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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 76' 은주는 어쩌다 거리를 헤매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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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 선 아이들②] '후천적' 경계선지능이 된 아이들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아이들이 있다. 지능지수(IQ) 70에서 85 사이, 정상지능과 지적장애 사이에 놓인 '경계선지능'의 아이들이다.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면서 사회적인 관심과 배려에서도 경계에 서 있다. 대전CBS는 경계선지능 청소년의 실태를 6차례에 걸쳐 살펴보고 대책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아이들…80만명
② 'IQ 76' 은주는 어쩌다 거리를 헤매게 됐나


(사진=자료사진)

 

은주(가명·17)는 발견 당시 대전 중구의 한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몇 달째 공원과 지하보도, 건물 계단 등지를 떠돌며 잠을 청했다고 했다. 고깃집 서빙 등의 아르바이트를 시도했지만 오래 하지 못하거나 돈을 떼먹히기 일쑤였다. 집으로는 돌아가지 않으려고 했다. 경찰은 은주를 한 청소년 보호시설로 인계했다.

지능지수(IQ) 76. 청소년 보호시설을 통해 은주를 살펴본 전문기관에서는 은주에 대해 '경계선지능' 판정을 내렸다. IQ 70에서 85 사이, 정상지능과 지적장애 사이에 놓인 상태라는 것이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 학습능력과 사회성 등이 부족해 혼자서 일상생활을 하기에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됐다.

전문기관에서는 "실제 지적능력보다도 어휘력이 매우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고 도덕이나 규범에 대한 이해도 빈약했다"며 후천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조사 결과 은주는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인 학대를 당했다. 아버지에게는 성폭행을 당했고 이후 은주를 맡은 이모와 이모부 역시 은주를 가둬놓거나 때릴 때가 잦았다. 거리에 나온 것도 그런 폭력을 이기지 못해서라고 했다.

가출청소년 등 위기청소년들이 단기간 머무르는 청소년쉼터에서는 요 몇 년 새 이곳을 찾는 경계선지능 청소년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이경희 대전여자단기청소년쉼터 소장은 "불과 5~6년 전만 해도 쉼터를 찾는 청소년 10명 중에 1명 정도였다면 지금은 절반 이상이 경계선지능을 갖고 있는 청소년"이라고 말했다.

은주와 같이 거리를 헤매는 경계선지능 청소년의 비율이 청소년 보호시설 입장에서 체감하기에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이계석 대전청소년드롭인센터 센터장은 "선천적으로 그렇게 됐다기보다는 영양부족에, 제대로 양육되기 어려운 환경에서 퇴행적으로 가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현장에서는 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행과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을 법원을 통해 위탁보호하고 있는 청소년 회복센터의 이해경 센터장 역시 "전국적으로 경계선지능 청소년의 입소 비율이 늘고 있다"며 "가정에서 학대를 당한 뒤 집을 나오고,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용을 당하고 범죄에 연루돼 회복센터까지 오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 센터장은 "아이들을 살펴보면 과거 학대받은 모습이 보일 때가 있다"며 "큰 소리가 나면 그대로 얼어서 멈춰버린다든지, 굉장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든지, 폭력이나 가학적인 상황을 오히려 정상적이라고 느끼는 아이들이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갈 곳 없이 늘고 있는 경계선지능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이들 청소년 보호시설에서는 고민이 크다.

전문적인 치료와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이지만 일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쉼터 차원에서는 전문성과 인력적 한계 등을 호소한다.

이경희 소장은 "같은 말을 열 번씩 반복하는 친구들이 있다. 또 이해할 때까지 몇 시간씩을 붙잡고 설득해야 하는데 쉼터 선생님들이 소진되는 게 보인다"며 "그렇다고 이 아이들을 장애인 시설로 보낼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비장애 청소년과 경계선지능 청소년들이 섞이면서 청소년들 간 융화도 걱정이라고 했다.

"같이 지내다보면 결국 다른 아이들도 파악이 되는 거죠. '이 아이는 뭔가 조금 부족해? 뭔가 조금 그래?' 이렇게 되면 이 안에서도 조금 어려움이 생기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경계선지능에 대한 정확한 판별과 치료적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적절한 도움을 받으면 나아질 수 있지만, 반대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문제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이창화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예컨대 지적장애 아이들은 공식적인 교육체계 내에서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고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도 받을 수 있지만, 경계선지능의 경우 발생하는 모든 문제가 오롯이 가정 또는 아이들을 맡는 개인의 책임 하에 있게 된다"며 "일부의 희생과 노력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부분인 만큼, 아이들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해줄 사회적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거리를 헤매는 경계선지능 청소년들.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한 현장의 체감은 뚜렷하지만 정확한 규모와 실태 조사가 이뤄진 적은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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