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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는 김영란법 부처 갈등…'뻘쭘해진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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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 자신했던 김영란법 개정, 국민권익위원회 부결 처리

(사진=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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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부는 농축수산물 예외 적용에 관한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을 논의 중"이라며 "늦어도 내년 설 대목에는 농축수산인이 실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의 개정을 기정사실화한 발언으로, 농어민들의 기대감을 한껏 높여놓았다.

그러나, 이 총리의 이 같은 자신감은 불과 8일 만에 궁색한 처지가 돼 버렸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전원위원회를 열어 김영란법 개정안을 부결 처리했기 때문이다.

내년 설 대목 이전에 김영란법 개정을 통해 선물비의 상한액을 현재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계획은 일단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농어민 단체들은 즉각 반발하는 등 김영란법 개정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국민권익위원회 전원위원회, 김영란법 개정안 부결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7일 박은정 위원장이 불참한 가운데 전원위원회를 열고 농축수산물에 한해 선물 상한액을 올리는 내용의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안을 논의한 끝에 부결 처리했다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김영란법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기준가액(식사비 3만원, 선물비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가운데 식사비 상한액은 3만원을 유지하고 선물비는 농축수산물에 한해 상한액을 1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안건이 논의됐다.

또 농축수산물을 원료(50% 이상)로 하는 2차 가공품에 대해서도 10만원 상한을 적용하는 안건도 포함됐다.

그러나 권익위 전원위원회 소속 외부 비상임위원들은 시행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법을 바꾸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참석 위원 12명 가운데 개정안에 찬성한 위원이 6명, 반대 5명, 기권 1명으로 재적위원 과반 이상 출석에 출석 위원 중 과반 찬성이라는 가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 처리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28일 "권익위의 독립적인 결정"이라며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반대한 상황에서 김영란법 개정을 무리하게 다시 논의하기 보다는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당초 권익위가 전원위원회 결정을 바탕으로 당정 협의를 거쳐 오늘(29일) 열기로 했던 ‘대국민보고대회’ 자체가 무산됐다.

◇ 김영란법 개정 자신했던 이낙연 총리 깝깝해 져

국민권익위원회의 이번 부결 결정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사람은 이낙연 국무총리다. 이 총리는 그동안 농민단체 등과 만난 자리에서 김영란법 개정에 적극적인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과 김영춘 해수부 장관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들 두 장관은 농어민들을 위해선 최소한 농축수산물 만큼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장본인들이다.

특히, 김영록 장관은 당초 지난 10월 추석 전에 개정안이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결국 무산되면서 내년 설 이전에는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김영란법을 개정하려면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 당장 어렵지만, 시행령 개정을 통해 농축수산물의 선물비 상한액만이라도 10만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12월에 국무회의 의결과 행정예고 기간(최대 45일)을 거치면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이전에는 개정된 내용이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부처간 협의가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전했었다.

사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와 해수부는 김영란법 개정안이 국민권익위원회를 통과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좀 황당한 상황이다"며 "권익위 내부적으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는 소식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농축수산물 만큼은 제외하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됐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부결처리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농어민들 반발 "모든 책임은 권익위 위원들이 져야 할 것"

권익위 결정에 가장 충격을 받은 집단은 다름 아닌 농민과 어민들이다. 이번만큼은 당연히 개정돼 내년 설 대목에는 선물비 10만원이 적용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전국한우협회는 28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전원위원회 위원들이 부정청탁금지법으로 인한 지난 1년간의 농축산업 피해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부정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 불발 사태로 인해 2달 앞으로 다가온 내년 설 명절에도 국내산 농수축산물 선물 시장이 위축돼 농축산업 피해가 지속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 수협 관계자는 "수산물 가운데 대표적인 게 굴비인 데 5만원에 선물을 맞추는 것은 애시 당초 불가능했기 때문에 작년 9월에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굴비 선물시장은 죽기 일보 직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선물비 가액을 10만원으로 상향해도 굴비는 25cm 이하 작은 것 밖에 없어서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지만 권익위의 이번 부결 결정으로 작은 기대마저 무너졌다"며 "굴비 생산 어민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농민단체 관계자는 "(국민권익위원회) 박은정 위원장이 그동안 법 개정에 반대해 오다가 최근에 찬성 쪽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전해 들어서 김영란법 개정이 되는 줄로 알고 있었다"며 "그런데, 박 위원장이 국회 참석을 이유로 전원위원회에 불참하면서 결과적으로 부결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박 위원장이 참석하는 전원위원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며 "정부가 역풍을 우려해서 쉽게 결정하기는 어렵겠지만 내년 2월 설 이전에 개정안이 시행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영록 장관은 2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그간 농업인의 어려움을 전달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부결된 것에 대해 저도 당혹스럽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다"며 "권익위에서 조속히 재상정돼 내년 설 전에는 반드시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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