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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을 분양가…'유명무실' 분양가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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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0-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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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아파트 값, 분양가의 '실체' ②]

일생에 한두 번, 전 재산을 털어 아파트를 구입할 때 우리는 모델하우스와 분양가를 보고 사는 게 전부다. 그 이외에 제공되는 정보는 그리 많지 않다.

입주를 앞두고 본 아파트의 실물이 분양 안내 당시보다 미흡할 때, 입주 후 하자 분쟁이 잇따를 때 비로소 공사비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지만 이미 때는 늦게 된다. 더욱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정작 공사비가 공개한 원가대로 제대로 쓰였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처럼 CBS노컷뉴스는 최근 발생한 부영 사태로 드러난 '짜맞추기식' 분양원가의 해부를 통해 아파트 분양원가의 실체를 규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분양 vs 임대, 건축비 두 배, 품질도 두 배?
② 못 믿을 분양가…'유명무실' 분양가심의


부영주택(주)은 입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아파트 주현관의 마감재를 변경했다. 하지만 세대내 바닥 자재나, 타일 주방가구, 창호등은 임대아파트와 같은 마감재를 사용했다. 아파트 입구 모습. 좌: 동탄2지구 A23블럭(분양), 우: 향남2지구 B7블럭(임대) (사진=윤창원·신병근 기자)

 

"임대아파트 마감재하고 93% 똑같았어요."

경기도 화성시 동탄2지구 23A블럭 부영아파트 입주예정자였던 김모씨(46·여)는 부영주택(주)가 지은 전국의 다른 임대아파트들의 마감자재 목록을 받아 보고는 깜짝 놀랐다.

김씨는 "부영이 임대아파트를 많이 지었다고 해서 설마 하는 마음으로 자료를 받아 봤는데, 임대아파트 마감재하고 93%가 동일했다"며 "공사비만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그렇게 보면 이렇게 높은 분양가를 받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 등 입주예정자들은 해당 자료를 근거로 부영측에 마감재 및 조경 등에 대한 상향 조정을 요구했다.

입주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부영측은 준공을 한 달여 앞둔 지난 1월 24일 7차 주택건설사업계획 변경을 화성시에 요청했다.

변경 내용에는 아파트 주현관(케노피 경사지붕 및 뿜칠 마감→케노피 평지붕 및 석재 마감)과 도배지 색상과 규격, 전등설비(일반등 전구→LED 전구), 경비실 벽(적벽돌→외벽 석재) 등이 포함됐다.

이는 CBS노컷뉴스가 보도한 (CBS노컷뉴스 17. 10. 30 분양 vs 임대, 건축비 두 배, 품질도 두배?)기사에서 향남2지구 B7블럭 임대아파트와 차이를 보였던 마감재들이다.

다시 말해 입주민들의 요구가 없었다면, 부영은 다른 임대아파트들과 똑같은 마감재를 사용했을 것이다. 사업계획 변경 전까지는 설계도면과 시방서에 임대아파트와 같은 마감재들로 기재돼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 실제 비용보다 더 높은 '기본형건축비'의 허점

부영주택(주)은 입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아파트 주현관의 마감재를 변경했다. 하지만 세대내 바닥 자재나, 타일 주방가구, 창호등은 임대아파트와 같은 마감재를 사용했다. 화장실 모습. 좌: 동탄2지구 A23블럭(분양), 우: 향남2지구 B7블럭(임대) (사진=윤창원·신병근 기자)

 

이처럼 부영의 사례는 건설업체들이 지자체의 심의까지 받아 입주자들에 공개하고 있는 분양원가들이 얼마나 '허수'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의 핵심은 부영과 같은 민간 건설사들은 실제 건축비가 얼마가 들어가는지 제대로 공개하지도 않으면서 평당 건축비 611만 원을 합법적으로 보장받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정하고 있는 기본형건축비의 '허점'이다. 기본형건축비는 공공택지지구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민간분양 아파트들이 건축비를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애초에 기본형건축비 산정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실련 김성달 부동산국책팀장은 "재료비와 노무비 등 공사비 증감요인을 반영해 고시한다는데 어떤 구조로 산정되는지 전혀 공개돼 있지 않다"며 "건축 원가가 공개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2018년 준공기준 아파트 건축원가 수주는 평당 430만원 선으로 기본형 건축비가 건축원가를 상당히 웃돌고 있어 정부가 건설사의 이익을 보장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건설업체들의 분양 원가 공개 항목의 확대와 투명한 평가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분양가 공시 제도가 축소되는 등 분양가 규제가 완화된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07년 공공택지 분양아파트의 분양가 공시 항목은 61개였지만 2012년에 12개로 축소된 후 현재까지 적용되고 있다.

◇ "분양가는 다 '거짓'…준공 후 분양가 따져야"

부영주택(주)은 입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아파트 주현관의 마감재를 변경했다. 하지만 세대내 바닥 자재나, 타일 주방가구, 창호등은 임대아파트와 같은 마감재를 사용했다. 문 모습. 좌: 동탄2지구 A23블럭(분양), 우: 향남2지구 B7블럭(임대) (사진=윤창원·신병근 기자)

 

또한 분양가 심사 과정 역시 불투명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택지내 개발에 참여하는 건설업체들은 분양가를 공개하기 전에 지자체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분양원가 심사에서는 업체가 작성한 건축비 등의 항목들이 기본건축비를 초과하지 않는지 만을 심사할 뿐, 준공 후 비용이 얼마나 줄었는지는 들여다보지 않는다.

따라서 제재할 방법도 없다.

실제로 지자체에서 분양가 심의를 맡고 있는 한 공무원은 "분양가는 다 거짓"이라고 털어놨다.

이 공무원은 "현재 원가 공개 자체가 원가 개념으로 공개하는 것이 아니다. 입주자모집 공고문에 공개된 분양원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분양가를 원가 개념으로 적정성을 따지려면 준공 후에 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에 관련 새정부도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확대하고, 준공 후에 분양을 하는 '후분양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과잉 규제'라는 이유로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고 있어 발목이 잡혀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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