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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농부·청소년·농기계가 없다'…농촌은 3무(無)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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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16년 사이에 농가 23%, 농가인구 38%, 농기계 43% 감소

요즘 추수가 끝난 농촌 들녘은 쓸쓸할 만큼 정적이 흐른다. 해마다 5월부터 10월까지는 바쁘고 11월 이후 이듬해 4월까지는 비교적 한가한 농촌의 풍경이 올해도 다시 반복되고 있다.

어찌 보면, 이런 농촌의 모습은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왔기 때문에 '변화'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낄 수도 있다. 특히, 매일 변하는 도시 생활과 비교해선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 농촌의 현실은 무서운 속도로 변해가고 있다. 21세기가 시작된 지난 2000년부터 이른바 3무(無) 현상이 두드러지게 진행되고 있다.

농촌에 젊은 농부와 아이 울음소리, 농기계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올가을 농촌의 속 모습이 작년과 다르고, 내년 가을에는 더 많이 변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NOCUTBIZ
◇ 40대 젊은 농부 가구 비중 6.6%→1%로 감소…14세 이하 어린이 3분의 1 수준 감소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발간한 '농림축산식품 주요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농가의 수는 106만8천 가구로 지난 2000년 138만3천 가구와 비교해 불과 16년 만에 22.8%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농가인구 수는 지난 2000년 403만1천명에서 지난해는 249만6천명으로 무려 38%나 급감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농가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8.6%에서 지난해는 4.9%로 줄었다.

특히, 농가의 가구주 변화가 아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00년의 경우 전체 138만3천 가구 가운데 가구주가 40세 미만이 9만2천 가구(6.6%)에서 지난해는 전체 106만8천 가구 중 1만1천 가구(1.0%)에 불과했다. 젊은 농부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가구주가 60세 이상 농가는 지난 2000년 70만6천 가구(51%)에서 지난해는 75만9천 가구(71%)로 비중이 급증했다. 농촌의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도 농가의 가족 구성 자체가 붕괴되고 있다는 게 가장 우려스러운 변화다.

농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3인 이상 농가 수는 지난 2000년 66만7천 가구에서 지난해는 30만4천 가구로 절반 이상 줄면서 농가당 평균 인구도 3.23명에서 2.34명으로 감소했다.

자녀들과 함께 생활하는 농가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농가 인구 가운데 14세 이하가 지난 2000년 45만9천 명에서 지난해는 13만6천 명으로 3분의 1 수준 이하로 감소했다.

지금 농촌에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말이 실감 나는 대목이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지금은 우리나라 농업이 위기라는 인식을 갖고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라며 "미래 농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젊은 농부들의 창농을 지원하고 생활 인프라를 확대하는 등의 보다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농기계 소리도 사라지고 있다…태양초 고추장은 이제 옛말

이처럼 농촌 인구가 빠르게 줄고 동시에 고령화되면서 농사를 짓지 않는 휴경농지 면적이 지난 2000년 1만6천800ha에서 지난해는 5만1천700ha로 3배 이상 늘어났다. 같은 기간 휴경률이 0.9%에서 3.2%로 증가했다.

이렇다 보니, 농촌에서 농기계 소리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농기계 보유 대수는 지난 2000년 338만7천대에서 지난해는 193만4천대로 43%나 감소했다.

과거 농촌에서 집집마다 1대씩 보유했던 경운기는 2000년 93만9천대에서 지난해는 58만2천대로 38% 줄었다.

또, 모내기에 사용했던 이앙기의 경우도 같은 기간 34만2천대에서 20만2천대로 41%, 콤바인은 8만7천 대에서 7만7천대로 11.5% 각각 감소했다. 벼 재배면적이 줄면서 이들 농기계도 함께 줄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대형 종합 농기계라고 할 수 있는 트랙터는 19만2천대에서 28만6천대로 49%, 소형 종합기계인 관리기는 37만9천대에서 40만8천대로 7.7% 각각 증가했다.

또한, 과수원 등에서 농약을 칠 때 사용하는 스피드스프레이어의 경우도 지난 2000년 2만8천900대에서 지난해는 5만3천800대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국내 농업이 대규모 농업법인과 전문 농업경영인 체제로 개편하면서 인력 대신 값비싼 종합 농기계 사용이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곡물건조기는 5만5천600대에서 7만8천600대로 41%, 농산물건조기는 16만4천500대에서 24만5천700대로 49% 각각 증가했다.

과거 농가 앞마다에 멍석을 깔아놓고 밭에서 따온 고추를 태양빛에 말리던 모습이 사라지고 건조기에 말리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렇다 보니, 고추장의 맛도 변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국내 농가들이 농업을 통해 얻는 연간 총수입 규모는 지난 2000년 평균 1천951만원에서 지난해는 3천128만 원으로 16년 만에 60%인 1천177만원이 늘어났다. 이 기간에 농축산물 가격이 그만큼 많이 올랐고, 정부의 지원금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쌀농사를 통한 수입은 776만 원에서 507만 원으로 급감한 반면, 채소 수입액은 476만원에서 841만 원, 과수는 244만 원에서 433만 원으로 늘어났다.

특히, 축산물 수입이 257만 원에서 922만 원으로 3.6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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