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단지 내 음료 제조 회사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고등학생 이민호(18) 군이 사고를 당해 숨졌다. 사진은 당시 현장 CCTV 영상 (사진=CCTV 영상 캡처)
제주 현장실습 고교생 사망사고 업체의 작업 환경이 '총체적 부실'로 드러났다. 안전·보건에 대한 교육은 물론 안전난간 미설치, 지게차 작업계획서 미작성 등 사실상 곳곳이 재해 천지였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근로지도센터가 사고 업체에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정식 조사를 벌인 사업주는 해당 사업장의 근로자에 대한 정기적인 안전·보건 교육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관리감독자 3명을 선임해 교육을 해야 하는데도 이뤄지지 않았고, 직원 채용때 교육(19명)도 이뤄지지 않았다. 원료가 저장되는 탱크 등 밀폐 공간 관련 작업자(2명)에 대한 교육도 없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 31조가 전혀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지게차 작업 계획서 작성도 이뤄지지 않았다. 현장실습 사고로 숨진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고 이민호(18)군은 지게차 면허가 있다는 이유로 지게차 운전까지 도맡았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39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지게차 작업을 할 경우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해야 한다.
화학물질에 대한 교육도 없었다.
산업안전보건법 41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대상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근로자의 안전·보건을 위해 근로자를 교육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하지만 해당 업체는 직원들(19명)에게 수산화나트륨 등 화학물질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
'사업주는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는 안전난간을 설치해야 한다'는 법규에도 불구. 업체 내부 콘베이어 상단 계단과 배합실 저장탱크 상단, 저장탱크 안측에는 안전난간도 설치되지 않았다.
고 이민호군이 사고를 당한 지점도 문제투성이였다.
산업안전 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 20조에 따르면 이 군이 적재기 프레스에 눌려 사고를 당한 장소는 사업주가 방책(울타리)을 설치해야 하는 곳이다.
해당 구간에 비상 정지스위치가 가까이 있긴 했지만 문제는 이곳에 기본적으로 울타리 등의 출입금지 조치가 되지 않았다.
제주근로지도센터 허서혁 소장은 "민호가 정지 스위치를 누르지 않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사업주가 그걸 반드시 누를 수 있도록 교육을 했느냐가 중요한 문제고, 또 사실상 출입금지 미설치가 된 부분"이라며 "가장 안타까운 건 그 절차라는 게 굉장히 단순하고 또 중요한 부분이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도 큰 문제다.
CBS 노컷뉴스 취재결과 고 이민호 군은 12시간이 넘는 중노동에 시달렸고, 업체가 산업재해보험 신청서에 사고 원인을 '민호 탓'으로 떠넘긴 사실 등이 뒤늦게 드러났다.
18세 미만 연소자의 경우 야간 근로(밤 10시~오전 6시)와 휴일 근로를 시킬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각 지방 관서 위임)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업체는 이를 받지 않았다.
근로지도개선센터는 업체와 민호가 맺은 근로계약 체결 문제와 근로 시간, 야간 수당 적절 지급 여부 등을 조사해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허 소장은 "현장실습생 제도가 당초 취지와 달리 학생들이 실습생이 아닌 근로자로서 업무에 종사한다는 점이 문제로 보여진다"며 "노동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