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민호 군의 9~10월 작업일지 (사진=문준영 기자)
제주에서 현장실습 사망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피해 고등학생이 온종일 12시간이 넘는 노동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CBS 노컷뉴스가 입수한 고 이민호(18)군의 9~10월 근무 일지에 따르면 이 군은 지난 9월부터 매일 오전 8시 30분부터 11~12시간이 넘는 근무를 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추석연휴를 제외하고는 모든 날이 연장 근무의 연속이었다.
지난 10월 13일에는 오전 8시 30분부터 밤 10시 30분까지 일했고, 심지어 토요일이던 10월 14일에는 오전 8시30분~오후 7시까지 근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호는 지난 7월말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단지 내 음료제작 회사에 파견 현장실습생으로 들어가 일해왔다.
민호가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는 건 민호의 계좌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민호와 업체가 체결한 근로계약서에 따르면 양측은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일해 150만원 가량을 받는 것으로 돼있다.
민호가 지난 8월 받은 첫 월급 (사진=문준영 기자)
하지만 민호가 지난 8월 받은 첫 달 월급은 250만원이었고, 그 이후에도 200여만원이 넘는 월급을 수령했다. 사실상 연장 근무가 밥먹듯 이뤄져온 것이다.
당초 학교와 업체가 맺은 현장 실습표준협약서에 따르면 민호는 1일 7시간 일하도록 돼있다. 사업주가 실습생의 동의를 얻은 경우에는 1일 1시간을 한도로 연장할 수 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민호를 현장 실습생이 아닌 일반 사원처럼 생각하고 업무를 맡겼다"고 말했다.
민호의 유가족은 "실제 근무 시간은 오전 8시 30분부터라고 적혀 있지만, 민호가 생산 라인에 나가 기계를 점검하고 작동하느라 그 이전에 출근을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고 이민호 군의 장례식장 (사진=문준영 기자)
민호는 지난 9일 오후 1시 50분쯤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산업단지 내 음료 제조회사인 ㈜제이크리에이션에서 현장 실습을 하다 제품 적재기 벨트에 목이 끼어 중태에 빠졌다.
이 사고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오던 민호는 열흘 만에 끝내 숨을 거뒀다.
민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제주지역 정당과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 잇따라 성명과 논평을 내 민호의 죽음을 애도하는 한편 현장실습 제도 보완과 폐지 등을 요구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