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무가베 대통령.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37년간 짐바브웨를 통치해 온 로버트 무가베(93)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사임했다.
제이컵 무덴다 짐바브웨 의회 의장은 이날 오후 5시50분쯤 현지 국영 TV로 중계된 연설을 통해 무가베 대통령이 사임했으며 그의 사임서를 제출받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세계 최고령 지도자인 무가베 대통령의 사임은 즉각적으로 발효됐고, 이날 개시된 무가베 대통령의 탄핵절차도 곧바로 중단됐다.
무가베 대통령의 사임 소식에 짐바브웨 수도인 하라레에서는 시민 수천명이 모여 환호를 지르고 춤을 추며 그의 퇴진을 축하했다.
무가베 대통령의 사임으로 이달 초 전격 해임된 에머슨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이 당분간 짐바브웨의 새 지도자로서 권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무가베 대통령의 사임 발표는 집권당인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ZANU-PF)'이 야당과 함께 이날 오후 의회를 열어 탄핵 안건을 발의한 직후 나왔다.
이번 탄핵 절차는 ZANU-PF가 제시한 최후통첩 기한인 전날 정오가 지나서도 무가베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퇴진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진행됐다.
앞서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도 이날 오전 성명을 내고 이번 탄핵안 추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무가베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의 거센 사퇴 압박에도 공식적으로 사퇴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채 버텨 왔다.
무가베 대통령은 이날 오전 주간 내각 회의를 소집했으나, 장관 다수가 탄핵에 동참하기 위해 불참하면서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현재 하라레의 대통령 관저에서 가택 연금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 총리중심제의 초대 총리에 오른 뒤 37년간 집권한 무가베는 올해 41세 연하 부인 그레이스(52)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는 '부부세습'을 시도했다가 역풍을 맞아 탄핵 위기를 자초했다.
무가베의 개인비서이자 타자원 출신인 그레이스는 최근 그의 강력한 후계자를 자임하고 나서면서 권력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짐바브웨 군부는 지난 15일 사실상 쿠데타로 정부를 장악했으며 이후 야권과 시민 등이 거리로 나와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연일 벌여 왔다.
짐바브웨 독립투사 출신의 무가베는 56세에 초대 총리에 올라 정치적 실권을 잡은 뒤 1987년 대통령제를 채택, 스스로 대통령에 취임해 장기집권을 이어왔다. 여기에 인권 탄압과 독재식 정치로 '독재자'란 평가를 듣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