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는 숙의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열어 준 것으로 평가되었다. 공론화위원회가 대의민주주의의 보조 장치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법적 독립성 보장 등 여건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었다. 그리고 전문가 패널의 미숙한 토론 태도는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었다.
'신고로 5·6호기 공론조사 무엇을 남겼나'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27일 '세상을 바꾸는 꿈' 주최로 열렸다.
이영희 카톨릭대 교수는 발제를 통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는 시민들이 적절한 계기와 환경이 주어지면 중요 공공정책 사안에 대한 학습과 토의 과정에 참여할 능력과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숙의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아울러 학습과 숙의가 진행됨에 따라 시민들의 의견 역시 상당히 바뀌게 되었고 자기 확신도 높아졌다는 점은 단순 선호취합이 아니라 숙의를 거친 판단을 중시하는 숙의민주주의가 바람직함을 보여 준 것이다"고 평가했다.
그는 "배제되는 목소리를 과연 어떻게 숙의과정에 끌어들일 것인가?"를 과제로 던졌다.
은재호 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론조사 도입을 위해서는 정치권과 행정부의 지지 확보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은 연구위워은 "갈등 예방과 해결을 기본 임무로 하는 대의민주주의의 보조적 장치로서 도입을 위해서는 정치권의 공감과 지지 확보가 관건"이며 "의사결정권의 배분과 정책 및 사업집행 속도의 저하를 우려하는 행정부의 수용과 지지확보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론화위원회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제적 기반 구축이 바람직하다"며 "'공공갈등의 예방과 해결에 관한 법률(안)'과 '환경법' 등 관련법과의 상충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조정 전문가 양성과 보수교육 등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론조사 평가 토론회에서 전문가 패널의 미숙한 토론 태도도 지적되었다.
신고리5·6공론조사 모더레이터로 참여했던 김희경 변호사는 "토론을 하는 당사자인 전문가 패널이나 시민참여단은 모두가 성숙한 토론을 할 수 있는 자질과 역량을 필요로 한다. 그런 면에서 시민참여단은 훌륭했고 전문가 패널은 미숙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시민참여단은 '모든 의견은 타당하다'은 원칙하에 다른 견해를 인정하고 예의를 갖춰 차분하게 토의를 진행한 반면, 전문가 패널은 무대에서 인신공격을 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쟁점이 아닌 사람을 비난하는 모습을 여러번 보였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전반적인 평가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는 정부의 소수 정책집단이 일방적으로 내리는 거대한 국책사업결정으로 곪고 상처나는 일들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고, 나아가 대화를 통한 분쟁해결 방식이 사회 곳곳으로 확산되고 뿌리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