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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 전 국정원장 3명이 모두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왼쪽부터 남재준, 이병호, 이병기 전 국정원장. (사진=황진환 기자)
13일 이병기 전 국정원장 소환으로 박근혜정권 국정원장 3명이 모두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로 검찰에 불려나왔다. 이 전 원장은 '소환 코멘트'로 유일하게 대국민 사과를 내놓으면서 전임·후임자와는 다른 면모를 보였다.
이 전 원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 조사실로 향하기 전 취재진에게 "우선 국정원 자금이 청와대 지원된 문제로 인해서 국민 여러분들께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서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정권 청와대가 국정원 특활비를 매달 최소 수천만원씩 곶감 빼먹듯 빼돌린 혐의와 관련해 범죄성립 여부를 떠나 도의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는 국정원 직원들을 향해서도 "이 문제로 여러가지 부담을 준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이는 박근혜정권 첫 국정원장인 남재준 전 원장, 세번째 국정원장인 이병호 전 원장의 '소감'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이들 언급에는 '국민'이 없었다.
남재준·이병호 전 원장은 "헌신과 희생에 대해 찬사는 받지 못할망정, 수사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담한 현실"(남재준 전 원장)이라며 '정치공세의 희생양'을 자처하거나, "안보정세가 나날이 위중해지는데 국정원이 큰 상처를 입고 있다"(이병호 전 원장)는 '안보 레퍼토리'를 되새긴 뒤 조사실로 직행했다.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이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의혹과 관련해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이 전 원장의 남다른 소감에는 남다른 이력이 배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단 외교관 출신인 이 전 원장과 군인 출신자인 전임·후임자들의 '정무적 감각'이 다르다는 관측이 있다.
이 전 원장은 1974년 외무고시를 통과한 뒤 제네바대표부와 케냐대사관 등지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한 다음, 80년대 들어 전두환정권 청와대에 입성한다. 이후 안기부(현 국정원) 2차장, 한나라당 총재 특보, 주일 대사 등을 역임한 뒤 박근혜정권의 2대 국정원장이 됐다. 외교와 현실정치 과정에서 정무적 식견이 갖춰졌을 수 있다.
반면 남재준 전 원장은 1969년 육사를 졸업해 2005년 육군총장을 퇴임하기까지 40년가량 군인으로 지냈다. 이병호 전 원장도 90년대 안기부 2차장을 역임했으나, 1963년 육사를 나와 82년 대령으로 예편한 군인 출신자다.
아울러 이 전 원장은 전임·후임자와 달리 검찰 수사 '유경험자'라는 차이점도 갖고 있다. 이에 따른 나름의 여유가 다른 전임 국정원장들의 딱딱한 태도와 쉽게 차별화됐을 수 있다. 그는 1998년 '안기부 북풍 공작' 수사 때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적 있다. 2004년에는 '대선후보 매수' 사건으로 수사받고 벌금형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