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특검 우선 수사 대상 '상암DMC 특혜 분양 의혹'
- '사업계획 엉망' 실무진 지적 속에 이명박 시장 묵인
- 2억 9천만원 자금으로 1,685억 분양수익 거둬
- 미흡한 특검수사…뇌물수수, 수상한 자금 흐름 못 밝혀
- 면죄부 준 특검보는 영포빌딩 입주 후 KBS 이사까지
■ 생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FM 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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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의 코너, 뉴스 속을 훅 파고듭니다. 훅뉴스 시간, 김정훈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 어떤 뉴스 속으로 들어가볼까요?
◆ 김정훈> 요새 'DAS(다스)라는 회사의 실소유주가 누구냐'는 질문이 확산되고 있죠? 적폐청산의 흐름 속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제기된 의혹들이 10년만에 재점화된 모습인데요, 2007년 대선 직후엔 특검수사도 이어졌습니다. 여기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뒤 발표된 특검 수사 결과 한 대목을 들어보실까요?
[녹취: 정호영 前특별검사]"서울시에서 조성하고 있는 상암DMC 단지중 주식회사 한독산학협동단지와 관련한 특혜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선인은 서울시 실무자들에게 신중한 사업추진을 촉구하였고 건축절차 이행을 허용토록 지시할 때도 오피스텔로 계획된 것은 오피스로 바꾸도록 지시하였습니다. 이러한 당선인의 업무처리는 의혹과는 달리 오히려 한독에 불리한 것으로 특혜의혹이 근거 없다는 자료라 할 것입니다."◇ 김현정>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 뒤에 후보 시절 있었던 의혹 가운데 하나, 특혜 준 것 아니냐... 여기에 대해서 특혜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놓은 거네요.
◆ 김정훈> 기억하기 어려우시겠지만 당시 이명박 당선인을 둘러싼 특검 수사 대상은 모두 네 가지였습니다. 'BBK 관련 의혹', '도곡동 땅과 다스 주식 차명소유 의혹', '수사 검사 회유 협박 의혹'이 있었고요, 그리고 앞서 말한 '상암DMC 특혜분양 의혹'이 있었습니다. 특히 당시 특검은 상암DMC 특혜 분양 의혹을 우선 수사 대상으로 꼽았습니다.
◇ 김현정> 지금도 BBK, 도곡동 땅, 다스 얘기는 나오지만 상암DMC 의혹은 그때 사실무근이다 하고, 다 정리가 된 것으로 알고 떠올리지도 않고 있었는데요.
◆ 김정훈> 그렇습니다. 하지만 과연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걸까요?
◇ 김현정> 오늘의 훅!뉴스 주제가 바로 이겁니까?
◆ 김정훈> 10년만에 다시 들여다 본 상암DMC 특혜 의혹인데요. 우선 상암DMC 조성 계획이 뭔지, 2004년 당시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의 말로 들어보실까요?
[녹취: 진대제 前정보통신부 장관]"상암동 DMC 내에 첨단 IT콤플렉스를 조성하여 해외 유수기업의 R&D센터를 유치함으로써 우리나라가 동북아 IT허브로 발돋움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김현정> 2004년 이때만 해도 상암동이 허허벌판이었는데, 지금은 연구시설과 미디어업체 등이 들어와 있잖아요. 그런데 뭐가 특혜였다는 거죠?
◆ 김정훈> 사실상 실체도 없던 업체가 금싸라기 땅을 거저나 다름없이 얻었다는 겁니다.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업자 선정 권한을 갖고 있던 탓에 2007년 대선의 쟁점으로 부상했고요. 문제가 되는 건 '한독산학협동단지(이하 한독)'라는 곳인데, 독일의 유명 대학의 컨소시엄과 함께 KGIT라는 연구단지를 만들겠다는 사업계획서를 냈습니다. 결국 2002년 말 연구시설 부지 2천 4백평과 외국기업 입주용지 2천 9백평의 공급 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 김현정> 다 합치면 5천 평이 넘는 부지를 확보한 거네요.
◆ 김정훈> 축구장 두 개 반 정도의 면적입니다. 하지만 사업계획서 내용은 사실과 달랐습니다. 2006년 4월 당시 열린우리당 최재성 의원의 국회 발언입니다
[녹취: 최재성 前의원]"법인 정관을 통해 드러난 KDU의 실체는 당초 주장한 8개의 대학이 참여하지도 않았습니다. 사업계획서에 참여대학을 대표한다는 교수들, 뒤스부르크대학 잉고볼프 교수를 비롯하여 수 명이 개인자격으로 참여하는 비영리법인에 불과한 것입니다."
(사진=김정훈 기자)
◆ 김정훈> 독일 유명 대학 여러곳이 참여한다는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이죠. 실제 베를린공과대학과 아헨공과대학 등이 당시 보내온 서류를 확보했는데요, "컨소시엄을 계속하지 않기로 했다", "KGIT 계획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더 황당한 건 한독이 사업계획서를 꾸밀 무렵 자금력이 2억 9천 5백만원에 불과했다는 사실입니다.
◇ 김현정> 웬만한 서울 아파트 전세값도 안되는 돈으로 DMC에 5천평을 받았다는 말인가요?
◆ 김정훈> 그러니 결국 문제가 터집니다. 막상 사업자로 선정되자 계약금을 내고 본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어서, 결국 넉달에 걸쳐 다섯 번 계약 체결을 미룹니다.
◇ 김현정> 사업계획도, 자금도 엉망이었다는 건데 서울시는 이걸 몰랐다는 건가요?
◆ 김정훈> 그렇지 않습니다. 용지매입 신청서를 낼 당시 제출한 한독의 재무비율 보고서엔 자기자본순이익율이나 매출액순이익율이 제로(0)이고, 부채비율은 965%나 됐습니다. 페이퍼 컴퍼니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는 것이죠. 서울시 DMC 담당자는 선정 이후에도 수차례 공문과 이메일을 보내 자금조달계획을 보완하라고 요청했고 한독 측에 전문가가 있기는 한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서울시 관계자]"공문은 몇차례 보냈죠. 그때는 자료들이 부정확한 게 있어서 요청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쪽에서 참여한다는 증빙자료를 MOU 형식이 됐든 참여하겠다는 의향서라도 제출해달라 그랬을 것 같아요."◇ 김현정> 서울시 실무자는 우려했는데, 우려 속에 땅을 분양받고 사업이 계속 진행된 거네요.
◆ 김정훈> 그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론이 나오는 건데요. 사업자 선정권은 서울시 DMC기획위원회에 있습니다. 그곳의 공동 위원장이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거든요. 그는 특히 한독의 능력에 논란이 일자 직접 서울시 실무진, 한독 측 관계자와 함께 독일까지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 김현정> 그만큼 주의깊게 보겠다는 건데 문제점을 묵인했다는 겁니까?
◆ 김정훈> 부실한 자금력과 사업계획, 이에 대한 실무진의 거듭된 문제제기… 그런데도 금싸라기 땅을 받아 막대한 이익을 확보하게 됐는데, 서울시 과장이나 국장급에서 결정할 문제였겠느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전 대통령에게 특혜 의혹이 제기됐던 것이죠.
◇ 김현정> 어느 정도나 이익을 가져갔습니까?
◆ 김정훈> 한독은 외국기업 입주용지라는 지정용도도 무시한 채 오피스텔을 지었고요, 1,685억원의 분양금을 거둬들였습니다. 그런 와중에 독일 대학들과 손잡고 연구단지를 만들겠다는 사업계획은 온데간데 없어졌죠.
(사진=김정훈 기자)
◇ 김현정> 업체 선정 과정 전후에 불거졌던 우려가 현실화된 거네요. 그래서 특검까지 간 거 아닙니까. 그런데 특검에서는 '특혜 의혹은 사실 무근이다' 이런 결론을 어떻게 내린 거죠?
◆ 김정훈> 당시 정호영 특별검사의 발표 내용을 다시 한번 들어보실까요?
[녹취: 정호영 前특별검사]"당선인은 서울시 실무자들에게 신중한 사업추진을 촉구하였고... 특혜를 베풀었다고 볼 수 없다... 당선인이나 서울시 관계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 공사감리 및 사용승인신청 과정에서 감리완료 보고서, 현장조사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건축사 이모씨를 건축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통보했다"◇ 김현정> 부실기업이 2억 9천만원 들여서 천 6백억 원이 넘는 수익을 냈는데, 이를 허용해준 서울시장이나 서울시 관계자 누구에게도 비위 혐의를 찾지 못했다... 어떤 뇌물이 간 증거도 찾지 못했기 때문에 무혐의다, 이렇게 끝난 거예요?
◆ 김정훈> 이런 특검 결과는 몇달 뒤 뒤집어졌습니다. 여론의 관심에서 빗겨나 있었지만, 서울시 DMC사업기획팀장이 한독 측으로부터 3천만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겁니다.
◇ 김현정> 팀장급이 3천만원 받은 혐의로? 서울시 누구에게도 금품 준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건 깨진 거네요.
◆ 김정훈> 한독과 서울시 사이 검은 돈거래의 꼬리가 밟힌 것이죠. 또 처음부터 뒷돈 수수 의심을 품은 당시 야당은 고발장에서 증빙 서류까지 제출해가면서 한독의 자금 200억원 정도가 증발됐다며 이를 수사해달라고 했지만 특검은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뇌물수수 사실을 포착하지 못했고, 이상한 자금 흐름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도 못했다는 거네요. 그러면 수사가 부실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되네요.
◆ 김정훈> 그 점에 대해서는 당시 특검팀 관계자의 해명을 들어보시죠.
[녹취: 이명박 특검 관계자]"그 당시엔 40일이었으니까, 주어진 시간이 부족한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계좌추적으로 뇌물수사하기 위해서는... 계좌추적이 계속 진행됐어야 했는데, 그 당시에는 많이 진행되지 않았고 충분치 않았던 상황이죠. 그리고 그당시에는 상암DMC가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 BBK가 주가 됐고..."◇ 김현정> BBK 사건에 모든 이목이 집중된 동안 특검은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거예요?
정호영 특별검사팀 당시 특검보인 이상인 변호사.(가운데/자료사진)
◆ 김정훈> 일부 수사가 부실했다는 점을 인정하고는 있는데, 부실을 넘어 특검팀 인사의 부적절한 행보가 취재 과정에서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특검팀에서 상암DMC 건을 주도적으로 수사한 것은 이상인 특검보였는데, 특검이 끝나자마자 다른 변호사들과 함께 법률사무소를 연 곳이 바로 서초동 영포빌딩이었습니다.
◇ 김현정> 많이 들어본 곳인데, 이명박 전 대통령 소유였던 곳 아니에요?
◆ 김정훈> 현재는 청계재단 소유죠. 특검 수사를 마친 이 변호사가 수사 대상자 소유 건물에 들어앉은 겁니다. 이 변호사는 또 그 이듬해인 2009년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던 한나라당의 추천을 받아 KBS의 이사가 되기도 했습니다. 저희는 이에 대해 이상인 변호사의 해명을 들으려 사무실도 찾고 전화와 문자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는데요, 서울지방변호사회 왕미양 윤리이사의 지적을 들어보시죠.
[녹취: 왕미양 변호사]"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소신껏 일을 했다 하더라도 그 다음 행보가 자기가 조사했던 피조사자잖아요. 피조사자가 소유하는 건물에 임차를 해서 들어간다는 것 자체는 적절한 행위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 것이 이어진 걸 보면, 제대로 조사가 안 이루어진 것 아니냐. 이렇게 반론 제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현정> 상암DMC의 특혜 분양도 납득이 안 되지만 특검의 수사 결과도 납득이 안되고, 그 이후 이 사건을 담당했던 특검보의 행보도 찜찜하네요.
◆ 김정훈> 최근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 그리고 BBK주가조작 의혹을 다시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상암DMC 특혜 의혹도 다시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 의혹을 제기했던 측은 지금이라도 최종 결정권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역할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최재성 전 의원의 말로 들어보시죠.
[녹취: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정당발전위원장]"대학설립은 법적으로 불가능하고 투자하겠다는 사실도 없는데 부풀리고 결국은 오피스텔 분양으로 돈 벌었고, 특혜를 준 거죠. 그런데 조사결과는 그러니까, 납득이 안가죠. 실무자 실수로 간주하긴 어렵고, 계획적으로 했다고 봐야지. 시장 결재 아니에요, 시장 결재. 하여튼 MB 주도 하에 MB가 결제하고 MB 주변이 움직여서 했다고 보는 것이죠."◇ 김현정> 청산해야 할 적폐가 하나 더 늘어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네요. 김정훈의 훅!뉴스에서 들여다본 상암DMC 특혜 의혹… 참 오랜만에 듣는 건데 우리가 잊고 있었지만 이렇게 잊혀져야 될 얘기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상암DMC 의혹을 여러분의 머릿속에 올리면서 김정훈 기자와 인사 나눕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