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씨가 만취 상태에서 변호사들에게 막말과 폭행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피해자는 국내최대 로펌인 김앤장 소속의 변호사들이다.
그런데 김앤장에서는 이 사건을 "언론에 보도 된 뒤에 알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래서 오늘 [Why 뉴스]에서는 <김앤장은 '변호사="" 폭행사건'="" 정말="" 몰랐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사진=김앤장 법률사무소 홈페이지 화면 캡처)
▶ 김앤장은 정말 이 사건을 몰랐나?= 그렇다. 김앤장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김앤장의 대외업무를 담당하는 변호사는 "전혀 몰랐다. 매일경제신문에서 가판에 보도한 이후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김앤장 관계자는 보도된 뒤 사실관계를 확인해보니 "김앤장에 1년차 신입 변호사가 28명 있는데 추석 전에 식사하는 자리를 마련했고 1차에 20여명이 참석했는데 술자리가 2차, 3차로 이어졌다"면서 "3차에 그 주변에서 따로 술을 마시던 김동선씨가 합류해서 함께 술을 마시다 일어난 사건"이라고 확인했다.
그렇지만 "김앤장이나 위에서는 전혀 몰랐다"면서 "1년차끼리 술 먹고 얘기도 안하니까 알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 1년차 변호사들이 단체로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일어난 사건인데 아무도 몰랐다는 거냐?= 그렇다. 김앤장 관계자는 그렇게 설명을 했다. 한화그룹 3남 김동선씨가 참석을 하게된 배경은 사적인 영역이라면서 언급을 피했다. 다만 "3차니까 술이 취했다. 안 취한 사람이 취한 사람을 데려다 주는 그런 상황이었다. 김동선이 술이 많이 취했으니까 부축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말도 하고 행동도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난 다음날 김동선씨와 처음부터 자리를 함께한 남자변호사가 '어제 많이 취해 실수했다. 큰 실수했으니까 누구누구에게 사과하라고 얘기하니까 김동선씨가 정신이 나서 전화해서 찾아뵙겠다. 찾아가서 사과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랬더니 "변호사들이 뭐 오냐? 어제 술먹고 피곤한데 하여튼 올 필요 없다고 하니까 문자 또는 카톡으로 사과의 글을 보냈다"면서 "변호사들이 '뭐 그럴 수도 있고, 힘 안드냐?'는 답변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술자리에 끝까지 남았던 변호사들이 따로 논의를 해서 "우리끼리 술먹는데 아는 사람이 와서 같이 먹다가 이렇게 우발적인 일이 일어났는데 본인이 사과하고 그랬으니까 없던 일로 하고 넘어가자, 그렇게 얘기 했다"면서 "그리고 추석연휴니까 지금까지 온거라고 하더라" 라고 조사결과를 설명했다.
▶ 그 설명이 이해가 되나?= 김앤장의 입장이 그렇다고 하니 피해를 당한 변호사들이 당시 상황을 밝히지 않는 이상 이걸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앤장 소속 중견 변호사들에게 물어봐도 한결같이 '말할 입장이 아니라'거나 '보도 이후에 알았다'는 답변 뿐이었다.
대한변호사회나 여성변호사회에서 조사를 하고 있고 나름대로 당시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공식적으로 김앤장이 이 사건 발생직후에 알았다는 주장을 반박할 할 정황이나 단서는 아직 없는 상태다.
그렇지만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수사에 나섰고 검찰도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 사건을 배당해 지휘에 나섰으니까 사건 당시의 상황을 곧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또 김앤장이 사전에 알았는지 여부도 대한변협의 진상조사에서 드러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 그런데 피해 여변호사는 사건화 되기를 원했다는 얘기가 들리는데?= 그렇다. 여러 경로로 확인해보니 머리채를 잡힌 A변호사는 상당히 분개했고 이 문제가 사건화 되기를 바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지만 직접 통화를 하거나 접촉하지 못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변호사들이 침묵하고 있고 외부와의 접촉을 기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사단체 임원도 "직접 통화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현장에 있었던 변호사들과 가까운 사람들을 통해 당시의 상황이나 피해자들의 심경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피해자가 사건화 되기를 원했다는 가장 확실한 근거는 사건이 일어난지 2달이 지났는데 갑자기 외부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동선씨 변호사 폭행사건'이 어떤 경로로 세상에 드러났는지 좀 더 확인이 필요하지만 A변호사의 가족이 매경과 특수관계라는 건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A변호사의 부친은 매경에서 고위직을 지낸 언론인 출신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그 정도라도 되니까 보도된것 아니겠나?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앞서 김앤장 관계자의 해명대로라면 이미 사과를 했고 피해자를 포함한 참석자들이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면 이번 사건이 외부로 알려질 이유가 없지 않겠나?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3남 김동선씨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김앤장은 정말 몰랐을까?= 합리적으로 추론 해보면 몰랐다기 보다는 몰랐던 것으로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첫 번째는 김앤장의 반응이나 대응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김동선씨 변호사 폭행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변호사들이 분개했다. 상습폭행을 저지르는 김동선씨를 단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21일 페이스북에 김동선씨의 폭언·폭행 사건과 관련한 기사를 공유하며 "건드렸으니 각오하라"며 강력한 대응을 시사했다. 이어 댓글을 통해 "이런 사태에 있어 변호사들의 울타리가 되어야 할 변호사단체가 나서지 않고 회원이 개인적으로 해결하라고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서울회장이 회원을 위해 재벌하고 맞서지 않으면 누가 거악에 대항하겠느냐. 회원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각오"라고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1일 김동선 씨를 폭행, 모욕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대한변협은 "전형적인 갑의 횡포 사건으로, 협회에서는 회원이 갑의 횡포의 피해자인 점을 묵과할 수 없어서 고발장을 내게됐다"고 밝혔다.
고발은 진상조사를 한 뒤에 내는 게 순서지만 대한변협은 고발장을 내고 진상조사에 착수하는 역순을 택했다. 회원들의 분노가 그만큼 거세기 때문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도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대형 고객의 눈치만 보며 수개월간 사건을 방치한 김앤장의 행태도 개탄스럽다"는 성명을 냈다.
그렇지만 김앤장은 철저하게 개인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김앤장 관계자는 "우리는 뺨 맞고 망신당하고 억울해 죽겠다"면서 "잘못하면 욕먹어야 하지만 우리 변호사가 6백명이 넘는데 어디서 술먹고 어디서 맞았는지 때렸는지 알 수도 없는 일이고…, 다 성인들이고…"라고 말했다.
김앤장 사무소 위치. 경복궁 역을 중심으로 5개의 빌딩에 사무소가 들어서 있다. (사진=김앤장 법률사무소 홈페이지 캡처)
▶ 아니 소속 변호사들이 모욕을 당하고 폭행을 당했는데도?= 그렇다. 김앤장의 대응이나 반응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극적이다.
김앤장 관계자에게 대한변협은 고발했는데 김앤장은 어떤 입장이냐?고 물었더니 "고발여부야 본인들이 알아서 하는거지 이걸 왜 김앤장이 고민하나? 업무상 일어난 일도 아닌데"라고 답했다.
그래서 관여 안하는 거냐? 라고 재차 물었더니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피해자)본인들이 문제삼고 안 삼고 할 일"이라면서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사적인 자리에서 일어난 일이고 업무상 하다 일어난 일도 아니고 그러니 본인들이 결정할 문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리고 "현장에 있었던 변호사들에게 확인을 했더니 (마지막까지 남아있었던 5명) 사건 다음날 보고할거냐? 문제 삼을거냐? 상의를 했는데 술자리에 있었던 일이고 하니 뭐 밟은셈 치고 넘어가자고 했다더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는 신입 변호사들에게는 멘토가 지정돼 있는데 전혀 몰랐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주요 고객인 대기업 오너 아들과 신입 변호사들 사이에 폭행과 모욕사건이 있었는데 멘토들이 그걸 전혀 몰랐거나 신입변호사들이 보고하지 않았다면 조직으로서는 큰 구멍이 뚫린 것이다.
김앤장 관계자에게 '멘토가 있는데 의논을 안했다는 거냐?'라고 물었더니 "몇번을 확인해봤다. 본인(피해자)들이 그렇게 얘기하는데 만약에 멘토들이 우리에게 보고를 안했으면 야단을 칠려고 했는데 본인들이 얘기를 안했다고 하고, 피해를 입은 사람들끼리 의논을 했다더라 고의도 아니고 술이 취한 상태에서 한 것이고"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그래서 김앤장도 규율이 쎈 걸로 아는데? 라고 물었더니 "어떻게 하겠나? 변호사 몇백명인데 어디서 술마시고 깨지는지 어찌 알겠나?"라고 답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사진=자료사진)
세 번째는 김앤장은 한화그룹을 무시할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이다.
김앤장은 지난 2007년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 등 김 회장과 연관된 크고 작은 사건들의 변호를 맡아왔다.
김동선 씨는 앞서 지난 3월 술집 종업원을 폭행한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는데 이 사건도 김앤장이 맡았다.
그런데 김앤장이 나서서 어렵사리 집행유예를 받아냈는데 다시 김앤장 때문에 집행유예가 취소돼서 징역을 살게된다면 김앤장으로서는 입장이 난처해 질 수밖에 없다.
김동선씨 변호사 폭행사건이 불거지면 집행유예 기간에 벌어진 일인 데다 지난 2010년 호텔 종업원 폭행까지 포함하면 세 번째이니까 이번에 또 재판에 넘겨지면 실형이 불가피하다.
김앤장 처지에서는 대형 클라이언트인 한화그룹의 오너 3세인 김동선씨를 처벌을 소속 변호사들에게 독려하는 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한 중견변호사는 "김앤장으로서는 곤혹스런 입장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최선은 사건을 덮거나 몰랐다고 하는 것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 번째는 김동선씨의 사과문이나 김앤장의 해명이 짜맞춘듯 비슷하다는 점이다.
김씨는 입장문에서 "전작이 있는데다 그 자리에서도 상당량의 술을 주고 받으면서 취기가 심하여 당시 그곳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을 거의기억하기 어려워 다음날 동석했던 지인에게 "혹시 내가 무슨 실수라도 하지는 않았는지" 염려스러워 물었고, '결례되는 일이 좀 있었다'고 하여 그 분들에게 우선 죄송하다는 사과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곧 그 분들로부터 “놀라기는 했지만 괜찮다”는 등의 답신을 받고 그 후 내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그러나, 오늘 보도된 당시의 상황은 저도 깜짝 놀랄만큼 도가 지나친 언행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고, 지금은 제가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부끄럽습니다. 진작에 엎드려 사죄 드렸어야 할 일을 까마득히 모르고 지냈으니 제가 이제와서 이 일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우선, 피해자 분들께 엎드려 사죄드리고 용서를 빕니다. 그동안 견디기 어려운 아픈 마음을 가지고 계셨을 것을 생각하니 정말 죄송스럽기가 한이 없고 지금의 저 자신이 싫어질 뿐 입니다. 기회를 주신다면, 일일이 찾아뵙고 저의 잘못을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김씨가 사건이 일어난 다음날 이런 정도의 사과를 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처했더라면 이번 사건이 바깥에 알려졌을까?
취재하면서 들은바로는 처음 직접 사과하지도 않았고 법률대리인을 통해서 사과하려다 피해변호사들이 반발하자 카카오톡 문자로 사과문을 보냈다고 한다. 이 부분도 확인이 더 필요한 사항이다.
▶ 김동선씨는 지난 3월에도 사과하지 않았나?= 그렇다. 당시 김동선씨는 "진심으로, 진심으로 정말 사죄드립니다", "제가 잘못한 점은 당연히 인정하고, 그 죄에 따른 어떠한 벌도 달게 받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사죄했다.
김동선씨는 이번에도 "자숙의 시간을 보내야 할 제가 물의를 일으켜 더욱더 면목이 없다"면서 "그동안 부모님께서 늘 말씀하셨던대로, 제가 왜 주체하지도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는 지 또 그렇게 취해서 왜 남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서 깊이 반성하며 적극적으로 상담과 치료를 받아서 다시는 이런 일이 절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과 그 아들들의 사건이 잊혀질만하면 터지고 있어서 이번에는 확실하게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김앤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