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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춤추자고 간호사 됐나…자괴감 들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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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병원·성심병원' 간호사 부당 처우 실태 심각해

- 월급은 동급병원의 60%만 주면서 간호사 사비로 의료용품 사라니
- 일부 병동은 정수기 렌탈료도 간호사에게 부담시켜
- 위계질서상 '못하겠습니다' 라고 할 수 없어
- 결국은 환자 피해로 이어져…노조 역할 중요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7년 11월 10일 (금)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숙영 본부장(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

◇ 정관용> 요즘 병원 간호사분들 참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랍니다. 병원 의료용품을 간호사가 직접 사비로 사야 하는 병원이 있고요. 체육대회에 동원돼서 야한 옷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춰야 하는 병원도 있었답니다. 믿기지 않죠. 이게 작은 병원이 아니고 다들 큰 병원인데요. 전국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의 김숙영 본부장 연결합니다. 본부장님 안녕하세요.

◆ 김숙영> 안녕하세요.

◇ 정관용> 간호사가 의료용품을 자기 돈으로 사는 게 어느 병원이에요?

◆ 김숙영> 지금 말씀에 나오고 있는 곳은 서울 하계동에 있는 을지병원입니다.

◇ 정관용> 어떤 물품을 샀다는 거예요?

◆ 김숙영> 보통 병동마다 환자들의 상처를 소독하기 위해서 상시적으로 비치되어 있는 드레싱세트라는 것이 있는데요.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가위나 물건 중에 포셉 같은 물건들이 굉장히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사용하다 보니까 없어지기도 하는데요. 그럴 경우에 없어진 부분을 간호사들이 책임을 지고 채워넣어야 하는 이런 상황이 발생합니다.

◇ 정관용> 그게 물건이 부족하면 병원 측에 이거 부족하니 사주세요, 이래야 되는 거 아니에요?

◆ 김숙영> 원래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보통 병원에서는 손실비를 책정해서 거기서 하기도 하는데 이 병원의 경우에는 그것을 간호사들이 개인적으로 사기도 하고 불만이 많아지니까 최근에는 자신들이 처리하는 일들을 하기 위해서 내는 병동회비로 해결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어쨌든 다 간호사들 자기 개인 돈이지 않습니까?

◆ 김숙영> 그렇습니다.

◇ 정관용> 이런 사실이 어떻게 드러나게 됐어요?

◆ 김숙영> 지금 을지병원이 파업 중에 있는데요. 지금 파업에 참가한 우리 조합원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나타났습니다.

◇ 정관용> 파업의 이유는요?

◆ 김숙영> 을지병원이 저희 보건의료노조에 가입돼 있는 사립대 동급 병원들의 임금의 60%대 수준에 있고요. 또 한 가지는 비정규직 비율이 너무 높아서 직원들이 정말 일을 하기 힘들고 환자 보호자들에게도 미안할 정도로 직원들이 자주 바뀌는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것들을 좀 해소해 보고 또 환자, 보호자한테 방금 말씀드린 이런 것들이 환자 보호자들에게는 다 손해로 돌아가는 부분이기 때문에 좀 더 제대로 된 병원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이런 의지로 파업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 정관용> 임금은 다른 병원의 60%만 주면서 그 임금에서 돈을 떼서 드레싱 용품이나 의료용 가위 이런 걸 간호사가 직접 사게 했다 이거죠?

◆ 김숙영> 그렇습니다.

재단 체육대회에 동원된 간호사들. '장기자랑'이란 명목 아래 원치 않는 옷을 입고 춤을 추고 있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직장갑질119 제공)

 

◇ 정관용> 그리고 체육대회 장기자랑에 간호사들이 동원돼서 야한 옷을 입고 춤을 춰야 됐다는 건 또 어느 병원입니까?

◆ 김숙영> 그건 저희 보건의료노조 산하가 아니어서 조금 말씀드리기는 조심스러운데요. 성심병원으로 나와 있습니다.

◇ 정관용> 어느 정도의 야한 옷으로 어느 정도 야한 춤을 췄다는 겁니까?

◆ 김숙영> 요즘에 나오는 걸그룹에 준하는 복장으로 보여지도록 하는 행사들이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저도 간호사의 한 사람으로서, 여성으로서 좀 너무 치욕스러웠을 것 같고요. 저희는 의료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데요. 환자를 돌보고 있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렇죠.

◆ 김숙영> 4년 동안 공부해서 이런 거 하려고 공부했나 자존감도 떨어지고요. 또 같이 일하는 남자 직원들과 환자들 보기에 상당히 민망해질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이런 건 우리 하기 싫습니다, 이렇게 항의할 수 없었나요?

◆ 김숙영> 항의를 하고는 싶고 다들 하기는 싫었지만 거부하기는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제 저연차의 직원들은 고연차 직원들이 너희들이 해야 되지 않냐라고 하면 거부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상급자들에게 찍히는 그런 결과를 가져오니까 하지 못하겠습니다라고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죠.

◇ 정관용> 이런 지적에 대해서 먼저 앞에 사비로 사야 했다는 을지병원. 병원 측에서는 이건 일부 관리자의 일탈일 뿐이다. 그리고 노조활동 방해한 적도 없다, 이런 입장을 밝혔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숙영>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부분이 아니라서 그렇게 얘기를 할 것 같고요. 노조활동에 대한 방해 부분도 특별히 대놓고 한다기보다는 이제 한 사람, 한 사람 있을 때 같이 일을 하기 때문에 예전에 말하는 수간호사라고 하는데 파트장님입니다. 그런 분들이 노조에 가입하거나 하면 불러서 얘기를 하는 거죠. 지금 일을 많이 배워야 할 시기에 노조할 때냐 이런 얘기를 하시고 또 아니면 거기 조합비 나가는 것에 대해서 문제제기하고 뭐라고 하면 부모님 핑계대서 못하게 한다, 이런 핑계를 대라 이런 것까지도 지시를 해 줄 정도로 노동조합 활동에 있어서 쉽지 않게 이렇게 일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일부 관리자의 일탈이라고 했지만 간호사들이 사비로 의료용품 사는 건 아주 공공연했다, 지금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죠?

◆ 김숙영> 그렇죠. 또 그 부서에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을지대병원지부(대전)와 을지병원지부(서울)은 16일 각 병원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의 임금 수준이 타 사립대병원의 60% 수준이라는 것은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청년의사 홈페이지)

 

◇ 정관용> 일부 보도를 보니까 심지어 그 병동에 있는 정수기 렌탈료도 간호사들이 냈다는데 그것도 맞는 얘기입니까?

◆ 김숙영> 대전에서는 일부 부서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고요. 서울에서도 일부 부서에서 실제 자신들이 렌탈비를 내다가 이것이 문제될 것 같으니까 얼마 전에 바꾸어서 관리를 병원이 시작한 부서도 있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병원은 돈을 아낀다는 명목으로 아무것도 안 해 주려고 하는 거군요.

◆ 김숙영> 그렇습니다. 사람들에게는 투자하지 않고 좀 그런 부분이 굉장히 많이 보여지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간호사들이 사비로 의료용품 사다 보면 충분히 사지 못할 테니까 환자들의 치료가 부적절해지는 거겠죠.

◆ 김숙영> 그렇습니다. 환자들에게는 이제 시시각각 환경에 따라서 필요한 물품들이 있습니다. 특히 이제 상처를 가지고 있는 환자들은 상처의 양상에 따라서 드레싱폼이라고 하는데 요즘 많이 사용되고 있는 그런 것들이 종류가 비치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까 꼭 필요한 경우에는 갑자기 간호사가 나가서 사비로 구해 오는 경우도 발생을 하고 있고요. 환자에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물품이 보급이 돼서 치유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되는데 그런 부분이 미비해질 수가 있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또 야한 춤 추게 했다는 그 성심병원 재단 측에서는 이런 사실 잘 모르고 있었다 또 장기자랑 같은 건 재단 산하 각 기관이 알아서 정하는 것이지 재단이 특정 종목이나 의상 같은 것을 요구한 적이 없다, 이렇게 해명했는데 어떻게 보세요?

◆ 김숙영> 노조활동을 못하게 하거나 이런 행사를 준비하거나 이런 것이 최고 책임자가 직접적으로 하달하는 경우는 겉으로 보기에 있지 않을 수 있지만 실제로 그 밑에 계신 분들이나 부서에서는 과열경쟁으로 윗사람한테 잘 보이거나 여러 가지 그런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나도 저쪽 부서의 못지않은 모습을 우리 부서가 보여야 한다는 이런 압력들을 아래로 내려보내게 되니까 그런 부분에서 거부할 수 없이 하게 되겠습니다.

◇ 정관용> 그렇군요. 이런 문제 어떻게 앞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보세요?

◆ 김숙영> 그나마 노동조합이 있는 곳은 노동조합장을 통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는데 노동조합이 없는 곳은 더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을지병원도 사실 노동조합이 없어졌다가 작년, 재작년에 대전과 서울이 새로 노동조합을 재건했고요. 그래서 노동조합을 통해서 이 부조리함을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고 성심병원의 이번 문제도 병원이 정상화됐으면 하는 걸 희망하는 직원들이 그동안에 쌓아놨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이처럼 자꾸 외부에 자꾸 알리고 또 노동조합도 만들고 이렇게 해서 조직문화를 개선해 나갈 수밖에 없겠군요.

◆ 김숙영> 그때그때 조직 내에서 소통을 할 수 있게 하고 개선할 수 있는 민주적인 조직문화가 병원에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고요. 그 소통 창구로써 역할을 다하는 노조가 좀 더 충실하게 직원 존중, 환자가 존중받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여기까지 말씀 듣죠. 고맙습니다.

◆ 김숙영> 감사합니다.

◇ 정관용> 전국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의 김숙영 본부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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