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였던 경주 지진에 버금가는 5.4 규모의 지진이 일년여만인 15일 포항에서 발생하면서,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해있는 동남부 지역에서 잇따라 강진이 발생하는 걸 두고 '불의 고리'에 속한 일본 지진이 양산단층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양산단층은 포항-경주-부산-양산을 잇는 단층으로, 경주-울산을 잇는 울산단층과 함께 '활성단층'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과거 지층이 움직였거나 앞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는 곳을 가리킨다.
신생대 4기(약 250만년) 동안 지금까지 한 번 이상 지층 이동이 일어난 곳은 '활성단층', 50만년 이내에 2번 이상 또는 5만년 이내에 한 번 이상 일어난 곳은 '활동성 단층'으로 분류된다.
한반도 동남부엔 이들 단층을 비롯, 61개의 활성단층과 다수의 활동성 단층이 땅 속을 통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9월 발생한 경주 지진처럼 이번 포항 지진도 양산단층이나 울산단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양산단층에선 최대 7.6, 울산단층에선 8.3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오창환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5.8 규모로 역대 최대였던 경주에 이어 이번 포항 지진도 역대급"이라며 "앞으로도 한반도의 지진 발생 확률이 매우 커졌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기록을 봐도 경주와 울산에선 통일신라 시대에 약 100년에 한 번씩 6.5 규모의 지진이, 1640년경엔 진도 7.2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 성곽이 무너지고 쓰나미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우리나라가 속한 유라시아판은 서쪽에서 미는 인도판과 동쪽에서 미는 태평양판 사이에 끼여있다"며 "단층은 그대로인데 힘은 계속 작용해온 만큼 지진을 일으킬 힘이 축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1978년 이후 1999년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지진은 매년 19.2회인 반면, 2000년 이후로는 매년 47.8회로 껑충 증가했다. 지난해 경우 2.0 규모 이상 지진 발생이 252회나 됐다.
특히 일본과 에콰도르 등 일명 '불의 고리' 지역에서 잇따라 강진이 발생하면서, 그 여파가 한반도 단층에까지 미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비단 동남부뿐 아니라 나중엔 백두산 지각에까지 자극을 미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질자원연구원은 이날 포항 지진에 대해 "지난해 경주 지진처럼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단층이 미끄러져 나는 주향이동 단층 활동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오 교수도 "세계적으로 땅의 움직임이 커지는 현상과 겹쳤을 가능성이 크다"며 "여러 가능성들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내진설계 강화 등 재해 대책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원전의 경우 더 이상 짓지 않거나 수명을 다하면 곧바로 가동 중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양산단층대가 활동시기에 들어간 게 아닌지 우려된다"며 "지진에 취약한 노후 원전을 즉시 폐쇄하고 신규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