조회사에서 현장실습을 받던 이민호(18) 군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제도만 제대로 운영됐다면 민호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지난 3월 제주도교육청 "현장실습 점검단 확대, 운영한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3월 27일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노동 인권 보호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현장실습 기간 동안 자체점검단을 확대‧구성해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이에 앞서 16일 특성화고 현장실습 실태를 발표했는데, 그 결과 표준협약서 미체결 위법 사례에서 제주가 1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이뤄진 조치였다.
당시 교육부 조사결과 제주지역 현장 실습생 403명 가운데 78명(19.3%)이 표준협약서를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위였던 울산 1123명 중 28명(2.5%)에 비교했을 때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당시 민주노총제주본부 청소년노동인권사업단은 성명을 내고 "제주지역 특성화고 현장실습 학생에 대한 표준협약서 체결 위법사례가 전국 1위"라며 "현장실습표준협약서는 학생들의 현장실습 과정에서 청소년의 노동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며, 제주도교육청이 나서 즉각 특성화고 현장실습 실태를 점검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교육청은 "학교 현장에서 표준협약서를 취업포털사이트에 등록하지 않아 미체결 건수가 73건으로 많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노동 인권 보호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현장실습 기간 동안 자체점검단을 확대‧구성해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속적으로 직업교육훈련촉진법 준수여부를 점검하는 등 학생 보호 강화를 위한 대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수립‧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점검단은 민호가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운영되지 않았다.
제주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숨진 고 이민호군 (사진=문준영 기자)
제주도교육청 미래인재교육과 관계자는 "제주도교육청 직업교육팀과 특성화고 교감들끼리 점검단을 구성했다"며 "학생들이 현장실습에 가장 많이 가는 시기가 11월과 12월이었다. 8월달부터 계속 현장에 나가기 어려워 가장 많이 나가는 시기에 업체를 몇 군데 찍어서 확인하려 했다"고 말했다.
민호는 교육청 승인을 받고 7월 말부터 산업체 현장실습을 시작했다.
학교 당국이 8개월 동안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민호는 12시간 중노동과 휴일근무에 내몰렸다. 업체와 학교가 맺은 현장실습표준 협약서가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
학교 당국이 점검단을 제대로 운영해 실태조사를 벌였다면 민호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제주도교육청 이석문 교육감은 사망사고 발생 20일만인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 입장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