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7년간 숙박·음식점업 생산이 뒷걸음질 쳤지만 이들 업종 사업자들이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은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한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진입 장벽이 낮은 숙박·음식점업 시장에 뛰어들면서 과당 경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숙박 및 음식점업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95.0이었다.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2010년을 100으로 놓고 봤을 때 현재 해당 업종의 생산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매출 등을 바탕으로 산출된다.
지난 3분기 숙박 및 음식점업 생산이 2010년 평균보다도 5% 줄었다는 의미다.
분기별로 보면 숙박 및 음식점업 생산지수는 2007∼2010년까지 100을 종종 넘었지만, 이후에는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2011년부터 지난 3분기까지 100을 넘은 적은 2011년 2분기(101.6), 2014년 3분기(100.7) 딱 두 번뿐이었다.
하락 속도는 최근 들어 더 빨라지고 있다.
2015년 1분기 99.0에서 2016년 1분기 98.3으로 떨어지더니 2016년 4분기 94.7로 급락했다. 이어 올해 1분기 94.5, 2분기 94.4까지 하락세를 이어갔다.
반면 숙박 및 음식점업 개인사업자나 기업이 은행, 상호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예금취급기관에서 빌린 돈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숙박 및 음식점업 대출잔액은 49조3천653억원으로 50조원에 육박했다.
7년 전인 2010년 말(26조3천743억원)과 비교하면 87.2% 늘어난 것이다.
경제 규모나 시장 자체가 커지면 대출잔액도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숙박 및 음식점업의 분기별 대출 증가액(전기 대비)은 2010년만 해도 500억∼3천억원대였지만 이후 증가 폭이 급격히 커졌다.
지난해 4분기에는 역대 최대인 1조7천200억원 늘어났고, 올해 1분기(9천933억원)와 2분기(1조3천836억원), 3분기(1조1천872억원)에도 급증세가 멈추지 않았다.
숙박 및 음식점업의 대출 증가와 생산 감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2010년은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한 시기다.
은퇴 후를 대비하지 못한 베이비부머들이 은퇴자금과 은행 대출금을 모아 생계를 위한 숙박업체나 식당 창업에 몰렸고, 결국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생산이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는 분석이다.
올해 초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으로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상당수를 차지하던 중국인이 줄어든 점도 숙박·음식점업 대출 증가나 생산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 관계자는 "도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은 일반적으로 자영업자들이 많다"며 "은퇴한 베이비부머들, 청년들이 진입하기 쉬운 이들 업종에 창업을 많이 하면서 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