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된 1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 시험장이 텅 비어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24년 수학능력시험 사상 처음으로 시험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에 당황했던 수험생들은 이내 차분함을 되찾고 마지막 일주일 동안 전력을 다하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자습실은 수능 예정일이었던 16일 이른 아침부터 수험생들로 가득 찼다. 평소와 다름 없는 풍경이었다. 이들 손에는 실전 문제집 묶음과 점심에 먹을 샌드위치나 분식거리가 들려있었다.
강의를 무료로 일주일 연장한 학원들은 아침부터 자습실을 열었다. 강남 대치동의 한 대형학원 관계자는 "자습시간이 아침 8시 10분부터 시작되는데, 반 정도는 제 시간에 와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 수험생도, 학부모도 "혼란스러웠지만…마음 추스리고 집중하는 분위기"
수험생들도 지난밤의 혼란을 잊고 빠르게 평정심을 찾아갔다. 수능 연기에 심리적으로 동요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올해 재수에 임하는 수험생 조모(19) 군은 "어젠 혼란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단 생각에 마음을 추스리고 있다"며 "일주일을 암기과목 위주로 신경쓰려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험생 이모(19) 군은 "학원 인근에 살고 있어 아침 일찍 나왔다"며 "주변에도 이제 마음을 가다듬고 공부하려는 친구들이 많다"고 차분한 분위기를 전했다.
강남구의 한 학원으로 재수생 딸을 보내고 있다는 학부모 이아영(47) 씨 또한 "딸은 오늘 아침 7시부터 학원에 나갔다"며 "일주일이 더 생겼다는 생각에 딸이 오히려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포항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된 1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 시험장이 텅 비어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수능은 상대평가더라…공정성 생각하면 연기가 맞아" 정부 조치 이해도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수능 일주일 연기라는 정부 방침에 대해서도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학부모 이 씨는 "연기 소식에 처음엔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사태를 보니 포항 아이들이 불안해서 어떻게 수능을 보겠나 싶더라"며 정부 방침에 수긍하는 모습이었다.
수험생 조 군도 "포항 사태를 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더라"며 "수능이 상대평가이니 주변에서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 서점가는 때아닌 특수… "모의고사 문제집 반품 준비했었는데"수능이 하루 연기됨에 따라 서점가는 다시 분비기 시작했다. 미뤄진 일주일을 준비하기 위해 새로운 문제집을 찾으려는 수험생들의 발걸음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수험생 권지영(18) 양은 "가지고 있는 문제집을 수능날에 맞춰 다 풀어서 새로운 문제집을 사러 왔다"며 "미뤄진 이상 어쩔 수 없단 생각에, 일주일을 새롭게 채우기 위해 서점을 찾았다"고 답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20년째 서점을 운영하는 조모(53) 씨는 서점을 운영하며 처음 맞는 상황이라며 "수능연기 결정이 전해진지 한 시간도 안돼서 학생들이 오더라"며 "반품을 준비하던 때라 재고가 없어 당황했다"고 말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서는 수능 연기가 발표된 지난 15일 대표적인 수능 모의고사 교재 10종의 판매량이 전날 대비 40배가 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시험장 안전 상의 이유로 수능연기를 결정한 정부는 관련 후속 대처들을 내놓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오후 대학별 논술, 적성, 면접 등 대학들의 정시와 수시 모집일정을 한 주씩 연기해 수험생의 혼란을 줄인다고 밝혔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기자회견에서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포항 지역을 제외하곤 수능 고사장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발부 받은 수험표는 가능한 잘 관리해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