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윤창원 기자)
2018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이 임박하면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 몸값이 다시 오르고 있다. 본격적인 협상에 나선 여당은 국민의당에 어떤 요구 사항이 있는지 물밑 타진하며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국민의당이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지원금에 대해 강하게 삭감을 요구를 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과 호남 지역 예산을 중심으로 막판에 '패키지 딜'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예산 심사 거북이걸음,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지원금이 최대 쟁점국회 예산 처리 시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여야는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며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선진화법 시행 이후 법정 시한을 계속 지켜왔지만 이번 예산안 심사는 지난해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이다. 예결위 조정소위원회 심사가 마무리됐지만 172건, 25조원 가량의 예산 심사가 보류된 상태로 간사간의 소소위심사로 넘어갔다.
지도부로 넘어가서도 협상이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이다. 지난 27일부터 시작돼 이틀째 이어진 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간의 '2+2+2' 협의체에서 진도가 나가지 못했다.
쟁점은 총 8가지로 분류된다. ▷공무원 17만4천명 증원을 위한 5322억원 ▷ 최저임금 인상분에 따른 보조를 위한 일자리 지원금 3조원 ▷아동수당 1조1천억원 ▷기초연금 인상분 1조7천억원 ▷건강보험 재정 ▷남북협력기금 ▷법인세 인상 ▷소득세 인상 등이다.
이 중 가장 첨예한 부분은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지원금으로 국민의당도 적극적으로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공무원 증원 예산과 관련해 "정부와 미래세대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이 부분은 절대로 안된다"며 "절대 물러날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고 강조했다.
즉, 일반행정직 공무원 감축 및 공직사회 구조개혁이 수반되지 않으면 공무원 증원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은 최저임금 지원금 3조원에 대해서도 정부가 직접적으로 임금 상승분을 보조하는 형태가 아니라 사회보험료 지원, 근로장려세제 지원 등 간접 지원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은 두 예산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이 담겨있다며 원안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이 새 정부의 국정철학이 담긴 예산만 콕 찍어 반대하고 있다"며 "국회가 국민의 희망을 꺾고, 모두가 패자가 돼서는 안 된다. 깊은 성찰을 부탁한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 "국민의당을 잡아라" 호남 SOC 예산 및 쟁점 법안 협상 카드 되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자료사진. (자료사진=박종민 기자)
두 개의 큰 쟁점이 걸려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국민의당의 다른 요구사항이 무엇인지에도 관심을 쏟는 분위기이다. 삭감된 호남 SOC 예산 중에 일부가 협상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호남 KTX 2단계 노선을 무안공항과 연결하는 예산이 자주 거론된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호남 KTX 등 몇몇 SOC 예산을 통해서 국민의당과도 협상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국당이 워낙 강경하기 때문에 국민의당을 설득하는 수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요구하지만 민주당이 반대 또는 보류해 막혀있는 법안들이 협상 카드가 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당은 규제철폐를 위한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발전기본법 등을 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지방자치단체장이 체육단체장을 겸임하지 못하도록 막는 지방자치법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방송법 개정안, 특별감찰관법 개정안 등도 국민의당의 주된 입법 요구 사항이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민주당이 우리가 진짜 하고 싶어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검토를 한다고 하고 반대를 하지는 않지만,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정 시한인 12월 2일을 넘기는 것은 여야 모두에게 부담인 만큼 막판에 SOC 예산을 비롯해 쟁점 법안들에 대해 국민의당과 '패키지 딜'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국민의당이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정부 보조에 대해서는 반대 명분을 분명히 내세우는 만큼 이 부분에 정부여당의 일부 양보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당에서도 두 쟁점 만큼은 SOC와 연계되지 않는다며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안정 자금 등 핵심 의제들이 큰 틀에서 타결되면 나머지는 조정의 영역"이라며 "국민의당도 법정 기한을 넘기면 부담스러운만큼 막판에 지도부 차원에서 치열한 물밑 협상이 있지 않겠냐"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